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머리로든 몸으로든, 호기심으로 시작해 진리를 쫓는다는 점에서 독서와 여행은 동의어인지 모른다는 이희인 저자. 여행자는 그의 배낭 안에 들어 있는 책으로 설명된다고 한다. 사연 없는 땅이 없고 눈물 없는 땅이 없듯 사람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이야기가 있고 문학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찾아 떠나다_ 스페인
여행 직전, 이 나라에서 공부했던 친구가 일러준 스페인은 썩 명쾌하고 간단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와 피카소를 보고 마드리드에서 투우를 관람해 봐. 안달루시아에서 가우디와 피카소를 보고 마드리드에서 투우를 관람해봐. 안달루시아에서 플라멩코에 빠져보고 알함브라 궁전도 다녀와. 시간이 되면 북부 산티아고 길을 걸어도 되겠군.” 음, 그렇겠군. 생각하고 있는데 그가 다급하게 덧붙였다. “만일 여행 중에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가 있다면 반드시 찾아볼 것! 표를 훔쳐서라도 봐야 돼.” 덧붙인 미소가 진실성을 의심케 했지만 어쨌거든 그 짧은 요약에 스페인에서 할 일들이 대번에 정리되었다.

음식은 어떤가? 바르셀로나에서 타파스에 시원한 맥주를, 발렌시아에서는 파에야를, 세고비아에선 코치니오아사도를, 안달루시아에서는 차디찬 스프인 가스파초를 즐기면 된다. 아아, 읽어야 할 책도 얼마나 명쾌한가. 바르셀로나의 노천카페에 죽치고 앉아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나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를 읽는 거다. 카스티야의 황량한 들판에서 『돈키호테』를 읽고 안달루시아의 오렌지나무 아래서 우나무노의 사색적인 책이나 로르카의 희곡을 읽으면 어떨까? 스페인에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보였다.

스페인의 도시들은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로 여행자를 맞는다. 마드리드는 마드리드대로, 톨레도는 톨레도대로, 세고비아나 코르도바, 세비아, 그라나다 모두 그런대로.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처음 만난 바르셀로나의 인상은 특히 강렬하다. 가우디의 기기묘묘한 세계가 이곳에 세워진 것도 당연해 보인다. 조지 오웰이 ‘지킬 만한 어떤 가치가 있다고 느꼈던’ 도시의 분위기는 『바람의 그림자』의 매혹적인 로맨스를 빚어낸 밤안개처럼 여행자의 흉중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런 강렬한 이미지 하나 마음에 담아왔다면 괜찮은 여행이었다 할 만하지 않겠는가.

- 『여행자의 독서』 중에서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363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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