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은 사업기회를 최대한 키운 후에 이뤄져야 한다.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기회의 최대화작업이 수반된다. 기회를 확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가장 보편적인 것이 제공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필요로 하는 고객층, 채널, 다른 형태의 상품으로 영역을 확대시켜 보는 것이다. 기업에서 시장을 확대시키는 대표적인 방법이 다각화전략이다. 기업의 다각화전략 사례를 찾아보고, 거기서 시장확대의 적용 및 활용 방법과 의미를 알아보자.

버진그룹, 즐거운 가치를 확대하다
리차드 브랜슨에 의해 설립된 버진그룹의 사업출발점은 생활주변에서 발견된 작은 기회에서 비롯되었다. 1950년 영국에서 태어난 브랜슨의 첫 사업은 가장 가까이에서 접했던 학교문제로부터 시작됐다. 학교의 부조리한 교칙(체벌, 교회 및 응원의 의무적 참가, 라틴어 교육 등)에 불만이 많았던 브랜슨은 16세 때 규칙과 기존 관습에 저항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학생잡지 《스튜던트(Student)》를 발간한다. 학생들의 문제를 담아내던 이 잡지는 이후 <스튜던트 카운슬링 센터(Student Counseling Center)>로 발전했다.

잡지를 통해 많은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함께하던 브랜슨은 그들이 음악을 듣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레코드를 사는 데 많은 돈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971년 브랜슨은 동료 닉과 함께 우편통신으로 음반할인판매를 시작했고, 영국 옥스퍼드가에 첫 사무실을 열면서 버진그룹의 시초인 버진레코드를 탄생시켰다. 그 후 브랜슨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레코드를 들을 수 있고, 사고 싶은 레코드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그것은 그들이 모는 자동차나 영화, 의류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의 하나였고, 틴에이저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버진레코드의 서비스는 매우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그들은 그저 단골이 아닌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고객이 되었다. 이러한 아이디어와 서비스의 성공으로 버진레코드는 1972년 버진레코딩스튜디오로, 1973년에는 버진뮤직으로 확장됐다.

곧이어 브랜슨은 대화와 공감의 형성으로 사업을 확대시킨다. 생활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감이 어울리는 영역이 어디인가를 검토했다. 그러다 항공사를 운영할 의사가 없느냐는 아주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당시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이라는 거대기업이 버티고 있는 항공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누가 봐도 무모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에 비해 더 많은 가치와 재미를 제공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은 기내에서 비디오ㆍ음악ㆍ게임은 물론 목욕ㆍ미용ㆍ안마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고, 또한 모임을 가질 수 있게 배려하는 등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고객들은 매우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여행할 수 있었다. 버진애틀랜틱이 제공한 항공경험에 대해 형성된 좋은 이미지는 버진이 이후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때 큰 역할을 했다.

버진그룹은 버진뮤직ㆍ버진애틀랜틱 등 이전 사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마케팅기법을 토대로 1980~1990년대에 걸쳐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간다. 방송ㆍ호텔ㆍ비디오산업ㆍ출판사ㆍ광고ㆍ철도ㆍTVㆍ화장품ㆍ영화ㆍ금융ㆍ게임ㆍ의류, 심지어는 코카콜라의 아성에 도전하며 등장한 버진콜라까지, 생활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모든 것에 관해 남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했다. 1999년에는 종합 연예ㆍ스포츠ㆍ레저 사이트인 버진넷(www.virgin.net)을 개설해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사이트의 하나로 성장시켰으며, 버진모바일은 도이치텔레콤과 합작투자해 무선인터넷시장에 진출했다.

버진그룹의 사업확장방식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해 손쉽게 기업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본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거대그룹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영역의 틈새를 노린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기회를 발견하고 흥미를 느끼면 도전하는 방식이다. 즉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그 가치를 바탕으로 확산 가능한 사업에 진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서로 아이디어와 가치를 공유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따라서 사업들 간 연관성은 매우 동떨어진 것으로 느껴지지만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브랜슨은 2006년까지 200여 개의 독창적 회사를 설립했으며, 버진그룹의 연매출은 200억 달러에 달한다.

-『마켓 크리에이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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