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종합할인점 돈키호테의 창업주인 야스다 다카오. 그는 실직 이후 마작과 막노동으로 지내다 29세에 저렴한 물건을 받아다가 대충 팔아보겠다는 마음으로 ‘도둑시장’이라는 점포를 냈다. 그 후 1989년에 ‘돈키호테’를 창업하여 27년 연속 매출과 수익이 증가하는 위업을 달성해오고 있다. 기적과도 같은 성장을 이뤄낸 돈키호테의 비결을 열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권한 위양과 주권재현
현대 소매업의 왕도로 불리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본부에 정보와 권한을 집중시켜 점포 운영의 표준화 및 효율화를 도모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돈키호테의 방법은 이와 정반대다. 주권재현(主權在現), 즉 ‘주권은 현장에 있다’는 슬로건 아래 상품 구매부터 가격 설정, 매장 구성까지 모든 권한을 현장에 일임한다. 각 매장 담당자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상품을 구매할 전적인 권한과 재량권을 갖는다.

② 심야시장
2000년대 초반 당시, 돈키호테 매장이 가장 붐비는 황금 시간대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가장 한가한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일반적인 점포와는 정반대의 양상을 띠었다. 돈키호테는 ‘한밤의 보물찾기’라는 그 시절 젊은이들의 잠재 니즈를 현실화했다.

③ CVD+A
‘보다 편리하게(CV, convenience)’, ‘보다 싸게(D, discount)’, ‘보다 즐겁게(A, amusement)’는 돈키호테의 변하지 않는 영업 콘셉트이다. 이 세상에 편리(CV)한 점포나 싼(D) 가게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것은 ‘1+1=2’의 효과를 낳는 데 불과하다. 편리하고 값싼 것은 물론이고 여기에 즐거움(A)까지 더해야 ‘1+1=무한대’의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객들은 돈키호테에서 설렘이나 일종의 괴이함을 느낀다.

④ 화장지부터 명품까지
돈키호테에는 무엇이든 있다. 일상용품에서 의료품, 의류, 잡화, 화장품, 가전제품, 나아가 롤렉스나 루이비통, 샤넬 등의 고급 브랜드까지 포괄한다. 한 점포 안에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것이다. 300평 규모의 매장에는 4만 가지 품목에 이르는 상품들이 즐비하다.

⑤ 압축 진열
돈키호테의 매장 면적은 종합슈퍼마켓의 5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한 평당 100가지 이상의 품목을 꽉 채운 압축 진열 덕분에 매장은 흡사 정글과 같다. 이것이 ‘매장 탐험’, ‘진열대 속 보물찾기’라는 쇼핑의 즐거움으로 이어져 돈키호테 특유의 분위기와 매력을 만들어낸다. 또한 압축 진열을 하면 판매 효율이 높아지고, 창고나 작업장 등 매장 외의 공간이 필요 없어진다. 돈키호테에는 모든 상품이 점포 안에 진열된다. 물론 유통재고도 없다.

⑥ 들러리 상품
들러리 상품이란 지명도는 없지만 확실한 가치가 있는 상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유명 제조업체에서 만든 제품과 성능은 동일하지만 브랜드의 지명도가 없어서 가격이 저렴해도 잘 팔리지 않는 상품들이다. 들러리 상품은 소비자에게 소구할 자체적인 힘이 없기 때문에 판매자 측에서 이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즉, 가격이 저렴하다거나, 성능이 좋다거나, 무명업체지만 기술력이 뛰어나다거나 하는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해야만 비로소 가치가 생겨난다. 들러리 상품은 구입 단가가 낮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도 순이익은 상대적으로 높다.

⑦ POP 홍수
돈키호테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연출하는 또 하나의 명물이 바로 POP이다. 점포 곳곳에 다채로운 색상의 POP가 넘쳐난다. 대부분이 직접 손으로 쓴 것들인데 ‘많이 팔릴수록 돈키호테는 적자’, ‘원가보다 싸기 때문에 종업원은 구입 불가!’ 등 웃음이 피식 나올 만큼 센스 있는 글귀들이 시선을 끈다. 담당자의 정열이 가득 담긴 POP는 스팟 상품이나 들러리 상품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⑧ 변화 대응 능력과 고객 최우선주의
주권이 현장에 있기에 돈키호테는 변화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 돈키호테의 업무에는 매뉴얼이 없다. 매뉴얼을 제공하면 일시적으로는 업무 효율이 높아질지 모르지만 창조성이 떨어진다. 이래서는 순간순간 돌변하는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

⑨ 고객 친화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파는 물건은 판매자부터 젊어야 한다. 돈키호테는 해당 매장에 고객 친화도가 가장 높은 종업원을 우선적으로 배치한다. 돈키호테의 상품기획은 항상 신선하고 틀림없다는 평가를 받곤 하는데, 이런 고객 친화 원칙이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⑩ 물건이 아니라 유통을 판매한다
돈키호테는 상품이 아니라 유통을 판매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돈키호테의 독자적인 상품 집하 및 구비 방식, 진열과 판매, 가격 책정과 각종 프로모션, 점포 구축, 나아가 상품 담당자의 생각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유통행위가 물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다른 매장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구매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 『돈키호테 CEO』 중에서
(야스다 다카오 지음 / OCEO / 192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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