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업체인 A사는 얇고 가벼운 노트북인 ‘슬림북’을 개발 중이다. A사 김 사장은 슬림북이 시장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출시를 앞두고 제품 테스트에서 뜻밖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노트북이 워낙 얇다 보니, 떨어졌을 때 쉽게 파손되는 단점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파워케이블에 발이 걸려 노트북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파손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엔지니어는 외장케이스를 덧씌우면 파손을 막을 수 있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의 말대로 튼튼한 외장 케이스를 덧씌우면 안전하겠지만, 제품 무게가 늘어나서 얇고 가볍다는 최대 장점이 없어진다. 이런 급한 상황에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직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하나같이 진부해서 한숨만 나온다. 어디서 참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훔쳐올 수는 없을까?

회사 내에 창의적 아이디어가 궁한 상황,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아이디어를 꼭 조직 내부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경영의 대가 톰 피터스는 외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것이야말로 미래 초우량 기업이 갖춰야 할 필수요소”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외부 아이디어를 빌리는 것을 ‘아이디어 창의적으로 훔치기’라고 부르며, 당당하게 외부 아이디어를 훔치라고 권합니다. 외부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가져오고 활용하는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광동제약이 만든 ‘비타500’은 출시한 지 4년 만에 연간 판매 1,20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비타500이 이렇게 성공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 제품이 ‘아이디어 훔치기’를 통해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 훔치기는 3단계로 진행됩니다. 1단계에서는 해결할 문제를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갖고 싶지만 돈이 없다’는 것은 문제 정의에 해당합니다. 2단계에서 과제를 개념화합니다. 과제의 개념화란 현재의 문제를 일반화시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갖고 싶지만, 살 돈이 없다’라는 당면 문제를 ‘돈 안 들이고 얻는 방법’으로 일반화시키는 것입니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이 개념에 들어맞는 사례에서 힌트를 얻어, 정해진 기간에 무료로 스마트폰을 사용한 후 후기를 작성하는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광동제약의 비타500을 이 프로세스에 적용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시 소비자는 매번 물을 챙겨서 비타민C를 먹어야 하는 것을 번거롭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1단계는 ‘비타민을 챙겨 먹는 일이 번거롭다’는 문제를 정의했습니다. 2단계로 ‘약을 편리하게 먹는 방법’으로 과제를 개념화했습니다. 그리고 피로회복제를 음료로 만들어서 쉽게 마시게 한 ‘박카스’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만일 광동제약이 비타민C 제품에서만 해답을 찾으려 했다면 박카스의 ‘물약 형태’라는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제조업체인 일본 바이오 인터내셔널은 마스크를 착용하면 얼굴에 습기가 차서 위생적이지 못하고, 입이 가려져 의사소통도 어렵다는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1단계로 ‘마스크 착용의 불편함’이라고 문제를 정의했습니다. 2단계에서는 마스크의 본래 역할인 ‘이물질 유입 방지’로 과제를 개념화했습니다. 그리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먼지 유입을 막을 수 있지만, 코로 들어가는 이물질은 막을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3단계에서는 필터가 분리되는 마스크를 찾고, 필터만 찾을 수 있다면 마스크로써 충분히 제 기능을 한다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기업은 입은 가리지 않고 코에만 끼우는 마스크, ‘노즈 마스크 피트’라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아이디어 훔치기’는 전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과제를 해결하는 힌트를 발견하게 도와줍니다.

앞의 시나리오에서 김 사장의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파워케이블에 발이 걸렸을 때, 노트북이 떨어져 파손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 노트북은 애플이 만든 맥북입니다. 애플은 1단계로 ‘파워케이블에 발이 걸려 발생하는 노트북 파손’이라고 문제를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2단계로 ‘케이블 발 걸림 사고 예방’으로 과제를 개념화합니다. 마지막 3단계에서 발 걸림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이 있는 제품을 조사했고, 뜻밖의 제품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바로 일본 전기밥솥이었습니다. 집에서 신발을 벗고 사는 일본인들은 방바닥에 물건을 놓는 일이 많아 예전부터 발 걸림 사고를 고민해왔습니다. 일본 전기밥솥 업체는 발 걸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파워케이블의 끝을 자석으로 만들어 쉽게 본체에서 떨어졌다가 붙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애플은 이 방식을 노트북에 적용해 파워케이블에 발이 걸리더라도 쉽게 떨어지는 자석 방식의 파워케이블을 내놓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으로 손꼽히는 애플이 일본 전기밥솥의 아이디어를 베꼈다는 비난에 대해 스티브 잡스는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애플의 직원들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일에 더 과감해져야 한다.”

조직 내에 아이디어가 궁한 상황입니까? 그렇다면 과감하게 ‘아이디어 훔치기’를 시도해보십시오. 단,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발견한 후에 과제를 개념화하여 좀 더 넓은 영역을 조사해야 의외의 곳에서 참신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기업의 제품이나 로고 등을 그대로 베끼면 표절이지만, 아이디어를 훔치면 그것은 또 다른 창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 『세상 모든 CEO가 묻고 싶은 질문들』 중에서
IGM세계경영연구원 지음
위즈덤하우스 / 480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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