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창조적으로 일한다’는 교세라를 창립하고 나서 지금까지 유지해온 내 자세이다. 나는 대학 졸업 후 세라믹 관련 회사에 입사해 파인세라믹 제조 기술을 배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자적인 나만의 기술을 개발했으며, 여러 지인의 도움을 받아 교세라를 창업했다. 초기에 교세라는 기술 수준도 낮고 회사 규모도 작았지만 1999년에는 그룹 전체 매출이 7,000억 엔을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84년에 새롭게 시작한 통신 사업체인 다이니덴덴의 매출(1조 2,000억 엔)까지 더하면 교세라는 약 2조 엔에 이르는 매출을 자랑하는 거대 재벌이다.

하지만 나도 처음부터 새로운 기술과 사업 아이디어가 샘솟는 창의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특히 오늘날 교세라가 손대는 사업 분야 대부분은 직원들의 기술력과 노력이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나는 ‘같은 일을 매일 반복하는 것’은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다. 때문에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라는 생각으로 매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늘 ‘왜 이렇게 될까’, ‘좀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늘 다니던 길, 즉 ‘이미 익숙해진 길’은 결코 걷지 않으려고 했다. 또 한 번도 뒤로 후퇴하지 않았고 앞으로만 계속 나아가려고 했다. 지금 걷고 있는 길도 전혀 새로운 길이고, 여전히 앞만 바라보며 계속 나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평소 경영자들에게 창조적으로 일하라고 호소한다. 경영자가 얼마나 깊이 생각하며 창조적으로 일하는지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바뀌기 때문이다. 간혹 ‘교세라는 정말 특별한 회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어떤 경영자라도 자신의 회사를 교세라처럼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

교세라는 창업 당시 절연재인 ‘U자 켈시마’를 만들어 마쓰시타 전기 산업에 납품하고 있었다. 당시 마쓰시타 전기 산업은 네덜란드 필립스사의 기술을 도입해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개발한 U자 켈시마는 그 브라운관에 들어가는 부품이었다. 교세라는 U자 켈시마에 이어 ‘캐소드 튜브’도 개발했다. 텔레비전의 작동 원리는 전자총으로 전자를 쏘면, 이 전자가 브라운관에 발린 형광물질에 부딪혀 빛을 내며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전자를 방출하려면 브라운관의 음극인 캐소드를 가열해야 한다. 캐소드를 가열할 때에는 고압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절연재를 쓰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하다. 교세라에서는 이를 위해 아주 얇으면서도 절연성이 높은 캐소드 튜브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 제품도 마쓰시타 전기 산업에 납품하게 되었다. U자 켈시마와 캐소드 튜브는 브라운관의 핵심 부품이었기에 꾸준히 팔렸고, 교세라가 안정된 조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주었다.

단일 제품이 특정 회사에 대량으로 납품되어 이익이 나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하나는 ‘다른 고객은 없는가’였고 또 다른 하나는 ‘현재 잘 팔리는 제품을 또 다른 제품으로 응용할 수 없는가’였다. 그때 내 머릿속에 ‘브라운관 시장은 앞으로 계속 넓어질 거야. 그렇다면 지금 만드는 절연 제품을 도시바나 히타치에 납품할 수 있을지도 몰라. 회사가 성장하려면 그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동시에 ‘브라운관은 진공관의 일종이야. 그렇다면 브라운관에 사용하는 절연재를 라디오의 진공관에도 쓸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 예상은 모두 들어맞았고 교세라의 판매 시장은 더욱 넓어졌다.

만일 당시 교세라가 마쓰시타 전기 산업의 부품을 안정적으로 납품해 이익을 내는 데에만 만족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라디오 진공관은 모두 트랜지스터로 대체되어 시장에서 사라졌다. 브라운관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절연재를 따로 쓰지 않고 부품에 직접 절연 재료를 코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그토록 어렵게 개발했던 U자 켈시마와 캐소드 튜브도 필요 없게 되었다. 자칫 잘못했더라면 지금쯤 “아, 그때가 좋았어”라고 옛날을 그리워하며, 뒤늦게 다른 업종에 뛰어들려고 우왕좌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나는 어떻게든 더 많은 주문을 받으려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늘 궁리를 거듭했다. 진공관에 쓰일 절연재를 생각해낸 다음에는 ‘세라믹이 반드시 전자 제품에만 쓰이라는 법은 없지’ 하면서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렸다. 세라믹은 고온에 강하고,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하며, 잘 마모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렇다면 ‘마모가 심하게 일어나 문제가 되는 곳에 세라믹을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 잘 마모되지 않는 부품이 필요한 회사부터 찾기 시작했다.

당시는 섬유 업계에 나일론 같은 화학섬유가 등장하던 때였다. 나일론 실은 질기고, 제조 공정에서 실이 기계 속을 지나가는 속도도 아주 빠르다. 따라서 실이 지나가는 부분에 사용되는 금속이 금세 마모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개발을 시작했고, 드디어 섬유 제조 기계에도 세라믹 부품이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세라믹 부품이 필요한 산업 분야가 또 어디 없을까’ 하고 끊임없이 궁리했다. 궁리를 거듭한 끝에 새롭게 발견한 것은 트랜지스터였다. 나는 트랜지스터의 헤더 부분을 세라믹으로 만드는 일에 도전했고 마침내 성공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진공관이 시장에서 사라지자, 그 대신 사용되는 거의 모든 트랜지스터에 교세라의 세라믹 부품이 들어갔다. 그리고 곧 트랜지스터를 대신해 널리 쓰이게 되는 IC(집적회로)의 시대가 찾아왔을 때에는 세라믹 IC 패키지도 개발했다.

지금까지 말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처음부터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또 트랜지스터 시대가 찾아와 진공관이 사라지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만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창의적으로 연구하다 보니 새로운 분야가 눈에 들어왔고, 그때마다 과감하게 도전했을 뿐이다. 오늘날의 교세라는 이런 자세를 변함없이 유지한 끝에 얻은 결과물이다. ‘항상 창의적으로 일하는’ 자세야말로 중소기업에서 중견 기업으로, 중견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기본 조건이다.

- 『바위를 들어올려라』 중에서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 서울문화사 / 528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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