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을 기만하고 바다를 건넌다는 뜻으로 적의 맹점을 찌르는 전략
서기 643년 당 태종 이세민이 요동정벌을 위해 30만 대군을 일으켰다. 그러나 대군을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바다에 도착한 태종은 난생처음 보는 망망한 바다의 위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태종은 도무지 바다를 건너 요동으로 진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태종은 두려움에 휩싸여 바다를 무사히 건널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라고 지시한 뒤 출정을 계속 연기했다. 총사령관 장사귀를 비롯한 신하들은 태종의 두려움을 없앨 갖은 방법을 모색했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설인귀가 한 가지 교묘한 계책을 짜냈다.

“폐하, 어촌에 사는 부호 노인이 바다를 건너는 데 필요한 군량을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폐하께서 직접 치하해 주옵소서.”
태종은 장사귀가 가지고 온 기쁜 소식에 제장들을 거느리고 부호의 마을을 방문했다.
마을은 기이하게도 오색찬란한 휘장과 장막으로 가려져 있어 주위를 둘러보려고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태종이 기이하게 여기고 있을 때였다. 마을에서 한 노인이 나타나 황제와 장군들을 대궐 같은 집으로 안내했는데 마루에는 융단이 깔려 있고, 방에는 산해진미가 가득한 주안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태종은 망망대해 때문에 가슴 졸이던 두려움을 잊고 산해진미와 무희들의 흥겨운 가무에 취해 몇 날 며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고 집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태종은 깜짝 놀라 장막을 거두라고 지시했는데, 이윽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마을은 온데간데없었다. 부호의 집은 바로 망망대해에 떠 있는 함선이었던 것이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태종의 물음에 장사귀가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폐하,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하오나 이 방법만이 폐하를 모시고 안전하게 바다를 건너는 길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제 곧 배가 해안에 닿을 것입니다.”

태종은 신하들이 자신을 속인 사실에 화가 났으나, 그토록 두렵던 바다를 이미 건넜다는 사실에 기뻐 용서하였다. 배가 해안에 닿자 계책을 마련한 설인귀는 태종 앞에 무릎을 꿇고 그간의 정황을 말하고 사죄하였다. 태종은 바로 그가 부호 노인이었고, 이 모든 전략을 꾸몄음을 알고 그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폴크스바겐의 미국 기습 전략
전 세계에 414개의 계열사를 둔 글로벌 기업 폭스바겐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11.5%를 점유하고, 34만 명의 종업원이 500만 대의 차를 생산하는 세계 4위의 자동차 회사다. 그러나 폴크스바겐도 사업 초기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명제 앞에서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힌 경험이 있었다. 당시 수입 자동차의 상륙을 가로막는 미국 시장의 제약 중 가장 큰 걸림돌은 두 가지였다.

첫째가 시장 선도자의 방해 전략이었다. 이미 미국 시장에 진출한 수입 자동차 회사들과 미국 내의 자동차 회사들은 후발주자를 미국 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진입 저지 전략을 펼치고 있었다. 둘째는 즉각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수입차의 한계였다. 수입차의 애프터서비스 문제는 심각했다. 수입차는 고장이 나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지정된 정비소가 있는 먼 거리까지 가야만 했다. 정비소에 가도 부품이 없으면 부품이 본국에서 조달될 때가지 무턱대고 기다려야 했다. 결국 소비자는 손쉽게 미국산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폭넓은 애프터서비스망을 이미 보유한 메이저 수입 자동차를 선택했다. 실제로 당시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수입차의 주된 실패 원인은 애프터서비스의 문제였다.

폴크스바겐은 두 가지 문제를 하나의 전략을 통해서 풀어냈다. 폴크스바겐은 미국에 진출하기 전 극비리에 미국 전역의 자동차 정비소와 계약을 체결했다. 자동차 정비소에 정비는 물론 자동차 판매까지 겸하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이다. 이 계약으로 자동차 정비소는 수익모델이 두 가지로 늘어났다. 그동안은 정비업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수입차 딜러라는 또 다른 수익모델이 생겼으니 정비소는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형국이었다. 폴크스바겐과 계약하겠다는 정비소는 극비리에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폴크스바겐은 미국 전역에 걸친 극비 계약이 종료된 후 전격적으로 미국에 상륙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혁명과 같은 사건이 일어난 날이었다. 미국 소비자들은 집 근처의 자동차 정비소에서 차를 구매하고, 그곳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기습의 결과는 완벽한 성공이었다. 폴크스바겐의 전략은 최단 시간에 폴크스바겐을 미국에 정착시킨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성공 전략이었다.
혁명과도 같은 기습 작전의 성공으로 폴크스바겐은 그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로 기록되었다. 마케팅에서 만천과해를 활용한 전략과 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사건이었다.

- 『위대한 기업 36계 전략으로 승부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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