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비만으로 대표되는 육체 건강의 위협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 정신 건강의 문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 눈앞에서 정말 산만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집중을 못하고 산만한 아이는 두뇌에 문제가 있다. 근육 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제대로 걷지도 뛰지도 못하는 경우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집중하고 싶지만 제대로 되지는 않는 현상은 미움이 아니라 안타까움으로 대해야 한다. 부모가 집중력을 결정짓는 뇌의 구조와 아이의 심리상태에 대해 얼만큼 알고 있고, 계발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집중력은 크게 달라지고, 내 아이의 미래 또한 달라진다.

화를 잘 내고 우울한 아이: 대개는 조용하지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면 과잉행동을 보였다가, 기분이 나쁘면 또 갑자기 침울해진다. 감정의 기복을 통제하면서 매일 일관되게 생활해야 하는데 이러한 감정 통제 능력에 어려움을 보이는 아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행동이나 학업을 예측하기 어렵고, 상태가 좋은 날과 나쁜 날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행동이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자기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그 이유나 원인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의 이런 말은 아이에게 상처와 스트레스를 준다. 이보다 조용히 아이의 행동을 살피면서, “우리 윤수 기분이 갑자기 좋아졌나 보네?” “오늘은 좋아 보이는데, 어제는 무슨 일 때문에 그런 거야?”와 같이 아이의 감정 상태를 인지시켜 주면서,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아이의 의견을 듣도록 해야 한다. 아이의 들쭉날쭉한 행동이나 감정변화를 곧바로 질타하기보다는 아이가 일관된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즉 자신의 행동이지만 객관화하여 파악할 수 있는 자기 통제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생각 없이 행동하는 아이: 말이나 행동이 생각보다 앞서는 아이들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무언가를 시키면, 잠시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그 말뜻에 따라 행동해 버린다. 얼핏 보기에는 부모 말 잘 듣고 선생님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보이지만, 혼자 계획해서 무언가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은 계획을 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일상적인 행동보다는 몇 주나 몇 달에 걸려서 해야 할 행동을 계획하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태권도를 배운다고 할 경우, 품이나 단을 따기 위해 어떤 과정을 따라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계획하고 운동을 하게 도와주면 좋다. 장기적인 계획을 짜고, 그것에 맞추어 커다란 부담 없이 행동하는 것이 몸에 익숙해져야만 작은 행동 하나하나도 철저히 계획하고 행동하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아이: 행동이 서투르지는 않지만, 유독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아이다. 신발을 신을 때 짝을 바꾸어 신거나, 틀린 문제를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다음에 똑같은 문제를 틀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벌을 받아도 달라지지 않고, 배운 내용이나 경험이 학습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똑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경우, 이는 아이가 그 행동을 할 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보아야 한다. 누구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험은 떠올리기도 싫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행동은 아이가 못나서가 아니라 거부하고 싶은 부정적인 경험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경우, 자연스럽게 아이가 왜 실수를 반복하는지를 인지시켜 주어야 한다. 과거에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면서, 아이 스스로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판단하고 행동하게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듭할수록 무엇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는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매일 늦게까지 잠을 못자는 아이: 잠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고 공부를 정리하는 시간이고 또한 더 집중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잠은 자는 시간보다는 시간대가 중요하다. 성장 호르몬과 뇌를 안정시키는 호르몬은 주로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나온다. 또 잠을 자는 동안, 두뇌가 정신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유치원이나 학교생활과 같이 단체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람과 함께 사회적 규칙들을 배워 나가는 곳에서 생활하려면 가정에서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들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생활관리가 필요하다. 한번 수면 주기가 바뀌기 시작하면, 정상적인 수면 주기로 돌아오기 어렵기 때문에 제 시간에 잠을 자게 해야 한다. 무턱대고 처음부터 아이를 일찍 재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습관이 있다면, 먼저 이것부터 줄여 나가면서, 아침에는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 저녁에는 가벼운 운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저녁에는 무조건 잠을 자야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또한 저녁에 쉽게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목욕이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이완시켜 준다.

- 『부모가 아는 만큼 좋아지는 공부 집중력』 중에서
(변기원, 박재원 지음 / 비아북 / 196쪽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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