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얀시 지음/채영삼 옮김/두란노/244쪽/10,000원)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서구 세계는 그들이 격리시키고 가둔 죄수들의 '윤리적 힘'이 없었다면, '영적 파산'의 경험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는 무언가 알고 있었다. 그의 친구들 중 몇몇은 남아프리카의 흑인들을 대변하는 자들로서 그들 생애의 많은 세월을 창살에 갇혀 보냈다. 투투 주교는 그들을 존 번연이나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그리고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등을 포함하는 계열과 연관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도소 사역의 한 가지 부수적 효과는 세계를 이끌어 갈 미래의 지도자들을 산출해 내는 일이 된 셈이다. 이 '부수적' 사역의 한 예로 최근의 가장 극적인 사건을 들자면, 1970년대 후반 필리핀에서 있었던 야당 지도자 베니그노 아키노의 투옥 사건이다. 그는 감옥에서 번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마르코스 독재에 대한 분노와 원한에 가득 차서 그는 시간의 대부분을 마르크시즘을 연구하는 데에 투자했다.

아키노는 이렇게 회고했다. "간수들은 개들에게 내 저녁밥의 반을 먹이곤 했소. 그리고는 그 찌꺼기를 나더러 먹으라는 거였지. 나는 모두를 미워했소."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국제 교도소 선교회의 창설자 찰스 콜슨의 책, 『다시 태어나다(Born Again)』를 감옥에 있는 그에게 보냈다. 아키노는 희망에 가득 찬 그 이야기에 이상하게 깊은 감동을 받는다. 그는 결국 그리스도인이 되기로 했고, 바로 그 소망 때문에 감옥에서 버틸 수 있었다. 그가 비폭력 혁명을 구상하게 된 것도 바로 그때 그 곳에서였다.

예기치 않게 아키노는 1980년에 자유를 되찾았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그의 심장 수술을 위한 미국행을 허락한 것이었다.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아키노는 참으로 우연히 콜슨을 만나게 된다. 콜슨은 그때의 일을 이렇게 회고한다.

"나는 이 동양 남자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내 팔을 덥석 잡더니, '선생님이 찰스 콜슨이지요? 선생님의 책이 제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날 그와 나누었던 대화를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베니그노는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젠가는 필리핀으로 다시 돌아갈 겁니다. 정부에서 일하거나 아니면 감옥으로 돌아가는 것 둘 중 하나겠지만, 그 어떤 경우라도 저는 교도소 사역을 전개할 것입니다. 저는 감옥을 걸어나오던 날 주님께 그렇게 하기로 맹세했습니다.'"

미국을 떠나기 전, 아키노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위험천만한 일인 줄 알면서도 독일로 귀환했던 디트리히 본회퍼의 삶에 대해 공부했다. 그러나 아키노는 필리핀 땅을 다시 밟지 못했다. 열린 비행기 문으로 나오는 그를 군부가 암살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약속은 성취되었다. 두 해 반이 지나 그가 기초를 놓았던 비폭력 혁명이 마르코스 독재를 권좌에서 몰아낸 것이다. 그리고 이제 필리핀에는 교도소 사역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하나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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