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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은 험난해도 웃으며 갑시다!
(인요한 지음/생각의나무/285쪽/10,000원)

올해는 오월 하늘이 참 맑다. 이런 때는 환자 보는 것도 때려 치우고, 고향 순천에 내려가든지 지리산 자락의 끝에 올라 그 넉넉하고 부드러운 산세에 몸을 던지는 게 딱이다.

나는 걷지도 못하는 갓난아기 때부터 아버지에게 업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해마다 몇 차례씩 지리산을 올랐었다. 살아오면서 힘겨웠던 시절에나 중요한 결심을 해야만 했던 때면 어김없이 지리산을 찾았다. 80년 광주의 후유증으로 힘들었을 때도, 아버지가 어이없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을 때도 지리산을 찾았다. 나와 우리 가족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뭇사람들의 오해와 곡해, 비난으로 상처 받았을 때도 지리산에 올라가 속 좁은 내 마음을 치유했다. 그러고 보면 내게 지리산은 '기도의 산'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기도하기 위해 산을 오르듯이 나 역시 지리산을 올랐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산마루에 올라서서 산 아래를 바라보면 어떤 큰 문제든지 내가 품을 수 있을 만큼 작아졌다.

내가 영락없는 전라도 사람이 된 것이나, 지리산과의 깊은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은 멀리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5년 선교를 목적으로 한국의 남도 땅을 밟은 내 외증조부 유진 벨 목사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유진 벨 목사의 딸과 결혼한 친할아버지 윌리엄 린튼, 그의 아들이자 내 아버지 휴 린튼, 그리고 나 인요한으로 이어진다.

나는 내 피 속에 흐르는 한국인의 기질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웬만한 전라도 사람보다 더 징한 '전라도 사람 인요한'이다. 나를 키운 8할은 한국 사람들의 그 뜨거운 정이었다. 내 영혼은 한국 사람들의 그 강직하고 따뜻한 심성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그것에 길들여졌다. 내 기억 속의 진짜배기 한국 사람들은 삶이 힘들어도 넉넉한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이었다. 없는 가운데도 즐겁고 밝게 살려고 노력하는 낙천적인 사람들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인의 원형은 북한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는 길은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이 말은 결핵치료 사업을 위해 북한을 다니면서 보았던, 거리나 요양소 곳곳에 걸려 있던 글귀였다. 재해와 경제난으로 어느 때보다 사람살이가 팍팍해진 북한의 현실을 드러내는 말인데, 그 글귀는 어떤 정치적인 구호나 수사보다도 더 내 가슴을 울렸다. 무엇보다 그 말에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낙천적인 기질과 강단이 담겨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 삶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이들 모두가 험한 길을 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내 할아버지나 아버지, 어머니,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시던 손양원 목사님…. 모두가 순정한 마음으로 남이 가기 힘든 길 위에서 사랑을 실천했던 분들이었다.

얼마 전 아버지 기일에 어머니는 생전 안 해주시던 이야기를 꺼내셨다. 아버지는 항상 바쁘셨고 한국의 보통 아버지 못지 않게 말이 없으셨던 분이라 집안에 오붓이 앉아 이야기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었다. 그런데, 교통사고 당하시기 바로 전 날 밤 어머니께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신다고 해도 전혀 두렵지가 않아요. 이제껏 살아온 내 삶이 부끄럽지 않고, 행복하기 때문이겠죠."

아버지는 그토록 고달프고 힘들게 사셨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느끼셨다. 아버지가 느끼셨던 행복의 원천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1895년 샌프란시스코 항을 떠나 아시아 대륙 끝 조그만 미지의 나라로 향하는 배 위에서 증조할아버지는 자신의 한국에 내린 첫걸음이 100년이 넘는 엄청난 역사를 만들어 내리라는 것을 예감하셨을까? 신사참배를 거부했다가 강제 출국 당한 윌리엄 린튼 할아버지를 해방 후 다시 한국으로 이끌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시기 전까지 검정 고무신바람으로 남도자락 곳곳에 600여 개가 넘는 교회를 지으셨던 아버지의 초인 같은 열정은 어디서 온 것이었을까?

그들은 모두 지상에서의 안락한 삶의 유혹을 벗어 던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편하고 익숙한 땅과 사람들을 떠나 가장 낯설고, 가장 힘든 곳으로 제 스스로 찾아 들어간 사람들이었다.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자신들이 믿는 영원한 삶과 땅을 이루기 위해 몸으로 부딪혀 새로운 삶과 진실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었다. 내 몸을 자꾸만 북으로 향하게 하는 것도 내 속에 꿈틀거리는 그 열정 때문일 것이다. 그곳이 내게는 낯설고, 편치 않으며, 하나님의 가장 소중한 가르침인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곳이니까.

나도 아버지처럼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내 삶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고, 진정으로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세속적인 성공이나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필요로 하는 미지의 그곳에 내 몸을 던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계속 내 스스로 던질 수 있다면, 그 질문에 답하는 내 마음과 몸이 진정 깨어 있을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를 세상에 내보내주신 하나님과 모국 한국과 고향 전라도에 부끄럽지 않으련만!

-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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