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주차장에서 차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그때 만일 오늘이 지구에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밤이라면 비즈니스 모임에 갈 것인가 아니면 저 여자를 만날 것인가를 생각했다. 나는 차 안에서 뛰어나와 그녀에게 저녁을 먹자고 말했다. 그녀는 승낙했고, 그 후 우리는 줄곧 함께이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을 때 스티브 잡스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답에 따라 필요한 행동이 무엇인지를 판단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과연 오늘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을 할 것인가?’이것은 그가 열일곱 살 때부터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하면서 ‘아니오’라는 대답이 나오면 다른 행동을 선택했다. 이처럼 잡스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데 익숙했다. 그는 매일 자신에게 중요한 질문들을 던졌고, 돌아오는 대답들을 통해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행동했다.

애플로 복귀한 직후 잡스가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은 ‘왜 이렇게 많은 제품이 필요하지?’였다. 그에 대한 답으로 제품을 대폭 줄여 핵심적인 몇 개만 남겼다. 이때 그가 고객들에게 수십 가지 제품을 보여주면서 이런 제품들이 필요하냐고 물었다면 고객들은 다 필요하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고객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자신에게 물었다. 그리고 스스로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객들에게 물어보는 대신 자신에게 물어보는 이유 중 하나는 고객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따라가면 끝이 없는 무한 루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요구는 끝이 없고 만족을 모른다. 하나를 채우고 나면 다른 것을 채우고자 한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시키면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고안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개발이 진행되고 제품이 구체화되면 ‘나는 과연 이 제품을 원하는가?’라는 한발 나아간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질문에 답하면서 우리는 다른 제품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제품과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즉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잡스는 이때 중요한 것이 용기를 내서 영혼의 목소리를 따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혼의 목소리는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그 목소리를 진정으로 느낀다면 용기는 자연스럽게 생긴다. 자신에게 솔직할수록 용기는 강해진다.

▲ 아이패드를 만든 질문
아이패드를 구상하며 던진 질문들에 대해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가 떠오릅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중간, 즉 제3의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제품은 없을까? 우리는 이 질문을 놓고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새로운 카테고리가 존재한다면 분명 노트북과 스마트폰보다 나은 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면에서 더 나아야 하는 걸까요?”

스티브 잡스는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늘 현실을 딛고 서 있는 사람이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놀라운 것을 꿈꾸면서도 그 구체적인 모양을 만들 때는 현실에 기초해 작업을 했다. 그는 자신이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고객이라는 점에서 시작했고, 당연히 휴대전화로 노트북처럼 인터넷도 할 수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사진도 편집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중간쯤 되는 제품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이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이다. 막연한 바람이 아닌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질문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잡스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찾아냈고 그에 대한 대답들을 얻었다. 그 대답들 중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에 맞는 것을 골라냈고, 그것들을 갈고닦아 가장 단순하게 하되 가장 돋보이는 제품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그가 아이패드를 만든 과정이었다. 매킨토시의 전 마케팅 담당자는 애플의 시장조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애플의 시장조사는 매일 아침 스티브가 거울을 보며 자문자답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믿음을 가졌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기 전 스스로에게 먼저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 질문에 대한 자신의 대답이 빈약하다면 애플에게 물었다.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최고들이었고, 그들 또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각자가 얻은 답으로 미팅을 하고 토론을 하며 싸우기를 무수히 반복했다. 그렇게 제품은 점점 구체화되고 애플만의 색깔이 담긴 무엇이 되어갔다.


- 『어떻게 일할 것인가』 중에서
(안상헌 지음 / 책비 / 264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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