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아버지랑 대화를 나눌 수 없다. 두 분이 대화한 지 벌써 5년이나 되었는데, 그래도 아버지는 대단히 감사히 여긴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아버지가 대화하던 날, 나는 울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어머니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긴 복도 끝에 난 창으로 들어오는 불빛으로 두 분의 실루엣만 보였다. 아버지는 침상에 누운 어머니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마주 대고 있었다. 문에 적혀 있는 '수술실'이라는 단어가 두 분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신뢰한다는 듯 손과 손이 얽혀들었다. 처음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었을 때와 똑같은 간절함으로 헤어져야 하는 연인들 같은 애절함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어져야 하는 두 분... 마침내 어머니와 아버지는 시도해 보기로 결정했다.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해보거나 죽거나. 40년 동안이나 서로를 위해 살았고, 서로의 꿈속에서 살았던 두 분.

어머니는 혈액이 뇌까지 전달되지 않는 병을 앓았다. 그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웠고, 3년이라는 시한부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한다면 생명이 연장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보다 앞서 이 수술을 받은 사람은 열두 명이었지만, 세 명만이 살아서 병원을 나갔다.

나는 두 분이 수술을 결정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두 분은 죽음에 마주쳐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어머니는 살고 싶었기에 수술을 시도하려 했다.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을 한 후에야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어머니가 얼마나 용기 있는 분인지 잘 알았다. 어머니 병상을 에워싼 우리 세 자매는 다음날 결정될 어머니의 운명 앞으로 자꾸만 이끄는 신비한 시간의 힘을 느꼈다. 우리는 언뜻 웃어 보이고 천천히 병실을 나설 채비를 했다. "편안히 주무세요"라는 인사가 어머니에게 드리는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아버지는 계속 기도하면서 어머니의 병상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날 밤 아버지를 병실에 두고 떠나려니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가 혼자 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저려서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우리 자매들에게 당신 혼자가 아님을 상기시켜 주었다. 적어도 그날 밤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아침이 왔다. 우리는 모여서 기도했다. 어머니에게 키스하고, 아버지와 포옹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탄 바퀴 달린 침상을 따라서 수술실까지 갔다. 의료진은 더 이상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막았다. 아버지는 언제나 그랬듯 마지막 순간까지 어머니 곁을 지켰다.

두 분은 지금껏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살아왔다.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살아야 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가난에 찌든 가정의 아홉 남매 중 장남이었다. 두 분은 서로에게서 따뜻한 가정을 발견했다.

우리 딸들은 두 분이 만든 보금자리에서 사랑받으며 자랐다. 두 분은 당신들이 어린 시절 누리지 못한 것을 우리에게 듬뿍 주었다. 안정감과 애정과 가정교육... 그러나 한편 두 분은 우리와 분리된 당신들만의 완벽한 고리를 가지고 있었다.

두 분은 입맞춤을 나누고 헤어졌다. 어머니는 침대에 누운 채 홀로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내게 등을 돌리고 선 아버지는 수술실의 문고리를 잡고서 기도했다. 저 방에 있는 여인에게 사랑과 힘과 소망을 달라고. 그리고 몸을 돌려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햇살이 아버지의 얼굴에 쏟아졌고, 그때 나는 아버지의 사랑의 깊이를 보았다. 엄청난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홀로 걷는 사람이 되는 아픔도 얼마든지 참아낼 위대한 사랑을...

우리 자매들의 사랑이 있긴 했지만, 아버지는 어머니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2주일 동안 홀로 걸었다. 혼수상태는 벗어났지만 회복 가능성이 의심스럽던 몇 달도 아버지는 홀로 걸었다.

결국 어머니는 언어 능력은 잃었지만 생명은 지켜냈다. 5년째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말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대단히 감사히 여긴다.


- 신시아 M. 하몬드
<쓰러지지 않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해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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