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소신 있는 일을 하면서 아내 린과 세 살 된 엘사와 다섯
살 된 스테판 두 아이를 부양할 만큼 꽤 괜찮은 일정수준의 생활비를 번 셈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혼자 독립해서 활동을 하고 싶은 강한 충동이 마음에 일었다. 하지만 17년간이나 일해 온 안정된 좋
은 직장을 그만둔다는 게 겁이 나기도 했다.

'이 결정에 주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주님, 제가 주님께서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소서.' 직장을 떠나야겠다고 결심을 하자마자 무한한 평안이 내게 밀려왔다.
하지만 자유기고가로 6개월을 일하고 나자 과연 내가 전문인으로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자신
할 수가 없었다. 새로운 일을 맡게 될 때마다 다섯 번은 실패해야 겨우 한 번 성공하는 정도였고,
계속해서 일거리를 찾아 나서야 했다.

그 해 가을 스테판이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갔고 아내 린도 다시 일을 시작해서, 집에는 나와 엘사만
남았다. 주중의 오전에는 엘사를 언덕 너머 마을 유아원에 데려다 주었는데, 때로는 자전거에 태우기
도 하고 때로는 어깨에 무등을 태우고 가기도 했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온 몸의 감각을 다 깨울 정
도로 매서운 바람이 부는데도 썰매를 끌고 언덕 위로 올라가 미끄럼을 타고 씽씽 내려오기도 했다.
보통 정오 때까지 일을 하고는 엘사를 집으로 데려와 점심을 먹었다. 딸애와 함께 후루룩 소리를 내
며 스프를 떠 먹기도 하고 불에 구운 치즈 샌드위치와 핫초콜릿도 해 먹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엘사가 이제 막 바빠지려는 아빠를 붙들고 마구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밤에
해는 어디로 가나요?" " 나무들도 겨울에 추위를 타나요?" " 색깔들의 이름은 어떻게 생긴 거예요?"
저녁에는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게 참 다행이었다. 엘사는 언제나 확실한 대답을 원했
기 때문에, 대답을 하다보면 종종 세상과 그 세상을 돌보시는 하나님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걱정스런 일들도 있고 애를 써야하는 일도 있었지만, 엘사가 자기 주변을 둘러
싼 삶을 깨우쳐 가는 것을 보는 건 어느 것과도 비할데 없는 즐거움이었다.

그 다음 몇 해 동안도 거의 분투하다시피 생활을 했다. 여전히 다음 일거리를 어디서 얻어야 할지를
모르는 채 말이다. 때때로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셨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혹시라도 잘못 해석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마침내 엘사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동시에 나도 어느 주립대학교의 편집부에서 일자리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게 되었다. 참으로 멋진 시간 맞춤이었다! 그 즈음 자유기고가로서의 일은 거의 엉망이었기
에 말이다.

이제 엘사는 2학년을 마쳐 가고 아내와 나는 경제적으로 좀더 여유가 생겼다. 되돌아보면 결국 내가
잘못 해석한 것은 없었다. 나는 그 동안 생긴 일의 의미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다름이 아니라 그 기간
동안 내게는 특별한 임무가 주어졌던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집에서 어린 딸과 함께 지내면서 일생
동안 지속될 사랑의 띠를 만들라는 임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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