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를 처음 언뜻 보게 된 건 부엌 창문을 통해서였다.
당시 로이스는 그녀의 남편과 함께 우리 집 뒤쪽의 잡초가 무성한 빈 주차장에 나타났었다.
사실 나는 그들의 몸짓을 보는 게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곧 밝혀졌지만, 그들은 앞으로 지
을 집의 모양과 위치에 대해 윤곽을 잡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에 집을 지으면 내가 매일 저
녁 소중히 여기던 저녁노을을 보는 즐거움은 끝장이 날 게 분명했다. 그 집의 큰 부분들은
미리 조립된 형태로 도착했고 곧 내 저녁노을이 불타던 자리에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습다는 걸 알고 있었
지만, 매일 저녁 보던 노을은 그만큼 내게 소중한 것이었다.

드디어 로이스와 그녀의 남편이 이사를 왔을 때, 나는 뒷마당을 가로질러 가서 그들을 방문
했다. "이웃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물론 마음에도 없는 인사였다. 그 날 저녁 나는 이기심
과 분노에서 벗어나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점차 나는 새로
이사 온 그 부부가 뜰에서 일을 하고 진흙더미 위의 풀과 꽃을 정리한 다음, 낙엽을 모으고
덤불을 잘라내는 그런 모습들에 익숙해져 갔다. 로이스도 나와 하루 일정이 같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커피포트를 가지러 부엌으로 갈 때면 로이스의 부엌 전등도 찰깍하고 켜지리
란 것을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12월이 되어 크리스마스 장식 전구들을 개수대 위, 부엌 창문 테두리에 줄지어 꾸며놓고는
이른 겨울 아침의 어둠 속에서 그 전구들을 켰다. 전구를 매달아 놓은 지 이틀이 지나자 로
이스가 전화를 했다. "'좋은 아침'을 알리는 댁의 불빛들이 너무 맘에 들어요. 그 불빛 덕분
에 제 하루가 상쾌하게 시작된답니다." 그녀의 전화를 받고 나니 나의 하루도 상쾌해졌다.
내 생일 케익을 로이스와 나눠 먹었을 때는 로이스가 어찌나 고마워하던지 그 덕에 내 생일
이 아주 특별한 날이 되었다. 봄에는 침구류를 널고, 여름엔 창문들을 닦는 일들이 한때는
지독히도 싫고 궂은 일이었는데, 로이스와 함께 그 일들을 하다 보니 만족스러운 행사가 되
었다. 로이스가 이웃이 된 다음 두 번째 맞은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난 다음날 나는 자리에
앉아 그간의 감사한 일들을 세어 보았다. 로이스가 내게 고마운 일을 얼마나 많이 해주었는
지 세어 보고는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맑고 싸늘했던 1월의 어느 날, 로이스가 그녀의 남편 덧신을 신고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 덧
신은 로이스가 항상 자신의 무용 신발이라고 불렀던 것이었다. 로이스가 뭔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엘리스, 우리 이사가야 해요." 갑자기 온몸이 마비된 것 같아서 난 간신히 말
을 이어 보려고 애를 썼다. "좋은 일은 오래 가는 법이 없군요."

두 주 후, 로이스의 부엌 창문이 캄캄해졌다. 창문을 바라보며 나는 저녁노을을 잃어버린 것
보다 더 간절하게 로이스를 그리워했다. 잠시 원망스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누가 저 집
에 이사오든지 로이스만한 사람은 없을 거야.' 그러다가 나는 재빨리 생각을 멈추었다. 이제
는 지레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게 낫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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