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공장 직원들은 기계 앞에 서서 업무 시작을 알리는 벨 소리가 울리길 기다렸다. 벨이 울리면 일제히 자기 앞에 있는 스위치를 올리고 기계를 가동했다. 업무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두 시간 뒤에 다시 한 번 벨이 울리면 직원들의 휴식시간이었다. 기계는 멈춰 섰고 직원들은 다들 자리를 떴다. 화장실에 가는 사람도 있고 커피를 마시러 가는 사람도 있었다. 얼마 후에 다시 한 번 벨이 울렸고 직원들은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그동안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다른 방법을 몰랐어요.” 14년 동안 헤이슨샌디어커 사에서 일해 온 조립라인의 조장인 마이크 머크의 말이다.

하지만 밥 채프먼이 이 회사를 인수한 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채프먼은 배리웨밀러 사의 CEO였고, 헤이슨샌디어커 사는 채프먼이 가장 최근에 인수한 회사였다. 다른 CEO였다면 컨설턴트 팀도 데려오고 새로운 전략도 도입해서 전 직원들에게 ‘회사 수익성 개선 방안’을 설명하려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채프먼은 그와 달리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채프먼은 석 달간 푸에르토리코 출장을 막 끝내고 돌아온 론 캠벨을 불렀다. 캠벨은 이 회사에서 27년을 근무한 베테랑 직원이었다. 캠벨은 주저하다 채프먼에게 물었다. “먼저, 제가 진실을 이야기해도 내일 출근할 수 있는 겁니까?” 채프먼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 말한 것으로 인해 내일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나를 부르세요.” 그제야 캠벨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고객사에 나가 있을 때가 지금보다 더 자유로웠어요. 출장에서 돌아와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자유가 몽땅 사라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 계속 따라다니며 명령을 내리는 것 같아요. 출근할 때, 점심을 먹으러 나가거나 돌아올 때, 퇴근할 때마다 출퇴근 카드를 찍어야 해요. 푸에르토리코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저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문으로 출근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왼쪽을 돌아서 사무실로 가고 저는 직진해서 공장으로 들어올 뿐이죠. 하지만 우리는 철저히 다른 대우를 받습니다. 사장님은 그 사람들이 언제 커피를 마시고 휴식을 취할지 그들의 결정에 맡겨두시면서 저희한테는 벨이 울릴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시죠.”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마치 서로 다른 두 개의 회사가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좀 늦겠다고 집에 전화를 걸어야 한다면 사무실 직원은 그냥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걸면 됐다. 하지만 공장에서는 공중전화를 써도 될지 먼저 허락을 받아야 했다. 캠벨이 말을 마치자 채프먼은 즉시 인사팀장을 불러 출퇴근시간 기록계를 치우라고 말했다. 업무 시작 벨도 없애도록 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채프먼은 계속해서 회사에 공감대를 형성시켰고 신뢰라는 기준을 새롭게 세워나갔다. 모든 직원들이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회사를 변화시켰다.

그동안 부품 및 공구들은 자물쇠가 채워진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부품이 필요한 직원은 창고 밖에 줄을 서서 담당 직원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다달라고 얘기해야 했으며 직접 창고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좀도둑을 막아줬을지는 몰라도 경영진이 직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뇌리에 강하게 주입시켰다. 채프먼은 열쇠를 모두 없애고 철책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직원 중 누구라도 창고에 들어가 필요한 부품이나 기구를 가지고 나올 수 있게 했다. 또한 공중전화를 모두 치우고 모든 직원이 언제든지 사무실에 들어가 회사 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이든,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든 모두 똑같은 대우를 받도록 했다. 이것이 회사의 새로운 방침이 되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가 마치 한집안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서로 소속감을 느꼈고, 편안하고 존중받는 기분이 들었다. 직원들은 자기가 돌봄을 받는다고 느끼는 만큼 다른 사람을 돌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서로를 돌보는 환경 덕분에 직원들은 ‘머리와 가슴’을 모두 헌신할 수 있었고 회사도 실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채프먼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헤이슨샌디어커 사의 매출은 5,500만 달러에서 9,5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채프먼이 회사에 이러한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게 된 계기는 의외의 곳에서 시작되었다. 언젠가 그는 아내와 함께 지인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식장에서 신부의 아버지가 잡고 있던 딸의 손을 미래의 남편에게 건네주었다. “바로 저거야!” 채프먼은 깨달았다. 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못할 일이 없을 아버지가 이제는 돌봄의 책임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딸의 손을 넘겨주고 난 아버지는 자리에 앉아 이제 딸의 남편이, 마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딸을 잘 보호해줄 거라고 기대한다. “회사도 마찬가지야.” 채프먼이 깨달은 사실이었다. ‘한 명 한 명의 직원은 모두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딸이다. 회사의 리더는 마치 부모와 같이 직원의 소중한 삶을 책임져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회사에 넘겨줄 때는 그 회사의 리더가 자신들과 똑같은 사랑과 돌봄을 자녀에게 베풀 것으로 기대한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부모가 되는 것과 같고,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새로운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과 같다. 회사는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직원을 자기 자식처럼 돌봐야 한다. 회사가 그렇게 한다면 직원들은 마치 회사의 이름을 가족의 표식처럼 여기고 충성을 다할 것이다.
위대한 회사의 리더들은 돈을 불리기 위해 직원이라는 재료를 운영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직원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돈이라는 재료를 운영한다고 생각한다. 실적이 좋을수록 더 크고 튼튼한 회사를 세울 수 있는 원료가 늘어나는 셈이고 그렇게 튼튼해진 회사는 일하는 이들의 마음과 영혼을 살찌운다. 그러면 그 직원들은 다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쳐서 회사를 성장시킨다. 이런 식으로 성장의 선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리더로서 구성원들을 보호하는 것은 온전히 리더의 책임이다. 그렇게 할 때 구성원들은 서로를 보호하고 조직을 발전시킬 것이다.

-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중에서
(사이먼 사이넥 지음 / 36.5 / 360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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