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는 몇 년 전, 한 난폭 운전자에 의해 타박상을 당하고 길가에 쓰러졌다. 죽음은 간신히 모면했지만, 그녀는 결국 불구의 몸이 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저명 인사로 그녀가 어느 정도 회복될 때까지는 그녀 곁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퇴원한 바로 다음 날, 그는 냉정하게 그녀를 떠나가 버렸다. 그렇다고 그녀의 아름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마리아는 남편을 원망하기보다는 그가 행복해지길 원했다. “당신은 전 남편이 새 여인과 행복해질 수 있도록 기도할 수 있겠습니까?” 목사의 다소 지나치다 싶은 질문에도 그녀는 매우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네, 저는 그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뿐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제 남편은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에요! 저는 그가 필요한 사랑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목사는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 그녀가 너무나 쉽게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 그는 마리아가 옛 추억과 함께 평온하게 살고 있으며, 진정으로 전 남편의 행복을 바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가해자를 위해 기도한다고?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에게 선을 베푸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을걸?”

예수님은 산상수훈을 말씀하실 때,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가 가해자를 섬겨야 한다고 권면하신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거짓 속에 사는 것이고, 다른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또한 가해자의 호의를 얻기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라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악을 두둔하거나 악을 행한 자를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해자에게 선을 행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것은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질 때, 가해자에게 마땅히 필요한 것을 사심 없이 해주라는 것이다.

“네가 만일 네 원수의 길 잃은 소나 나귀를 보거든 반드시 그 사람에게로 돌릴지며 네가 만일 너를 미워하는 자의 나귀가 짐을 싣고 엎드러짐을 보거든 그것을 버려두지 말고 그것을 도와 그 짐을 부릴지니라”(출 23:4-5).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의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 12:20-21).

행동으로 옮겨진 사랑은 가해 앞에서 투쟁하는 그리스도인의 훌륭한 무기가 된다. 우리를 미워하고 해하려 하는 자일지라도, 그가 우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때 우리가 그를 돕는다면, 그를 용서하려는 뜻이 우리에게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 타오르는 ‘숯불’의 이미지는 쓰라린 고통을 상징하며, 이는 하나님의 징계를 뜻하기보다는, 가해자를 회개에 이르도록 하는 ‘양심의 가책’을 가리킨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이웃이 될 자격이 없는 자에게 긍휼을 베푸는 한 예를 보여 준다. 그는 한 유대인이 부상을 당해 길거리에 빈사 상태로 누워있는 것을 보고 그를 돕고자 여인숙에 데려다가 치료해 주고 주인에게 돈을 주고 떠난다. 사마리아인을 개처럼 취급하는 유대인을 향한 뿌리깊은 미움을 잊고 선을 행한 것이다. 구조받은 유대인은 여인숙 방에서 자신이 당한 재난을 더듬어 회상해 보았을 것이다. 동시에 자신이 과거에 사마리아인들을 미워하며 저질렀던 일들을 반성하며 자숙했을 것이다.

플라이 박사는 자신을 간첩으로 오인한 우루과이 반동군에 의해 납치 당했다. 그는 감옥에서 몇 달간 감금되었다. 투옥되어 있는 동안, 그는 많은 기도를 드렸고 그들과 성경공부를 하면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의 권면을 실천했다. 그의 선한 행실에 감동을 받은 납치자들은 그를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 16).

그리스도인이 용서하는 첫째 동기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닮고자 하는 데 있다. 즉 하나님이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하며, 그가 행하신 것처럼 행하면서 그를 닮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동기가 마음속에서 늘 솟아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는 우리의 내면적 기질이 서서히 ‘변형’됨에 따라 생기는 열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품고 있는 미움이나 원한은 하나님을 닮고자 하는 동기를 언제든지 거부하게 할 위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용서에 대한 또 다른 동기를 항상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위해 하신 일에 근거를 둔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온전한 용서를 베풀기 위해서, 성령을 통해 우리에게 회개와 믿음을 주실 때 이 동기는 우리의 것이 된다.

- 『완전한 자유, 용서』 중에서
(자끄 뷔숄드 지음 / 국제제자훈련원 / 311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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