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장난감 업체인 레고는 1998년 적자를 기록하며 1932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빠진다.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연평균 14퍼센트씩 성장하는 황금기를 구가했던 레고였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1993년 성장의 정점을 찍은 레고는 2002년까지 10년간 16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레고의 위기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이었다. 1990년대 들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등 전자 게임기들이 등장하면서 레고의 인기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1988년 레고 특허권이 만료된 이후 중국산 모조 레고 브릭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의 출산율마저 떨어지면서 어린이 장난감 시장의 위축을 불러왔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레고의 처방은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이었다. 2003년 본사 인력 8,000명 가운데 무려 3,500여 명의 직원을 내보냈고, 1만 1,000여 개에 달하던 원재료 조달업체 수도 2,200여 개로 줄였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생존을, 경영 혁신은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날씬해진 레고의 매출은 2005년 이후 10년 동안 무려 5배나 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체질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전 세계 경기가 침체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2007~2011년, 레고는 순이익을 4배로 늘리는 ‘나 홀로 성장’을 누렸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아날로그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지만, 레고는 오히려 폭풍 성장을 하고 있다.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5가지 생존과 성장 핵심 비결을 너무나 완벽하게 적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本, 첫 번째 성장 리더십 비결: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레고는 다시 살아났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회사는 혁명적인 결단을 내린다. 그때까지 가족 경영을 고집해오던 크리스티얀센 가문은 급기야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 경영인 체제를 선언한 것이다. 2004년 매킨지 컨설턴트 출신인 예르겐 비 크누스토르프가 레고의 위기를 진화할 소방수로 선발됐다. 레고의 CEO로 취임한 그는 세계 각국의 가정과 소매상을 직접 방문해서 장난감에 대한 고객들의 생각과 욕구를 자세하게 조사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린 처방은 한마디로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뜻의 ‘브릭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rick)’였다. 크누스토르프는 레고다움을 회복하는 것만이 경쟁력을 되찾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기 위해 창립 당시의 놀이 철학으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력力, 두 번째 성장 리더십 비결: 레고의 힘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고객력에 있었다. 고객 만족을 위해 레고는 브릭이라는 원래 놀이의 핵심을 되찾고, 전통적 재미인 조립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이를 위해 브릭의 종류를 간소화하고 단순화해 나갔다. 1990년대 중반 4,000여 개였던 레고 브릭의 종류는 2004년 1만 4,200개로 늘어나 있었다. 늘어난 브릭의 종류는 제품군 간의 호환성을 떨어트렸다. 크누스토르프는 브릭의 종류를 7,000개로 다시 줄이고, 표준 브릭 사용 비율을 70퍼센트로 높였다.

촉觸, 세 번째 성장 리더십 비결: 레고는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을 제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시켰다. 레고가 고객들을 제품 개발·개선에 적극 참여시키기 시작한 것은 1998년 마인드스톰(Mindstorm)이란 제품을 출시했을 때부터다. 이 제품은 소비자들이 소프트웨어를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설치하고, 조립도 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그런데 제품 출시 불과 3주 만에 한 인터넷 사용자 그룹이 이 소프트웨어를 자신들의 기호에 따라 바꾸어 배포하면서 수백여 명의 지원자가 참여하여 더욱 효율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레고의 엔지니어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레고는 처음에 소송을 하려고도 했지만, 결국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차기 버전부터는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나아가 레고는 2004년 온라인상에서 스스로 레고를 설계할 수 있는 레고 디지털 디자이너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는 레고의 고객층을 대폭 넓히는 결과로 나타났다. 레고를 잊고 있던 어른들이 다시 흥미를 느끼기 시작해 ‘레고의 성인 팬’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어른들이 레고를 대량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에 대한 정확한 촉이 레고의 성장 동력을 다시 만들어낸 것이다.

파破, 네 번째 성장 리더십 비결: 앞서 봤듯이 레고의 위기 극복 방식은 ‘장난감은 아이들의 것’이라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버리면서 시작됐다. 기존 관념을 깨고 버리자 생존과 성장의 길이 열린 것이다. 레고의 혁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레고는 친환경 시대를 맞아 오는 2030년까지 현재의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레고는 1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지속 가능한 재료 센터’를 설립, 1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을 고용하기로 했다. 레고의 1세대 소재는 나무, 2세대는 플라스틱이다. 친환경 신소재의 개발은 레고에게는 새로운 도약을, 어린이들에게는 안전을 선사할 전망이다.

복復, 다섯 번째 성장 리더십 비결: 1932년에 창립된 레고는 수십 년간 승승장구하다 21세기에 들어와 파산 위기에 몰렸지만, 강력한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으로 되살아났다. 만약 이때 역경에 쓰러졌다면 레고는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레고는 혁신했고 다시 살아났다. 복원력을 경험하면서 바운스백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마침내 레고의 DNA에는 복원력이 새겨지게 됐다. 100년 생존 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얻은 것이다.

- 『어떻게 생존하고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중에서
(김현중 지음 / 미래의창 / 247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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