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쇼크』(토드 브크홀츠 지음/바다출판사) 중에서

소비자를 세분화하고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IT회사들은 내로우캐스트(narrowcast), 즉 특정 고객을 목표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내로우캐스팅 비용은 물론 비싸다. 비용을 절감하는 비법은 다양한 맞춤 자료들을 저렴하고 신속하게 전파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있다. 스트림라인 이라는 보스턴의 배달업체는 어떤 고객이 뉴잉글랜드에서 겨울을 날 때 꼭 필요한 식량이나 휴지가 언제 바닥이 날지를 예측하는 특수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가 모두 검은색뿐이고 자신들이 원하는 색상이 없을지라도 사람들은 결국 포드 차를 사고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헨리 포드의 전략은 브로드캐스트(broadcast; 방송처럼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당시 포드의 이러한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 후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올바로 대응하지 못한 포드는 곤경에 처했고 결국 내로우캐스트로 무장한 제너럴모터스(GM)에 의해 추월 당하고 말았다. 제너럴모터스는 상표를 시보레(사회 초년생이나 노동자용)에서 폰티악(활동적인 젊은이용), 올즈모빌(중산층 가족용), 뷰익(상류층용), 캐딜락(최상류층용)으로 붙여가면서 내로우캐스팅과 시장 세분화에 뛰어들었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쓰다의 경우 1990년대 초 파산 직전까지 갔을 때에도 구매자들에게 100개의 핸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정보사업은 내로우캐스팅을 하면 자동차 회사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마쓰다가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100개의 서로 다른 금형, 플라스틱, 페인트가 필요했다. 하지만 야후의 개인별 비즈니스페이지는 고객이 흥미를 느끼는 사업 분야만 골라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데 별 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경제 용어로 설명하자면 정보회사들의 맞춤 서비스 한계비용은 체감한다. 일단 창업에 필요한 돈과 프로그램비용만 지불하면 이메일을 보내거나 또 다른 CD를 생산하는 데는 실질적으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금형, 소재, 플라스틱 등의 사양을 바꿔가며 늘 새로운 차를 생산해야 했던 마쓰다와 비교해보라.
특정 계층의 고객들을 일단 공짜로 유인한 다음 그들에게 더 나은 버전을 판매하는 것도 시장의 세분화 전략의 일종이다. 만일 내 친구가 인터넷에서 오디오 프로그램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고 그것을 나에게 가르쳐 준다면, 나도 곧바로 그렇게 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새로운 버전을 기꺼이 돈을 주고 살 것이다. 사람들이 무료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도록 하는 데는 사실상 비용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IT업체들은 일종의 마케팅수단으로 기꺼이 그렇게 한다. 더 나아가 다른 기술업체 중에서 그들의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협찬사와 제휴사를 찾으려 애쓴다.
우리는 거의 매주 어떤 인터넷 회사가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나 기존의 미디어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1998년 11월 아메리카 온라인(AOL)은 웹 브라우저 시스템 제작업체인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과 40억 달러의 깜짝 놀랄 합병을 선언했다. 아마도 인터넷의 짧은 역사상 가장 큰 실수는 포인트캐스트(PointCast)가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 왕국과의 합병을 거절한 일일 것이다. 포인트캐스트는 1997년을 정점으로 1년만에 슬픈 발자국만을 남기고 추락했다. 무료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데 힘이 되어줄 파트너가 없었기 때문에 포인트캐스트는 최전선에서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하이테크 기업의 이익은 기술력이 낮은 회사나 기술력이 전혀 없는 회사에게도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온라인 서점의 증가는 출판사들이 홍보하거나 발행할 수 없었던 재고 서적이나 고서적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출판사 측에서 보자면 이것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술이 가져다준 무임 승차 이윤이다. 앞으로 현명한 투자자라면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회사와 산업을 찾고자 할 것이다.

『마켓 쇼크』(토드 브크홀츠 지음/바다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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