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3년 조지 크럼은 새러토가에 있는 레스토랑의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 레스토랑에서 인기 있는 메뉴는 길쭉한 프랑스식 감자튀김요리였다. 어느 날, 크럼은 손님이 자신의 감자튀김을 두 번씩이나 주방으로 되돌려 보내 짜증이 났다. 손님의 불만사항은 크럼의 감자튀김이 너무 두껍다는 것이었다. 괴팍한 성격의 크럼은 감자를 종잇장처럼 얇고 둥글게 썰어서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후에, 자신의 요리를 모욕한 데 대한 복수로 소금을 왕창 뿌려서 손님에게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 손님과 일행이 그가 가져다준 요리를 정신없이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크럼의 ‘새러토가 칩스’는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몇 년 후 크럼은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었고, 그의 감자칩을 먹기 위해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렸다. 크럼이 자신의 감자칩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지 않은 덕분에 다른 레스토랑에서도 감자칩을 내놓기 시작했다. 감자칩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자 제과업자들도 여기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혁신의 폭포현상이 시작되었다.

오하이오 주의 윌리엄 태펜던은 1895년에 처음에는 주방에서 감자칩을 만들었지만 곧 자기 농장의 임시 공장에서 감자칩을 제조해 식료품점에 배급했다. 식료품점에서는 커다란 통 안에 감자칩을 담아놓고 대량으로 판매했고, 사람들은 감자칩을 종이백에 담아 집으로 가져갔다.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던 감자칩이 집으로 포장해가는 방식으로 확장되었고 그는 막대한 이윤을 얻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자칩은 인기를 더해갔고, 감자 깎는 기계와 자동 튀김기 같은 혁신 덕분에 감자칩 공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감자칩 공장은 각 지역에서 성공했지만 모두 동일한 난관에 부딪혔는데, 바로 신선함과 파손 문제였다. 감자칩이 레스토랑에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기름에 튀겨 곧바로 나왔을 때의 바삭하고 신선한 맛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리 조리되어 이동되고, 식료품점의 통 안에 보관되는 동안 일부 감자칩은 부스러지고 맛이 변했다.

모든 기업들이 이런 문제들을 인식했지만, 여기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은 사람은 로라 스쿠더라는 캘리포니아 출신의 기업가였다. 감자칩을 생산한 그녀 역시 신선함과 파손 문제로 고민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방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동안, 로라는 포장에 승부를 걸었다. 매일 밤 그녀는 여성 근로자들에게 왁스가 칠해진 종이를 갖고 퇴근해 그 종이를 잘 다려서 봉투 안에 넣어 다음 날 출근하게 했고, 그 봉투에 감자칩을 넣고 봉합한 후에 출하했다. 이러한 포장 혁명을 통해 감자칩을 좀 더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이제 감자칩은 새롭고 편리한 간식거리로 대량 판매가 가능하게 되었다. 셀로판과 글라신(매끄러우며 밀도가 높고 투명하게 만든 박엽지)이 발명되자 포장은 개선되었고 더 많은 혁신이 일어났다.

한 고객의 불평에서 시작된 감자칩이 탄생한 지 약 160년이 흘렀다. 그동안 감자 깎는 기계와 자동 튀김기 같은 발명은 감자칩 사업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감자칩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은 애틀랜타의 감자칩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출장 판매 영업사원 허먼 W. 레이였다. 고객들과 식료품점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들이 감자칩을 먹는 방식을 유심히 관찰했던 레이는 고객들이 여러 감자칩 중에서도 약간 황금빛이 도는, 살짝 탄 감자칩을 유독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서 그는 엄청난 사업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해 말, 테네시 주 내쉬빌 소재 바렛의 작은 창고를 인수했고 성장은 가팔랐다. 1938년 그는 비틀거리던 바렛의 애틀랜타 공장과 가드너의 브랜드를 사들였다. 그리고 이것이 훗날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감자칩으로 자리 잡게 될 거대한 제국의 시작이었다.

레이가 감자칩의 제왕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핵심적인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직관과 고객에 대한 믿음 그리고 고객들의 욕구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에 있었다. 처음부터 그는 고객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들이 하는 말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끊임없이 지식과 직관을 키워갔다. 고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는 믿음을 지키면서, 그는 배송 시스템을 혁신해나갔다. 1940년대 초반 그는 세계 최초로 쉬지 않고 감자칩을 제조하는 생산 라인을 보유한 공장을 세웠다. 그리고 1949년에는 가장 바삭하고 신선하며 먹음직스러운 황금빛을 띤 동시에 유통기한이 가장 긴 감자칩을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는 기업들을 수직통합하여 종자단계에서부터 소금 함유량이 가장 낮은 최고의 감자를 개발하기 위해서 농부들과 함께 작업했다. 연구원들은 최고의 감자칩을 위해 최적의 감자 크기와 형태 및 재배지역 그리고 겨울 동안 감자를 최상의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저장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감자칩의 맛을 보장하는 튀김용 기름 및 유통 기한도 개발했다. 소금을 뿌리는 기술과 가능한 빨리 포장하는 기술 역시 개선되었다.

1957년 레이는 미국에서 가장 큰 감자칩 제조업자로 우뚝 섰다. 오늘날 감자칩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160억 달러가 넘는다. 감자칩은 지구에서 가장 보편적이며,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맛이나 디자인을 바꿀 필요가 없는 몇 안 되는 제품 중 하나다. 오늘날도 레이의 감자칩은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세월이 변했고, 레이가 활동하던 시절보다 기회가 더 줄어들었다고 말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우리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오히려 지금이 과거 어느 때보다 기회가 많은 시대다. 우리는 혁명적인 변화의 시기에 살고 있다. 제대로 볼 줄 아는 자에게 시장 내에서의 깨달음과 활동 범위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기술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훨씬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자에게는 활짝 열려 있다.

- 『기업 혁신의 리더십』 중에서
(제인 스티븐슨 외 지음 / 명인문화사 / 29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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