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무부·윤종민 지음/중앙M&B/320쪽/9,000원)

백령도에서 10분∼20분 거리에 있는 대청도는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자연이 그래도 보전된 곳이다. 군부대가 없기 때문에 사격 훈련을 하느라 쑥밭이 된 곳이 없다.

한 20여 년 전 5월에 나는 이곳에서 희귀한 멧새들을 발견했다.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였다. 내가 발견하기 전까지 미기록종으로 남아 있던 그 새에게 검은뺨딱새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것은 그 후로 그 새의 공식 명칭이 되었다. 내가 이름 붙은 새가 공중을 날아다니는 건 참으로 가슴이 벅찬 일이다. 내 아들도 아닌데 꼭 내 아들만 같다.

대청도에는 검은뺨딱새 외에도 흰눈썹지빠귀 등 희귀한 지빠귀와 딱새류 등 산새가 많다. 방금 본 새가 어떤 새인지 확인을 하려면 반드시 사진 도감을 들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진교회 박청산 목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그는 15년째 이곳에 있는데 생물학을 전공 안 했다 뿐이지 새 박사다. 나 역시 대청도에 가면 늘 박 목사의 도움을 받는다.

새가 오는 곳은 늘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청도에서도 나만의 비밀 장소가 있다. 대청도에서 가장 많은 새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해안에 있는 논이다. 특히 농사를 짓지 않는 묵은 논이나 밭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꽤 많은 새를 볼 수 있다. 시야가 좋고 먹이도 풍부해 새들이 주로 찾기 때문인데 개똥지빠귀, 흰눈썹지빠귀, 꼬까참새 등이 다 이 시기에 이곳을 지나간다.

새를 잘 보기 위해서는 먼저 장소를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새의 생태를 잘 파악해 새들이 지나가는 길목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새를 찾아서 산을 헤매고 다니다가는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대청도는 일 년 내내 볼 게 많아요!" 박 목사의 자랑처럼 대청도는 일 년 내내 볼 거리가 풍부하다. 난과 식물인 대청부채는 바닷가 벼랑에 8∼9월에 꽃이 피는데 무척이나 아름답다. 또한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상록수림의 북방 한계선, 즉 동백나무의 북방한계선이기도 하다. 중부 지방만 해도 잘 자라지 못하는 동백이 이곳은 해안이라 따뜻한 해류의 영향으로 숲을 이루고 있다. 동백림에는 당연히 동백꽃의 꿀을 먹는 동박새가 찾아온다. 겨울의 진객이라는 노랑부리백로를 비롯해서 백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하나 볼거리로는 점박이물범이다. 대청도 인근은 점박이물범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콧구멍을 물 위로 드러낸 물법은 커다란 쿠션 같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랗고 겁 많은 눈망울이 인상적이다. 만약에 성능이 좋은 쌍안경이 있다면 북쪽의 삼림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나는 간혹 북한을 정탐하고 온다!

『새 박사, 새를 잡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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