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8월, 자이레 동부의 부카부에서 가장 큰 양조회사인 하이네켄 브랄리마는 맥주를 한 병도 생산하지 않았다. 대신 수천 병의 세럼을 실은 트럭들이 회사에서 근처 도시인 고마로 향했다. 그곳에는 후투족 난민 수십만 명이 콩나물시루 같은 캠프촌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그들은 같은 해 4월에 투치족에 의한 후투족 대량학살로 시작된 르완다 내전을 피해 그곳으로 왔다. 안타깝게도 난민캠프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재앙이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치사율이 50%에 이르는 콜레라의 발발이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콜레라로 사망했다. 국제적인 도움은 늦거나 부족했다.

하이네켄 자이레 지사에 총지배인으로 새로 부임한 서른두 살의 장 프랑수아 반 복스미어는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는 데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복스미어가 휴가차 벨기에 집에서 르완다와 자이레 상황을 다룬 뉴스를 보고 있던 어느 여름날, 그의 처남이 복스미어에게 말했다. “식민지 시절 아프리카의 한 병원에서 근무했던 이웃집 의사가 그러는데 1950년대에 콜레라가 발생했을 때 양조공장에서 생산되는 세럼으로 콜레라하고 싸웠대요.” 복스미어는 즉시 이웃집 의사를 찾아가 필요한 재료들을 적었다. 그리고 구매부에 전화해 필요한 재료를 사서 양조장이 있는 고마로 실어 보내게 했다. 며칠 후 복스미어는 기술 담당자와 함께 직접 고마로 날아가 세럼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맥주 생산을 중단하고 병을 모두 세럼으로 채웠다. 당시 고마의 상황에 대해 유엔 관계자는 “지옥이 다시 나타난 것”이라고 묘사했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라고 했다. 거리에서는 불도저로 시체를 치우고 있었다. 세럼은 콜레라에 감염된 사람들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진정한 해결책은 사람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미군이 들어와 정수시설을 설치하고 나서야 콜레라가 사라졌다.

이러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복스미어는 콩고에서 하이네켄의 시장 점유율을 두 배로 늘리는 데 성공했고, 그 자신과 직원 그리고 가족들을 내전으로부터 지켜냈다. 그 후 복스미어는 폴란드와 이탈리아 지사장을 거쳐 2005년에는 마흔넷의 나이로 하이네켄 인터내셔널의 회장 겸 CEO로 선임되었다. 하이네켄 창립자 가족이 아닌 사람으로서는 두 번째였고 그때까지 최연소 CEO였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그 자리에 있다. 복스미어가 정상에 오르는 과정과 그동안 그가 겪은 경험들로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 새로운 길을 개척하라
많은 사람들이 런던, 뉴욕, 홍콩 같은 도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나중에 정상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복스미어의 예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벗어나도 정상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아프리카에서 3년만 일하기로 계약했습니다. 나중에 런던, 뉴욕, 파리를 잇는 중심축에 안착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죠. 하지만 일이 다르게 풀리기 시작했고 저는 르완다, 자이레, 폴란드를 잇는 축에 10년 이상을 머물렀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것 때문에 CEO가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복스미어가 서른한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총지배인이 된 것은 자이레에서였다. “제가 그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운이 아니라 상황의 조합 때문입니다.” 복스미어가 서유럽이나 미국에서 근무했다면 그처럼 젊은 나이에 총지배인이 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CEO가 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정상에 오르는 방법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복스미어의 사례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CEO가 되기 위해 20년 앞을 내다보며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복스미어는 말한다. “당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을 잘 하십시오. 그리고 다음 단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 흐름에 거슬러 가야 한다
복스미어로부터 배울 수 있는 두 번째 교훈은 결정적인 순간에 과감하게 흐름을 거슬러 가야 한다는 것이다. “콜레라와 싸우기 위해 세럼을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누구도 그 결정에 대해 이견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순간적으로 제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고 회사는 많은 금전적 부담을 안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옳은 결정이었습니다. 승인을 구해서는 안 되는 결정이었죠. 과연 제 상사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소중한 일이지만 우리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을까요? 아닙니다. 기업가가 되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때로는 당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과감한 결정이 당신이나 회사에 금전적으로 손해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가 떠오르고 인정받는 것은 바로 이런 순간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와 비슷한 순간들에 직면할 수 있다. 물론 흐름을 거슬러 간다고 해서 반드시 회사의 이익을 거스르라는 뜻은 아니다. 단지 시간과 돈보다 더 큰 가치로 이익을 정의한다는 것이다.

▲ 얻고 싶다면 먼저 베풀어야 한다
하이네켄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르완다 내전 중에 자이레로 피신하여 난민 신세가 되었을 때, 복스미어가 이끄는 하이네켄 자이레 지사는 이들을 모두 받아주고 지원했다. 복스미어는 말했다. “사람들과 일한다면 주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회사가 클수록 거기에 따르는 비용이나 위험도 커집니다. 하지만 직원들과는 사회적 계약을 한 겁니다. 얻고 싶다면 먼저 베풀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반드시 리더가 기억하고 준수해야 할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 『CEO의 이력서』 중에서
(피터 반햄 지음 / 이터 / 33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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