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 박사는 우리 집안에선 일종의 영웅이었다.
그분이 어떻게 나를 죽음 직전에서 구해냈는지 아버지가 하도 자주 얘기하다 보니 그 이야
기는 우리 집안의 전설이 되었다.
나는 자라면서 그 이야기에서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
그러나 내가 잭슨 박사를 다시 만나 뵙기도 전에(나는 그후 꽤 건강한 아이가 됐다) 그분이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그는 쉰도 넘지 않았을 텐데, 아마 너무 많은
시간을 쉬지 않고 환자 돌보는 데 전념하다 보니 일찍 세상을 떠난 게 아닌가 싶다.

그날은 애니스턴 일대가 슬픔에 잠긴 날이었다. 잭슨 박사는 우리 고장에서 명망이 높았고
주님께서도 우리 마을에 의사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건 알고 계셨다. 그렇지 않아도 당시 의료
혜택은 너무 취약한 실정이었다. 내가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된 것도 그 즈음
이었다. 그때까지 우리 집안엔 의과대학은커녕 고등학교를 제대로 졸업한 사람도 하나 없다
는 것을 나는 개의치 않았다. 우린 의사 한 분을 잃은 것이다. 나의 생명을 구한 은인을 말
이다. 나 자신이 의사가 되어야 마땅할 것 같았다. 부모님은 나의 꿈에 성원을 보냈다. 특히
어머니는 내가 무슨 일이건 정성을 다하면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실 것이라고 내게 확신을
주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캘빈 카운티 트레이닝 스쿨이었다. 그곳의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할
아이들이 아니었고 게다가 내가 속했던 C 그룹에선 집에 가서 밭일을 할 수 있도록 학과
시간을 일찍 끝내 주었다. 의사가 되는 지름길에 들어선 것은 분명 아니었다. 꿈을 간직했
건, 아니건 간에 만약 고등학교 2학년때 영어 선생님이었던 후아니타 제럴드 여선생님이 그
학교에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결코 애니스턴을 벗어나지 못했으리라.

제럴드 선생님이 나를 너무 열심히 공부시켜 나는 선생님이 내게 뭔가 안 좋은 감정이 있는
줄 알았다. 내가 손을 들지 않아도 내 이름을 불렀고 도서관에서 해결해야 하는 특별 과제
도 내주었다. 또 선생님은 나를 전국 글짓기 대회에 강제로 참가하게 했다. 결국 난 선생님
이 나를 못살게 굴려고 몰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미처 알지 못하던 어떤 가능성
을 선생님이 먼저 알아보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선생님이 보
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데이빗, 좀더 자신을 갖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넌 분명 더 잘
할 수 있어.”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곤 했는데, 그것은 내가 집과 교회에서 많이 듣던 말이
었다. 모어하우스 대학에서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지원하는 장학금을 받았을 때, 후아니타
제럴드 선생님은 내가 감사를 드려야 할, 앨라바마 주 애니스턴의 많은 사람들 중의 또 한
분이 되었다.

남부 시골에서 가난하게 자랐기에 내가 별로 가진 것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자부한다. 신앙, 가치관, 소망과 꿈, 이런 것
들은 내게 풍성하게 주어진 축복이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내가 건실하게 살아가는데 커다란
밑거름이 되고 있다. 공중 위생국 국장은 역할 상 국민 전체를 환자로 보고 돌보는 일을 하
게 된다. 나는 건강이란 바로 삶이 얼마나 온전한가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육체와
마음, 정신 그리고 사회가 모두 연관되는 총체적인 것이며 또한 가정과 신앙 그리고 평등에
바탕을 둔 온전함인 것이다. 의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미국인들, 특히 어린
이들에게 양질의 의료 혜택을 제공하려면 우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때때로 그것은 버거워
보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럴 때면 어느 새 난 집무실 창 밖을 내다보면서 어머니가 말해주
곤 하던 잠언 구절을 떠올린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뢰하라… 그리하면 네 길
을 지도하시리라’ 나의 길이 시작된 곳을 다시 돌이켜 본다. 더불어 낡은 가죽 진료 가방
을 들고 우리 집 앞뜰에 모인 사람들 틈을 뚫고 천천히 다가오던 그분, 먼지 구름을 헤치며
우리 집 앞을 올라오던 격무에 시달리던 시골 의사를 나는 떠올리게 된다. 난 앞으로도 하
나님께서 나의 길을 지도해 주시리라는 것을 확실히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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