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우리에게는 생활비뿐 아니라 이사를 가거나 땅을 사거나 집을 지을 돈이 턱없이
모자랐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플로리다의
세계 선교회 사무실에서 편지가 왔는데, 미국 알루미늄 회사에서 우리에게 주식 얼마를
보내 왔다는 내용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 나중에 가서야
기도 목록에서 우리 이름을 본 어느 여성이 우리에게 그 주식을 주라는 하나님의 지시를
받고 보낸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액수는 몇천 달러에 이르렀다. 이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시겠다는 신호였다. 우리는 안식년에 미국으로
가서 우리의 프로젝트를 알렸다. 그때부터 하나님께서는 생활비, 여행비, 땅을 살 돈,
건물을 지을 돈 등 우리의 모든 필요를 채워 주셨다.

나는 가족들보다 먼저 한국으로 돌아왔고, 돌아오자마자 적당한 지역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여러 친구들이 의견을 내놓았는데, 나는 지도를 보고 연구한 후 비무장지대에서 제주도
사이에 있는 7개 지역을 방문하고 점검했다. 내가 원했던 지역은 산과 숲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고, '문명'이 우리를 둘러싸지 않을 국유림이었다. 드디어 나는 황지 근처에서
그런 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땅은 국유림까지 뻗쳐 있으면서도 도시와 도로에서
가까워 찾아오기가 쉬웠다. 또 거기에는 좋은 수원지가 있었고 땅이 아주 기름졌다.

그러나 문제는 땅 주인이 어떠한 합리적인 가격에도 그 땅을 팔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거의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신학교에서 첫해에 가르쳤던 학생이자 이제는 내
동료인 최 요한 형제가 나더러 황지에 머물면서 기도하고 있으면 그 동안 자신이 하사미로
돌아가서 한 번 더 땅 주인을 설득해 보겠다고 했다. 땅 주인은 우리가 거기서 금을 발견
했으며 곧 금광을 차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한은 우리가 금광을 캐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시키고, 우리가 지불할 수 있는 가격에 땅을 팔아달라고 부탁해 볼 작정이었다.
나는 요한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황지에 남아서 기도했고, 요한은 하사미로
돌아가 땅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후 늦게 돌아온 요한은 거래가 성사되었다고 말했다!

나중에 우리는 제인이 바로 그 시간에 미국에서 어떤 기도 모임에 참석하여, 예수원 장소
를 찾는 일을 위해 기도 부탁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기도하는 가운데 한 나이 든
부인이 환상을 보았는데, 내가 불이 타는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는데 그
주위로 어두운 형상들 - 낙담의 영이 나를 끌어내리려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기도하는 중에 그분은 내가 언덕의 정상에 오르는 것을 보았고, 그들은 내가 그 날 어떤
힘겨운 상황에서 승리했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포기했을 때 정작
'다시 해 보겠다'고 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요한이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삶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우리는 한 번도 돈을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었고 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한 적이 없었는데도 하나님은 항상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셨다. 우리가 집에 있는 마지막 음식까지 다 먹었을 때도 있었지만,
하나님은 항상 다음 끼니에 맞게 무엇인가를 보내 주셨다. 그분은 또한 우리와 함께 일할
사람도 보내 주셨다. 성령강림주일에서부터 11월 말까지 나하고 천막에서 살았던 12명의
젊은이들을 보내 주신 것을 시작으로 해서 하나님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사람들을 보내 주고
계신다.

예수원의 위치를 정했을 때, 나는 군용 천막을 사고 나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우리가
강원도에 가서 기도의 집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놀랍고 기쁘게도 12명의 남자들이
함께 가겠다고 자원했다. 그들은 신학교 건축 때 우리를 도와주었던 사람들이었다.
외나무골에 있는 현장에 도착해 하룻밤을 지내고 나서 우리는 농사와 집을 짓기 위한 일
들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한 사람은 매우 열의에 차서 이 일을 자기의 평생 업
으로 삼겠노라고 내게 말했다. 나는 그에게 감사했지만, 그가 공동체에서 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었다. 몇 달 후
우리가 아직 천막에서 살고 있을 때, 그는 떠나겠다고 했다. 나는 실망하기는 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전에 했던 약속을 상기시켰더니 그는 "맞아요. 그렇게 말했지요. 하지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이상 말하지 않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가 산을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제 또 누가 떠나겠다고 할까? 결국
아무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이 일을 다 끝내나...."

그 젊은이가 길이 꺾인 부분을 지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이 언덕을
올라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내가 서 있는 곳까지 오더니 인사를 하고서
"일하러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오, 하나님! 이러한 일이 오늘날까지 반복되고 있다.
누가 떠났을 때 그 사람의 자리를 대신 채울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아무리 낙담이 되어도,
하나님은 그의 자리를 대신할 누군가를 보내 주셨을 뿐 아니라 넘치도록 채워 주셨다.
처음에 12명으로 시작한 예수원이 이제는 30명의 자녀들을 빼고도 60명이나 되니 말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신학교에서는 실천할 수 없었던 신학의 실습실을 가르치고 계셨다.
여기서 사람들은 하나님을 개인적으로 만났으며 그들의 인생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이들은 성령으로 충만해졌고,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말하는 자니,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치 아니하는 자가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가 없느니라"(요일 4:20)는 말씀의 뜻을 배웠다.

또한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 주변의 '실제' 세계 속에서 우리를 사용하실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증명했다. 그 '실제' 세계는 광부들과 농부들의 세계였고, 나아가서는 멀리
있는 큰 도시도 포함하는 세계였다. 하나님은 이 모든 곳에 우리가 영향을 미치게 하셨다.
하나님이 우리를 이러한 삶과 사역으로 부르신 것에 감사한다. 개척은 멈추지 않고 있고,
흥분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만약 우리가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이 모든
것을 처리한다면, 하나님의 약속이 사실이라는 것을 결코 깨닫지 못할 것이다!


- <대천덕 자서전>(대천덕 저, 홍성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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