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평창, 물굽이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동강
동강의 새벽은 갓 만들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백설기처럼 포근한 꿈속 같다. 겹겹이 쌓아놓는 산 능성 사이사이로 푸르스름한 안개가 만들어지고 이름 모를 새들과 아침거리 찾아 나선 어름치, 송어가 힘찬 자맥질을 한다.

동강을 품에 안은 산책
동강은 정선군 정선읍 가수리에서 시작해 평창을 거쳐 영월군 영월읍에 이르는 65킬로미터의 물줄기이다. 장쾌하게 굽이치는 물줄기가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사행천이라 불리는 동강은 한 번도 곧게 흘러가는 법이 없다. 사행천의 묘미를 즐기기 위한 백운산 칠족령 고개는 동강이 백운산 자락을 360도 휘감아 돌고 있다. 병풍처럼 둘러싼 거대한 절벽과 전망 좋은 물길, 그리고 울창한 숲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추천 트레킹코스, 백운산 칠족령
칠족령으로 가는 길목은 경치가 뛰어나며 완만한 코스다. 마하리 생태공원에서 시작해 진탄나루터, 두룬산방, 황새여울, 절메나루터, 문희마을을 지나는 이 길은 시야에 다양한 즐거움이 들어온다. 특히 황새여울 부근에는 바위 속에 또 수많은 바위들이 박혀 있는 이색적인 칠보석 군락도 있어 발걸음을 붙잡는다. 옛날 화산 작용으로 인해 바위와 바위들이 서로 뒤엉켜서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니 신기할 뿐이다. 마을 앞에는 영월 쪽 동강변의 절메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유일한 교통수단인 줄배가 유유히 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속 풍경이다.

Tip!
동강은 송어의 본고장이다. 선홍빛이 도는 송어회를 그냥 먹거나 각종 야채와 콩고물을 넣고 비벼 먹으면 된다. 송어뼈와 껍질을 이용해 끓여 내오는 매운탕도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경남 창녕,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
한때 사람들은 습지를 ‘쓸모없는 땅’으로 여겼다. 건물을 지을 수도, 그렇다고 개간을 해서 농사를 지을 수도 없어 할 수 없이 버리게 된 땅이었다.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벗어나 계절에 따라 옷을 입고 벗으며 숨을 쉰 것이 습지가 태초의 모습을 오롯이 간직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사시사철 수려한 우포늪
우포늪은 경남 창년 대합면 주매리와 이방면 안리·옥천리, 유어면 대대리·세진리에 걸쳐 있는 국내 최대의 자연늪으로 우포·목포·사지포·쪽지벌 등 4개의 습지로 이뤄져 있다. 우포늪은 축구장의 210배 크기인 231만 제곱미터의 광활한 늪지로, 수많은 동식물들에게 먹거리와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봄이 되면 늪 주변엔 버드나무가 힘찬 녹색 생명을 움 틔우고, 자주 빛깔의 자운영이 축제를 벌인다. 여름이면 우포늪은 녹색 융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일대 장관을 이룬다. 갖가지 물풀들이 우거지는 한편에서는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된 보랏빛 가시연꽃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가을에는 갈대가 어른만큼 키를 키우면서 황금빛 자태를 뽐내고 겨울에는 온갖 철새를 만날 수 있다.

원형 그대로의 자연
어떤 이는 새벽녘의 우포늪을 몽환적이라고 표현한다. 뿌연 물안개 위로 자태를 살짝 드러낸 수면이 어떤 작은 움직임도 허락하지 않고, 이름 모를 나무와 풀, 그리고 수초들이 새벽이슬에 촉촉하게 젖어 있다. 하얗다 못해 푸르디푸른 새벽 물안개를 뚫고 사공이 조각배를 타고 늪 한가운데로 들어오면 그제야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듯 정신이 번쩍 뜨인다. 송미령 문화관강해설자는 “쪽지벌은 몇 겹의 흙과 풀로 덮여 있어 밝을 때 마치 융단 위를 걷는 것처럼 푹신하다. 우포에 올 땐 맨발로 오라”고 말하곤 한다.

Tip!
인근에 있는 부곡온천은 따스한 온천욕 체험과 숙박을 함께할 수 있는 곳이다. 규소, 염소 등 20여 종의 무기질을 함유한 유황온천이라 호흡기 질환, 피부 질환, 위장병, 부인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여행기자들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Ⅲ 34』 중에서
(김성환 외 지음 / 안그라픽스 / 332쪽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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