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지갑을 열어라』(아서 어시올리 지음/미래의 창) 중에서

- 햇병아리 의사를 떠받들어 준 은행 지점장

필자는 어느 날 닥터 조에게 투자나 재산 증식 방법 등에 대해 누구와 상의를 하는지 물어 보았다.

닥터 조 : 다른 누구보다도 우선 내 거래 은행으로 간다네.

스탠리 박사 : 은행은 좀 분야가 다르지 않은가?

닥터 조 : 18년째 내 단골 은행인데 개인적인 인연이 좀 있어서….

스탠리 박사 : 어떤 인연인데?

닥터 조 : 내가 무명이던 시절 나에게 도움을 주었지…. 아무 것도 아닌 나를 귀빈처럼 대해 주었거든. 그 사람은 언젠가는 내가 성공할 사람이라고 믿는다는 듯이 나를 대하였다네.

스탠리 박사 : 정확히 은행의 누구였나?

닥터 조 : 그 은행의 지점장이었지. 그 지점장이 다른 지점으로 발령 날 때마다 나도 따라서 은행을 세 번이나 바꾸었지.

스탠리 박사 : 그 지점장을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었나?

닥터 조 : 옛날 내가 햇병아리 의사이던 시절 눈 수술에 필요한 의료 장비를 들여놓을 때였지. 장비가 비싼 데가 돈도 없으니 대출을 받으려고 전화를 했다네. 그랬더니 그때나 지금이나 그런 대출을 받자면 뭐 그리 갖추어야 할 서류가 많은지, 그 많은 서류들을 다 작성해서 제출하라지 뭔가? 그래서 내가 나는 그런 서류 이야기만 나오면 골치가 아파지는 사람이라고 했더니 그가 이렇게 묻더군. "어떤 음식을 좋아하십니까?" 그래서 내가 대답했지. "우리 집안이 프랑스계입니다. 저는 프랑스 음식을 좋아하지요." 그랬더니 그가 이런 제안을 하더군. "함께 점심 식사나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 서류에 기입할 사항들을 제가 물어가면서 기입하면 되니까요." 그런 제안에 내가 달리 무어라고 말하겠나? "그렇게까지 해 주신다면야…."라고 말할 수밖에. 우리는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는데 그가 식사 값은 은행에서 대니까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더군. 같이 식사를 하면서 대화해보니까 교양 있고 좋은 사람이더군. 거기다 자기가 말한 대로 서류 작성도 그 사람이 직접 해주었다네. 어찌나 고마웠던지. 그러니 내가 어떻게 평생 고객이 되지 않을 수 있겠나?

한 지점장의 친절함과 사람을 볼 줄 아는 판단력은 그 후 19년간 이어지는 충성 고객을 만들어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되는 햇병아리 의사를 그 은행 지점장은 예우로써 대했다. 앞날을 내다보는 눈이 그에게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닥터 조는 현재 안과의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퍼페추얼 센시티비티 은행의 중요 고객이다. 은행은 물론 다른 금융업계나 보험업계에서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미국의 백만장자 가운데 80퍼센트 이상이 자수성가한 사람들이다. 이 수치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만장자들은 대개 기억력이 좋다. 백만장자가 되기 전에, 돈 없고 이름 없는 시절에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 사람에게는 어떤 보상이 따를까? 경쟁자들보다 훨씬 수월하게 평생 고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손님을 정떨어지게 만든 은행

정보시스템 개발 업체의 대주주이자 대표 이사인 해리를 만나 인터뷰하는 도중 은행이 화제로 등장하자 해리는 몹시 흥분하였다. 그가 흥분하는 것을 보며,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언젠가 은행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해리는 자기가 거래하는 은행의 창구 직원에게 아주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해리의 사업은 잘 돼나가고 있었다. 그의 회사의 주력 상품은 전략적 정보였다. 또한 고정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매사가 순조로와 은행 부채 같은 것은 아예 없는 회사였다. 그는 단지 예금주 자격으로, 그리고 사업 운전자금의 입출금 관리를 위해 은행을 이용할 뿐이었다.
해리는 지난 4년 동안 자신의 거래 은행으로부터 어떠한 감사의 인사를 받아 본 적도 없다. 우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해리에게 은행은 그 흔해 빠진 감사의 편지나 카드 한 장 보낼 줄 몰랐다. 내가 해리와 가졌던 다음 대화를 들어보면 해리와 비슷한 중소 기업가들이 왜 거래 은행에 항상 불만을 가지고 은행을 바꾸게 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탠리 박사 : 해리, 어떤 은행을 이용하십니까?

해리 : 망할 놈의 은행이라고 부르면 딱 알맞을 그런 은행하고 거래를 합니다.

해리에게는 아홉 살 난 딸이 있는데 그 아이는 10단 기어가 달린 자전거를 사고 싶어했다. 그 아이는 지난 1년 3개월 동안 용돈을 받으면 25센트 짜리 동전은 쓰지 않고 돼지 저금통에 저금을 하여 드디어 돼지 저금통이 꽉 차게 되었다. 그렇게 꽉 찬 돼지 저금통을 가슴에 안고 그 아이는 아빠와 함께 은행에 갔다. 해리는 그 망할 놈의 은행이 동전을 미리 단위 별로 구분해서 일정액씩 묶어 가지고 오지 않으면 세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다. 그는 사업가로서의 자신과 은행의 관계를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줄을 서서 몇 분 기다린 끝에 해리의 차례가 되었다. 그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창구 직원에게 회사의 계좌 번호를 일러주며 물었다.
"아, 헬렌 양, 잔고가 얼마나 남아 있지요?"
"186,018달러 37센트 남아 있습니다." 헬렌이라는 창구 직원이 대답했다.

물론 해리는 그렇게 물어 보지 않아도 자기 회사의 계좌에 얼마가 남아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물어 본 이유는 창구 직원으로 하여금 자신이 은행의 VIP 고객임을 일깨워주려는 의도였다. 해리는 헬렌이라는 그 창구 직원이 자기가 어느 정도의 고객인지 간파했을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해리의 두 번째 요구에 대해서 그녀가 보인 반응은 우수 고객을 알아 본 은행 직원의 반응이 아니었다.
해리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돼지 저금통에 든 동전들을 동전 세는 기계로 좀 세어줄 수 있겠소? 오늘 딸아이한테 자전거를 사주려는 참이오. 오늘이 아이의 생일인데 아이가 그 동안 용돈을 아껴서 저축한 이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모자라면 내가 보태서 자전거를 하나 사려구요."
"죄송합니다, 손님. 저는 동전을 셀 수 가 없어요. 하지만 동전을 담을 종이 봉투를 드릴게요. 저쪽 구석에 있는 테이블로 가셔서 동전을 세신 다음 그 봉투에 담아 오세요. 아직 은행 문이 닫히려면 40분 남았으니 그 안에 끝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동전을 그냥 그렇게 가지고 오시면 안 됩니다."

해리는 항의하듯 소리쳤다. "내 회사 계좌를 보면 모르오? 나는 이 은행의 VIP 고객이란 말이요, 알겠소?"
그러나 그런 말도 창구 여직원에게는 안 통했다.
"규칙은 규칙입니다. 선생님, 게다가 저희가 오늘은 아주 바쁜 날이에요." 헬렌이라는 그 창구 여직원은 만민평등 사상이 투철한 모범적인 민주 시민이었다. 우수 고객이든 아니든 따질 것 없이 모든 고객을 똑같이 대했으니까.

해리가 겪은 그 비슷한 일이 미국 전역의 은행에서 일어나고 있다. 많은 중소 기업주들이 그런 망할 은행들과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리는 요즈음 회사의 여유자금을 맡길 다른 은행을 물색 중이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망할 놈의 은행과는 거래를 끊고 싶다. 그저 거리가 가까워 편해서 이용하고 있지만 사람을 이렇게 기분 나쁘게 만드는 단지 거리가 가깝다고 해서 이런 불쾌한 대접을 더 이상 받고 있을 수는 없지."

『부자의 지갑을 열어라』(아서 어시올리 지음/미래의 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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