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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두려움 없이 다음 다리를 건넌다
지난 주 농민 신문에는 캐나다의 돼지 사육 농가가 절멸 위기에 처해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때 윤택했던 농장 생활은 붕괴 직전에 있고, 축사를 흘끔 보기만 해도 두려움이 솟구친다. 남편이 세탁실로 들어온다. 집에 왔다가 축사로 다시 나가는 길이다. 남편이 나를 보고 있다는 걸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축사도. 아기 돼지도, 엄마 돼지도. 우린 잘 헤쳐 나갈 수 있어.” 남편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예의 그 억센 힘으로 꽉 안아준다. “걱정 마. 믿어. 믿으라고.”

그냥 믿으라고? 농장 경제가 파열음을 내고, 우리 주위의 모든 농가가 빚더미에 깔려 있는데, 우리는 죽을 동 살 동 매달려 있는데도?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는다. 남편의 어깨에, 그 무지막지한 믿음에 기대어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나는 걱정을 타고난 사람이다. 기도하기 위해 두 손을 모으는 대신 내 맘대로 하려고 주먹을 꼭 쥔다. 늘 내 맘대로. 일의 향방을 결정하는 사람이 나라는 착각, 내가 휘젓고, 뒤섞고, 심사숙고할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일까? 그리고 스트레스. 모든 대화에 구두점을 찍는 이 정정당당한 단어는 사실 내가 얼마나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지 증명하려는 시도는 아닐까? 아니면 그 이상일까? 내 깊은 두려움을 스트레스로 위장하면 어느 정도는 용감해 보일 것이므로. 나는 걱정을 꼭 붙들고 놓지 않는다. 절대로 버릴 수 없는 내 자식인 양. 내 본질인 양. 나는 불안의 공기를 마시고, 걱정으로 뼈를 움직인다.

“그렇게 걱정이 돼?” 남편의 목소리가 부드럽다. 창밖을 쳐다보는 남편의 시선을 나는 놓치지 않는다. 우리 돼지들. 죽어 가는 돼지들이 사는 축사 지붕에 폭설이 내린다. 그와 눈을 마주치면 내가 얼마나 겁에 질려 있는지 금세 알아차릴 것 같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며 말한다. “스트레스가 좀 쌓였나 봐.” 또 그 얘기. 스트레스. 죽음의 호흡.

기쁨을 훔쳐 가는 도둑은 스트레스가 아니다. 문제는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다. 나는 세탁실에 서서 축사를 바라보며, 스트레스는 예수께서 부드러운 음성으로 직접 명령하신 것과 정반대 자리에 선다는 생각을 한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요한복음 14장 1절) 그렇다. 근심 없는 마음은 그분의 품에 편안히 기댈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나도 안다. 하지만 그 믿음을 어떻게 해야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살아오는 동안 기쁨은 오그라들고 근심만 가득한 심장이 뻣뻣한 혈관으로 두려움을 펌프질해 내보내는데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교회의 보육교사를 맡기로 한 첫날, 남편과 여섯 아이는 축사 일을 마치고 예배 때 몰려올 것이다. 나는 미리 교회를 향해 출발한다. 반짝이는 눈밭 위 축사가 섬 같이 떠있다. 희망의 요새. 나는 우리가 받은 선물을 꼽는다. 감사를 드린다. 빈자리는 반드시 무언가로 채워지는 법. 나는 흰 공간을 감사로 채우기로 결심한다. 나는 큰 소리로 은총을 이야기한다. 내가 볼 수 있도록. 느낄 수 있도록. “감사합니다, 주님.”

순간, 보이는 모든 것의 테두리가 흐릿해진다. 시간이 느려진다. 그런데 거기, 놀랍게도 무언가가 없다.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숨 막히는 불안이 없다. 호흡도 편하다. 내게 달라붙어 있던 걱정 보따리가 뚝 떨어졌다. 불안했던 지난 주, 두려웠던 어제 이후 겉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달라진 것은 나다. 내가 변하고 있다. 내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감사는 유레카라고 했던가. 어째서 두려움이 사라졌는지 나는 깨닫는다. 전에는 왜 그걸 보지 못했을까? 178번 도로 다리 위, 돌연 깨달음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처럼 눈앞을 가리던 지점을 나는 지금도 표시할 수 있다.

감사가 신뢰를 낳는다.

나는 다리를 건넌다. 어떻게 다리 놓는 사람을 신뢰할까? 하나님을 믿을 수 있을까? 내가 받았던 축복을 헤아리며 지금껏 얼마나 많은 그분의 다리를 이미 건너왔는지 생각한다. 백미러로 콘크리트 다리를, 두 번도 생각지 않고 대담하게 운전해 건너온 다리를 흘끗 본다. 그리고 내게로 반사되는 진리를 본다. 두려움으로 얼어붙고, 걱정으로 몸부림칠 때마다, 스트레스에 무릎을 꿇을 때마다 하나님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나는 사실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고 선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지만 내가 건너왔던 수천 개의 튼튼한 다리를 떠올리면서 다리 놓은 이에게 감사한다. 나는 아무 두려움 없이 다리를 건넌다.

‘내가 본 모든 것이 내가 보지 못한 모든 것에 대해 조물주를 믿으라고 내게 가르쳐준다.’
-랄프 왈도 에머슨

-『천개의 선물』 중에서
(앤 보스캠프 지음 / 열림원 / 342쪽 / 2011년 5월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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