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얀시 지음/채영삼 옮김/두란노/244쪽/10,000원)

교도소장의 사무실에서 직사각형의 긴 탁자 주변에 다른 방문객들과 함께 둘러앉아 있는 동안에도 나는 여전히 수감자들의 찬양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교도소장은 론 니켈과 다른 방문객들이 그 교도소를 담당하고 있는 심리학자와 사회학자, 그리고 복지 관계 공무원들을 만나 볼 수 있도록 주선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들은 현대적인 시설과 제대로 된 갱생 프로그램을 갖춘 전시용 교도소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 전문가들은 기독교 신앙이 수감자들에게 끼친 긍정적인 영향, 이를테면 서로 관용하고 친절해지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수감자들이 먹는 빵에 질산칼륨을 섞어 그들의 성적 충동을 억제하려는 그들에게, 기독교의 이런 기여는 수감자들의 거친 성격을 다소 잠재우는 데 효과를 내는 종교적 처방 정도로 비쳐졌다. 그러나 국제 교도소 선교회 임원들은 수감자들 사이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그 본질상 영적인 것으로서 단지 심리적인 수준을 훨씬 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믿고 있었다. 여러 가지 통계 자료와 사례 연구를 보여 주면서, 임원들은 그 어떤 갱생 프로그램도 수감자들의 영적 필요를 고려하지 않는 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토론은 이런 식으로 30여 분을 지속했다. 그때 즈음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교도소장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어느 면에서 보나 완벽한 남미판 헐리우드의 군인 장교였다. 그의 커다랗고 두툼한 앞가슴은 군에서 받은 형형색색의 훈장들이 줄줄이 걸린 게시판 구실을 하기에 딱 알맞았고, 견장에는 별 세 개가 번쩍였으며, 오직 부슬부슬한 수염만이 목석같이 단조로운 얼굴에 변화를 주고 있었다.

교도소장이 입을 열자, 다른 모든 사람들은 조용했다. 그는 최종 판결을 내리는 어투로 말했다.

"저는 수감자들이 어떤 신앙을 갖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외부로부터 어떤 도움이 없으면 그들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들 혼자서는 절대로 꿈도 못 꾸었던 그런 변화에의 의지를 종교가 심어 줄 수 있다고 봅니다."

그가 말하는 동안 우리는 아직도 죄수들이 운동장에 있는 예배당에서 찬양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목사님!" 교도소장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 교도소에 있는 수감자들 중 삼분의 일이 목사님께서 인도하는 예배에 참석합니다. 목사님은 이곳에 일주일에 서너 번밖에 못 오시지만 전 매일 이곳에 있으면서 그들을 봅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 사람들은 다른 수감자들과 정말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목사님이 오셨을 때만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늘 싱글벙글한 얼굴로 다니고, 다른 수감자들과 먹을 것, 입을 것을 나누어 쓰고, 자기만 돌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는답니다. 저는 이런 좋은 일을 얼마든지 장려해서 여기 있는 수감자들 전부가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교도소장의 이 말로써 통계 자료고 뭐고, 토론은 거기서 막을 내렸다. 갱생 프로그램 전문가들은 모두 동의한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교도소를 떠날 때 즈음 예배에 참석한 수감자들의 감격은 드디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그들은 두 줄로 서서 운동장을 돌기 시작했고, 드럼과 탬버린에 맞추어 찬송가를 힘차게 불렀다. 나는 문득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예배가 시작된 지 두 시간이 넘었다.

산티아고 시내로 돌아오는 길은 꼬불꼬불하고 오래 걸렸다. 택시 속에서 론은 그날의 교도소 방문을 회고했다. 그가 말했다.

"교도소가 곳곳에 얼마나 많든, 방문해야지. 암, 그렇고 말고... 그런 비참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그 속에서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습,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서 빛나는 진정한 기쁨과 사랑을 보았지? 그런 걸 어디에서 또 보겠나? 난 북미나 유럽의 지치고 영적으로 나약해진 그리스도인들이 감옥을 돌아보면서, 과연 그리스도께서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직접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네. 하나님께서는 약하고 어리석은 자들을 들어 강하고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는 거지."

-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하나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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