부부관계나 여타 인간관계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우리 상담소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 90퍼센트 이상이 이런 질문을 함으로써 상담을 시작한다. “이 혼란은 누구의 잘못 때문이고 누가 비난받아야 합니까?” 이 문제를 확실하게 따져야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단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해야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단코 그렇지 않다. 그런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완전히 부질없는 노력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났고, 누가 비난받아야 하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하면, 권력 투쟁과 상처를 주는 논쟁에 기름을 붓는 결과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밥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들 크리스와 열띤 논쟁을 한 적이 있었다. 자기 입장에 열정적이었던 밥은 아들을 매우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는 크리스가 자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를 ‘완전 무시’했다. 더 이상 토론을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간 낭비였지만 밥은 대화를 계속했다. “크리스, 네가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에 빠질 거야.” 하지만 밥이 아무리 중대한 문제를 설명해 줘도 크리스는 계속 핵심을 놓쳤다.

“나는 그 아이가 고의적으로 내 말을 교묘히 피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난 할 수 있는 한 가장 납득할 만한 기술을 사용했지요. 하지만 내가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든 그 아이는 회피했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이나 계속 했는데 왜 어떤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요.”

결국 밥은 아들의 저항을 잠재웠고, 마침내 크리스는 알았다고 말했다. 밥은 큰 안도와 함께 침대에 털썩 몸을 던진 후 천장을 바라보며 감사 기도까지 드렸다. 그러나 밥은 아들이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인 채 그 방을 나가는 것을 보고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일어나서 크리스에게로 가 보았다. 크리스가 식당 탁자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완전히 낙담한 얼굴이었다.

“그 순간 엄청난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결코 생각해 보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밥은 아들에게로 걸어가 그 옆에 앉았다. “크리스, 방금 전 나눴던 우리 대화에서 누가 이겼다고 생각하니?” 아들이 대답했다. “아빠가 거의 이긴 거죠.” 그러자 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들아, 그렇다면 내가 진 거다.” 크리스는 ‘아빠가 졌다니 무슨 말이에요? 참 이상하시네’라는 표정으로 아빠를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네 친구 처키와 야구시합에 나갈 때 네가 이기고 처키가 진 적이 있니?” “없어요.” “그러면 처키가 이기고 네가 진 적은 있니?” “없어요.” “왜 그렇지?” “우리는 같은 팀이니까요.” 크리스는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그거란다. 너하고 나도 같은 팀에 있다는 것. 나는 너의 시합 상대가 아니야. 나도 너하고 같은 팀에 있단 말이야. 우리 대화에서 네가 졌다고 생각한다면 나도 진 거야. 네가 진다면 나도 지는 거지. 우리 둘 다 이겨야만 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감정적으로 이해받고 자기 말을 듣고 있다고 느끼면, 긴장을 풀고, 당신이 정말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신뢰한다. 이것이 선행돼야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이러한 관계 DNA를 염두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런즉 우리가 다시는 서로 비판하지 말고 도리어 부딪힐 것이나 거칠 것을 형제 앞에 두지 아니하도록 주의하라… 이로써 우리가 화평의 일과 서로 덕을 세우는 일을 힘쓰나니.” 그렇다면 화평을 가져오고 덕을 세우는 최상의 유일한 방법은 바로 진정으로 보호받고 깊이 이해되었다는 느낌인 셈이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이며 우리가 찾고자 하는 보물이다.

아들과 그 일이 있은 후, 밥은 자기 인생에서 대부분의 관계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크리스와의 사건을 자기 결혼생활에 적용해 보니 아내와의 거의 모든 상호작용도 적대적인 방법으로 처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은 필사적으로 보물을 찾아 나섰다. ‘진정한 이해’라는 황금을 말이다. 밥은 확실히 둘 다 승자가 될 수 있는 몇 가지 행동 목록을 만들기로 작정했다. 아내가 정말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것과 아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 즉 자기가 해서는 안 될 것에 관한 목록을 작성해서 조금씩 실행에 옮기자, 시간이 흐르면서 아내는 점차로 자기가 매우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상황은 훨씬 더 좋아졌다. 밥은 말한다.

“왜 항상 패배자 같은 느낌이 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젠 다시는 속아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관계의 실패자가 되는 데는 진절머리가 났거든요. 그래서 선택을 했습니다. 비난 게임이라는 광란의 춤을 제가 먼저 그만두기로 말입니다.”

- 『관계 DNA』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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