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운동선수들의 글로벌 아이콘인 나이키는 선수용 신발, 장비, 의류 등 다양한 범주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그 출발은 엘리트 장거리육상선수용 스포츠화에서부터 유래했다. 나이키의 이야기는 한 회사가 어떻게 하나의 타깃 시장으로 들어가 성공을 거머쥐고, 거기에서의 성공을 어떻게 활용하여 다른 세그먼트로 확장하는 발판으로 삼았는지 보여주는 가장 흥미로운 사례를 제공한다. 단돈 1000달러로 시작한 회사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의 하나가 될 수 있었을까.

1964년, 필 나이트는 스탠퍼드경영대학원 시절 한 수업의 연구 과제에서 발전시킨 자신의 비즈니스 플랜을 계속해서 가다듬고 있었다. 당시 나이트는, 장거리육상선수용 스포츠화를 미국에서 디자인하고 일본에서 제조해서 미국 시장에 내다 팔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개인 최고 기록 1마일 4분 10초의 오리건대학교 장거리육상선수였던 나이트와, 나이트의 트랙 코치였던 빌 보워먼은 당시 선수용 스포츠화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독일제품들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독일제 스포츠화는 장거리육상선수들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치명적 결점을 갖고 있었다.

장거리육상선수들, 특히 나이트와 같은 엘리트 장거리육상선수들은 여타 운동선수들과는 다른 스포츠화가 필요했다. 대개의 장거리육상선수들은 매일 10km 이상을 뛰었다. 심지어 한 주에 140km 이상을 뛰는 경우도 흔했다. 게다가 달리는 길이 대부분 비포장도로여서 고르지 못한 지면과 자갈, 바위 등으로 발목이 삐기 십상이었고, 시골 도로에서 오래 뛸 경우 정강이 뼈 통증이나 발, 발목, 다리 등에 스트레스성 골절이 일어나기도 했다. 보워먼은 당시 시장에 나와 있던 신발보다 쿠션이 더 좋고(오랜 훈련 때문에 생기는 반복적인 충격을 완화시켜 준다), 측면 안정성이 뛰어나고(발목 부상을 줄여준다), 더 유연하고 가벼운(기록을 단축시켜 준다) 스포츠화를 만들면 장거리육상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다.

한편, 나이트는 스탠퍼드대학원에서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아시아의 공장들을 이용하면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독일 경쟁자들보다 훨씬 싼 가격에 선수용 스포츠화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로써 장거리육상선수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스포츠화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이냐의 문제만 남게 되었다. 그 해답은 보워먼의 부엌에서 나왔다(이 이야기는 이제 거의 전설이 되다시피 했다). 보워먼은 아내의 와플 굽는 틀과 약간의 라텍스를 갖고 신발 밑창이 격자무늬인 신발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울러 그들은 가벼운 나일론 천을 사용함으로써 러닝화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었다.

나이트와 보워먼은 각각 500달러씩 출자하여 블루리본스포츠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보워먼이 디자인하고 일본의 오니쯔카 타이거가 제조한 스포츠화를 ‘타이거’라는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내놓았다. 사업 첫 해인 1964년 블루리본스포츠는 러닝슈즈 1300켤레를 팔아 간신히 8000달러의 매출을 거두었다. 그렇게 5년 동안 나이트는 낡은 스테이션왜건을 타고 모든 육상경기대회를 누비고 다니면서 스포츠화를 팔았다. 그러자 시장이 서서히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타이거를 신고 뛰는 선수들이 경기에서 우승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블루리본스포츠는 오니쯔카 타이거와 불화로 결별하고 난 뒤, 1972년 미국 올림픽 예선경기에서 나이키 브랜드를 도입했다. 1972년 올림픽 마라톤에서 7위권 안에 든 선수 가운데 네 선수가 나이키를 신고 뛰었다. 1974년, 10년의 노력 끝에 마침내 밑창이 격자무늬인 나이키 스포츠화는 미국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훈련화로 등장했다. 나이키는 유명해졌고, 1978년 회사의 명칭도 블루리본스포츠에서 나이키로 바뀌었다.

1970년대 중반, 나이키는 몇 가지 능력을 개발한 덕에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필 나이트는 자사 디자이너들이 설계한 혁신적인 스포츠화를 아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아웃소싱 방식을 통해 생산 비용을 낮췄다. 또한 나이트의 디자이너들은 엘리트 운동선수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 그들의 니즈를 알아내는 기법을 배움으로써, 선수들의 성적을 높이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부상을 막아주는 스포츠화를 디자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이트와 그의 팀은 이러한 역량을 각기 다른 종목의 운동선수 스포츠화 세그먼트에도 적용하면, 각 스포츠의 필요에 따라 특별 맞춤된 고성능 스포츠화를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1978년 유명한 테니스 선수 존 매켄로와 계약을 맺으면서, 테니스화가 또 다른 성장 사업으로 등장했다. 같은 해에 보스턴 셀틱스와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가 나이키의 새 농구화를 신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1983년 자사의 제품을 스포츠화뿐만 아니라 의류로까지 확장했다. 1985년에는 러닝화용으로 개발한 에어쿠션 기술에 바탕을 둔 새로운 농구화 생산라인을 위해, 마이클 조던이라는 유망한 신인 농구선수와 계약을 체결했다. 조던은 농구 사상 최고의 선수가 되었고, 그 결과 에어조던 농구화는 미국 모든 10대들이 선망하는 제품이 되었다.

- 『성공하는 사업의 7가지 원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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