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슈워츠 지음/웅진지식하우스/262쪽/12,000원)

우리는 삶 속에서 수없이 많은 선택에 직면한다. 매일 점심 식사로 무엇을 먹을 것인 가에서부터 조직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전략적 결정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선택 앞에서 우리는 고민하고 갈등한다. 특히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데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자원이나 수단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고 선택의 문제로 고심하는 과정이 바로 ‘경제하는’ 과정이며 이 선택의 문제를 연구 대상 삼고 있는 것이 경제학이다. 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 선택을 통해 만족(효용)을 극대화시키려 한다’는 기본 가정을 전제로 채택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삶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통해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심한다. 그러나 선택을 통해 만족을 극대화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며 이에 따르는 심리적 부담감 또한 매우 크다. 따라서 단순히 만족을 극대화하는 합리적 선택이 결코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사회행동학 교수인 배리 슈워츠는 그의 저서 『선택의 심리학』에서 우리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매우 유용한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 최상의 것이 아닌 충분히 좋은 것에 만족하라.
모든 구매나 선택이 반드시 최고이기를 고집하는 ‘만족극대화자’는 무엇이 최고인지 알기 위해 모든 대안들을 확인해야만 한다. 극대화자는 모든 스웨터를 보아야만 자신이 가장 좋은 스웨터를 찾았다고 확신할 수 있으며 모든 가격을 확인해야만 가장 좋은 가격으로 구매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안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그의 심리적 부담은 한층 더 커지고 결정을 한 후에도 온갖 후회에 사로잡힌다. 이에 비해 ‘만족자’ 자신의 기준에 맞는 ‘충분히 좋은 것’을 선택할 때 만족하며 더 좋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미련을 갖지 않고, 이미 내린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 적절한 기대 수준을 유지하라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따라서 물질적 풍요와 쾌락에 탐닉하게 되면 매 번 더 강도가 높은 쾌락을 추구하게 되며 그 때마다 쾌락의 기대치가 계속 높아지고 결국 우리의 삶은 변질되고 만다. 우리는 더 높은 것을 가지기보다 우리의 기대를 통제할 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규범이나 제약 등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적절한 수준의 기대를 유지함으로써 우리는 많은 경험을 신선한 자극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전체적인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당신이 아무리 여유가 있다 해도, 좋은 포도주는 특별한 경우를 위해 아껴두라. 당신이 좋아하는 예쁜 실크 블라우스는 특별한 날에만 입으라. 이것은 금욕의 연습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계속해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무리 좋은 포도주,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진력이 나 전혀 즐겁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우리가 선택한 것에 대해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 - 즉 포기한 다른 대안이 제공했을 기회 -이 따른다.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는 말처럼 이러한 기회비용을 크게 생각할수록 우리가 선택한 것에서 얻는 만족은 줄어든다. 특히 다양한 대안들이 존재할 때 선택한 것에 대한 우리의 만족은 더욱 줄어들고 심지어는 불행해지기까지 한다. 우리가 한 선택의 좋은 점에 더 자주 감사하고, 나쁜 점에 덜 실망하려 애쓸 때 더 만족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서 현재의 삶에 점점 더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세상이 제시하는 ‘새롭고 더 좋은’ 것들의 유혹을 덜 받게 된다. 그리고 매일매일 감사할 것이 아주 많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일상적인 삶에 있어서 최대한 현명한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고 고심 끝에 결정을 한 뒤 그 결과에 대해 만족하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의 결과물들이 모여서 우리의 삶의 모습을 형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볼 때 선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경에서 인간에 관한 이야기 역시 선택으로 시작하고 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선물로 주셨다. 그리고 선악과를 앞에 놓고 선택에 직면한 인간은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그것을 따먹기로 선택했고 그 결과는 인류에 원죄를 초래하고 말았다. 선악과야말로 우리가 매일매일 그리고 매 순간마다 선과 악 사이에서 수많은 선택에 직면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넘쳐나는 물질적 풍요와 함께 온갖 세속적인 탐욕과 거짓 그리고 유혹의 덫이 우리의 발길을 노린다. 아마도 우리들 대다수는 절제와 진실 대신 탐욕과 거짓을 선택했을 때 그 결과가 어떠할 지를 미리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순간적으로 악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덫에 발을 들이밀어 결국 파멸의 길을 택하고 만다.

특히 다양성과 함께 포스트모던의 상대주의적 가치관이 팽배해 있는 오늘날은 선과 진리의 기준마저 모호해져 우리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신호등이 고장난 도로를 상상해보자. 게다가 목적지로 안내해 줄 지도도 없다. 이 때 멈춰야할지 가야할지 그리고 어느 쪽 길을 선택해야 할지 등등 신호등과 지도가 없다면 그야말로 불필요한 수많은 선택과 혼돈에 직면하고 만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의 유혹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즉 매 순간마다 탐욕과 거짓 대신 절제와 진실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악 대신 선으로 이끌어줄 절대적인 진리와 기준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절대적 기준과 진리는 우리 앞에 놓여 있고 우리가 그것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물건을 하나 사기 위해서도 우리는 소비자보고서를 살펴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한 뒤 후회 없는 결정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정작 무엇보다도 중요한 우리들 자신의 삶의 모습, 즉 어떠한 삶을 살 것인지, 어떠한 삶의 목표를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신호등과 지도가 선택의 수고를 덜어주듯이 우리가 선택한 절대적 기준이나 진리는 우리의 삶을 편하고, 안전하고, 만족할 수 있는 길로 안내해 줄 것이다.

2006년 새해를 맞이하며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에 있어서 진정 소중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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