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슬레이어 『기업합병의 천재들』(좋은책만들기)중에서

시스코는 회사를 인수할 때 100% 고용승계를 보증한다. 지금까지 기업인수를 통해 시스코에 새로 합
류한 직원의 이직률은 업계 평균치의 1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수치는 결코 우연의 소치가
아니다. 회사를 인수한 후에도 직원들의 고용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시스코의 역량은 CEO 챔버스가
기업인수 거래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요인 중 하나다. 즉 시스코가 직원들을 계속 고용할 수 있는
지의 여부가 그 회사의 인수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되는 것이다.

"막 인수한 회사의 직원들은 매우 불안해 보입니다. 그들의 불안감을 없애주고,
나아가 행복하게 해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챔버스는 이렇게 덧붙여 말한다.

"그들에게 미래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들이 이전에 하던 일이 아니라, 더 많은 제
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새로운 회사에 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 밖에
도 보여줄 게 많습니다. 이런 점들을 사람들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요. 오직
직원 수를 늘리는 것만이 목적일까요? 직원들에게 겨우 급료를 지불할 정도라면
그 회사를 가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인수를 강행한다면 심각한 곤란에 부딪힐 게
뻔하니까요."

새로운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시스코의 노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일화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소개된 적이 있다. 시스코가 광섬유장비 생산업체인 세렌트를 인수했을 때의 일이다. 합병
소식이 발표된 날 시스코는 새 가족이 될 세렌트의 직원들에게 시스코의 주주에 대한 자료, 최고경영
진 7명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그리고 두 회사의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휴가, 퇴직, 의료보험
등)을 비교한 여덟 장의 차트가 담긴 파일을 나눠주었다. 예를 들어, 2년에 한 번씩 직원들의 안경이
나 1회용 렌즈 비용을 부담 해 주던 세렌트와 매년 부담해 주는 시스코를 비교하는 식이다.

그 후 이틀 동안 시스코는 세렌트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줄이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새로
운 환경과 업무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일련의 질의응답시간을 제공했다. 그리고 합병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후 1주일 안에 세렌트의 직원들은 새로운 ID와 명함,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깔린
개인 컴퓨터, 심지어 시스코 시스템에 연결된 새로운 음성 메일 계정까지 할당받았다.

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시스코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챔버
스는 1995년 그가 CEO로 취임할 당시 시스코의 시장 가치 규모 90억 달러를 현재 그 50배의 규모로
성장시켰다. 1990년 회사가 나스닥에 상장되던 당시의 주가는 18달러였으나 오늘날은 1만 4천 달러의
가치를 갖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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