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 J. Rumbauskas / John Wily & Sons Inc / 22,500원)

요즈음 시시각각으로 걸려오는 판촉성 전화나 화면을 가득 메운 광고성 메일을 받으면 불쾌한 마음과 함께 짜증이 일어난다. 불특정 다수를 향해 배설물을 쏟아내듯 마구잡이식으로 뿌리는 메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 사람이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전화를 받자마자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텔레마케터들, 이 모두가 판매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했지 받는 사람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판매 행위이다. 이러한 판촉 활동이나 광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고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엄청난 시간과 자원의 낭비임에는 틀림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정말로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주요 기업들의 마케팅 컨설턴트이자 세일즈 코치인 프랭크 럼바우스카스(Frank J. Rumbauskas)가 최근 저술한 『Selling Sucks』는 고객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일방적이거나 사기성이 농후한 기존의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의 욕구(need) 충족이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길로 안내하고 있다.

판매 행위(selling)는 고객이 정말로 사고 싶지 않거나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명확한 욕구가 없는데도 사도록 설득하는 힘든 싸움이다. 그래서 판매하면 콜드 콜(cold call, 물건을 팔기 위해 임의로 고객의 집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거는 것), 일방적으로 약속 잡기 등을 떠올린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세일즈맨들이 이렇게 하도록 교육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방적 판매행위는 고객들에게 짜증만 나게 할 뿐 효과가 없다. ‘고객에게 팔려고 하지 말고 고객들로 하여금 구매하게 만들어라.’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세일즈맨이 되는 비결이며 높은 매출 성과를 올리는 지름길이다.

최고의 세일즈맨이 되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일즈의 달인들은 판매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꺼이 구매하려는 의지가 있고 준비가 되어 있는 잠재 고객들을 사로잡는 데 있어서 탁월하기 때문에 판매 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단지 판매가 일어나게 할 뿐이다. 세일즈의 달인들은 각각의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가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와 같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도록 적절하게 배치한 뒤 그 모든 것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부드럽게 리드한다. 즉 구매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잠재 고객들이 구매 결정에 이르도록 인도한다. 절대로 강요하거나 처음부터 무슨 혜택을 주겠다고 유혹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세일즈의 달인들이 보통의 세일즈맨들과 다른 가장 중요한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힘이다. 당신이 잠재 고객들과 하는 모든 접촉은 협상이다. 협상에서 누가 힘을 갖는가는 누가 더 큰 욕구(need)를 갖는가에 달려 있다. 결국 협상에서 자신의 니드를 갖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니드를 충족시킬 수 있을 때 힘을 갖게 된다. 따라서 처음부터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당신은 판매 실적을 올려야 하는 세일즈맨이 아니라 잠재 고객의 니드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자 또는 문제 해결자로서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콜드 콜을 하기보다는 당신 자신 또는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마케팅함으로써 잠재 고객이 당신에게 전화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처음부터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판매의 전 과정에 있어서 구걸하거나 간청하는 태도를 버리고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진정한 프로답게 행동해야 한다.

잠재 고객과의 협상에서 힘을 갖기 위해서는 당신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아야 한다. 잠재 고객에게 전문가로 인정받을 때 당신은 더 이상 세일즈맨이 아니라 아주 소중한 컨설턴트이자 신뢰할 수 있는 어드바이저가 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나 삶에 도움이 되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기 위해서는 기꺼이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전문가인 당신의 조언을 받으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단지 당신으로부터 물건을 사주기만 하면 된다. 당신이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쉽게 판매를 이끌어 내는 길이다. 고객들에게 억지로 물건을 팔려고 하지 말고 고객들이 당신으로부터 구매하도록 이끌어라.

사람들의 불쾌지수만 높이는 일방적 판매 행위는 바다에 나가 미끼 없는 낚시를 던져놓고 고기가 물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요행을 바라는 행위와 같다. 우리나라의 기업과 세일즈맨들이 고객들의 욕구를 총족시키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전문가로 거듭나 고객들에게 행복을 주고 스스로도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나가기를 소망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11 12 13 14 15 1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