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이 칸 지음/박은정 옮김/소담출판사/287쪽/9,000원)

스위스의 철도는 잘 발달되어 있어서 국토 면적에 비해 노선 밀도는 세계 제일을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스위스 철도의 밀도를 포더 사의 『세계 철도』 판에서는 실로 명쾌한 말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스위스에는 국내 어떤 곳이라도 16km 이내에 여행 철도편이 있다.” 이 말은 가령 마터호른 정상에 있다고 해도 16km만 걸어가면 전차역이 있다는 말인 것이다.

스위스의 5,000km의 철도망은 국철 약 3,000km와 70개 사로 이루어진 사철(私鐵) 2,000km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국철은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간선이 주체이고, 사철에는 국철과 같은 생활 노선과 관광 목적의 등산 철로가 있다. 국철이나 사철 모두 수준이 높고 그 나름으로 멋있지만 스위스 철도의 가장 독특한 점이라고 하면 역시 등산 철도라고 할 수 있다.

알프스 산에는 대략 15개의 등산열차가 달리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JB(융프라우 철도)’이다. 기점은 ‘WAB(웬게른·알프철도)’의 클라이네 샤이데크인데 실질적으로는 인터라켄 오스트 역이다. 클라이네 샤이데크 역은 표고 2,061m로 눈 앞에는 아이거(3,970m), 멘히(4,099m), 융프라우(4,158m)의 베르너 오버란트 3개의 산이 연이어 있어 이것만으로도 대만족이지만 더 위를 향해 올라가는 철도가 있다. 바로 JB의 융프라우 요흐 역으로 표고가 3,454m이고,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이다. 하지만 전장 9.3km의 4분의 3이 터널로 되어 있어서 차창 풍경은 기대할 수 없다. 그 대신 도중 역인 아이거반트 역 등에서는 아이거 북벽을 도려낸 창문으로 아래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여름에도 방한복 착용은 필수이며, 종점인 융프라우 요흐는 공기가 희박하므로 갑자기 뛰쳐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터널은 지루하고 전 구간을 조망할 수 있는 등산 철도가 좋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GCB(고르너그라트 철도)’를 추천하고 싶다. 발차역인 체르마트 마을이나 종점 고르너그라트에서도 좋은 풍광을 볼 수 있지만 GCB의 차창에서 보는 경우라면 거의 중간인 리펠알프 역을 지나서 삼림한계를 넘어 그때까지 시계(視界)를 방해하고 있던 나무들이 사라진 직후가 가장 좋다. 가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차창으로 후련하게 솟아오르는 빼어난 봉우리 마터호른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다. 추천하고 싶은 진행 방향은 오른쪽 차창이다.

그리고 세계 제일의 급경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PB(필라투스 철도)’가 있다. 표를 사서 플랫폼에 가니 지금까지의 보통 플랫폼이 아니라 노선의 경사에 맞춘 계단 플랫폼이고 더욱이 평행사각형의 전차를 타보니 차 내부도 계단 모양으로 되어 있다. 칸막이가 없으면 물건은 물론 사람까지 맨 뒤로 굴러갈지 모를 정도로 급경사이다. 쉽게 말하자면 1,000m 나아가는 동안 480m 상승하는 급경사이다. 운전석 전방으로 보이는 노선이 마치 수직으로 부설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고 더군다나 구부러져 있기 때문에 마치 승천하는 용 같기도 하다.

이 외에도 스위스의 유일한 증기기관차 등산 철도인 ‘BRB(브리엔츠·로트호른 철도)’와 유럽 최초의 등산 철도인 ‘VBR(피츠나우·리기 철도)’ 등도 추천할 만하다.

· Information Center
스위스 정부 관광청 - 02-739-9511∼4 www.myswitzerland.co.kr
스위스 국철(SBB) www.rail.ch

스위스 패스
스위스 국철, 사철, 포스트 패스 등의 자유이용 패스. 등산 철도 등은 할인. 4일~1개월간 유효, 그 밖에 2~5인용의 스위스 세이버 패스도 있다

스위스 프리캐쉬 패스
스위스 국철, 사철, 포스트패스 등의 자유이용 패스. 등산 철도 등은 할인. 1, 2등 있음. 1개월의 유효기간 중 3~9일을 자유 선택. 그 밖에 2~5인용의 스위스 프리캐쉬 세이버 패스도 있다.
그 밖에 스위스 카드, 스위스 트랜스퍼 티켓이나 스위스 패스의 옵션 애드온 등 각종 다양한 패스가 있다.

- 『기차 타고 지구 한 바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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