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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우치지 않는 사람 용서하기
(루이스 스미디스 지음/이레서원/237쪽/8,000원)

1984년 1월의 어느 새벽,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로마시에 있는 레비비아 교도소의 어두운 복도를 걸어서 알리 아그자라는 수감자를 만나러 갔다. 알리 아그자는 그 몇 주 전에 바티칸의 으슥한 곳에 숨어 있다가, 교황이 나타나자 군중 앞으로 나가 교황의 가슴을 향해 권총을 쏘았다. 다행히 몸이 회복된 교황은 감방을 찾아가 자기 심장에 총알을 발사했던 남자와 악수하면서 말했다. “당신을 용서합니다.”

세계 언론은 예상치 못한 교황의 자비심을 놓고 매우 크게 떠들었다. 회의론자들은 교황이 자기 임무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고 냉소자들은 교황이 카메라를 의식하고 벌인 언론 이벤트라고 했다. 한편 신자들은 교황의 진실성이 아니라 지혜를 의심했다. 알리 아그자는 자기가 한 일을 후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분명 알리는 교황에게 자기를 용서해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교황이 떠나자마자 크게 비웃었을 가능성이 크며, 만일 총이 있었다면 용서의 말을 듣는 바로 그때 그 자리에서 교황을 다시 쏘았을 것이다.

그러면 교황이 한 용서의 의미는 무엇인가? 갈채 속에 보여진 이 바라지 않던 자비는 교황이 마련한 위험하고 잘못된 모범인가? 구타당한 사람들에게, 그들을 이미 한 번 때리고 또다시 공격할 태세인 사람들을 용서하라고 격려하기 위한 영적 지도자의 행동인가? 세상의 악한 자들과 비열한 자들에게 그릇된 메시지를 주는 것인가?

속죄하지 않는 악행자들을 용서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사례는 성직자의 숭고하고 극적인 사건에서 뿐 아니라, 평범한 개인의 고통 차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콘코어스라는 남자는 아이오와 대학의 교수로 슬로바키아에서 단기 연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서점에서 만난 오그블라라는 여자에게 홀딱 반했다. 마침 오갈 데 없는 집시였던 오그블라는 콘코어스가 함께 미국으로 돌아가자고 했을 때 자기 꿈을 실현시킬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비자가 나오자마자 아이오와로 갔다.

미국에 온 콘코어스는 오그블라를 ‘미국화’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가르친 언어와 예절은 오그블라를 욕보이기 위한 비열하고 미치광이 같은 수단일 뿐이었다. 그는 그녀를 마치 아이처럼 여기면서 기분 내키는 대로 관계를 하고 모욕했다. 자기가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점차 알아가면서 오그블라의 고통은 커졌다. 마침내 그녀는 대학의 영어 강좌를 수강하고 학위 과정도 시작했다. 그런데 학위를 마치고 법률 사무소에 취직했을 때, 정말로 나쁜 일이 일어났다. 콘코어스가 자기한테 몸을 허락한 여학생들에게 좋은 성적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는 그밖에도 여자 직원들을 성희롱한 것이 발각되어 결국 대학에서 해고당하고 말았다.

오그블라는 옷가지를 싸서 집을 나왔다. 몇 년 후, 오그블라는 승진하여 법률 사무관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영혼은 늘 수치심과 분노의 검은 늪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자기에게 손을 내미는 어떤 남자도 믿지 못했다. 그때 콘코어스가 찾아와서 말했다. “내가 당신을 비참한 신세에서 구해줬잖아? 내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직도 지옥 같은 그곳에 살고 있을 걸. 내가 잘못한 건 분명하지만, 용서하고 잊어버린 다음 새로 시작하는 게 어때?”

이때 오그블라는 어떻게 해야했을까? 자기 기만에 빠져 자기가 저지른 잘못의 비열함을 깨닫지 못하는 그 짐승 같은 사람을 용서했다면 그녀는 바보가 되었을까?

뉘우치지 않는 이들을 용서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그 사람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바다 신의 엄청난 눈물로도 그 사람에게 용서받을 권리를 주거나 자격을 갖게 할 수는 없다. 또한 저지른 잘못을 뉘우친다고 해서 용서받을 권리를 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용서받을 권리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용서는 언제나 그리고 오직, ‘은혜’라고 부르는 획득할 수 없는 호의에서만 흘러나오는 것이다. 용서받을 만하다면 용서받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직 용서만이, 가해자가 우리에게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닫는다면 가해자가 아무리 못된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는 용서할 수 있다. 우리를 학대하거나 배신하거나 속인 사람 때문에 생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기를 고통을 준 장본인에게 결정하도록 한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용서하는 것은 그 범죄자가 다시 죄를 짓도록 조장하는 것이라는 두려움은 용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용서는 관용이 아니다. 또 용서는 그 사람이 우리를 다시 해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자리에 오도록 권유하는 의미가 아니다.

자기를 저격한 알리 아그자를 용서했을 때, 교황은 자기 마음에 맺힌 매듭을 풀고 있었을 뿐이다. 알리 아그자가 용서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상관없이, 교황이 알고 있는 것은 자기 마음에 증오가 추호도 없다는 것이었다. 오그블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만일 자기에게 고통과 수치심을 안겨 준 콘코어스를 용서했다면, 오그블라는 지금까지 누릴 수 없었던 행복, 자신에게 다가오는 행복을 향해 자유롭게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용서의 미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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