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내면 그 심층 세계는 도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인간의 영혼은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 영을 우리에게 불어넣으신 분 외에는 이 세상의
다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습니다. 어떠한 물질이나 권세로도 해소되지 않는 우리의
영적 갈증은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내면으로부터의 이러한 갈망상태가 영적인 것인 줄 모르고 어떤 사람들은 이를 육체적,
심리적으로 해결하고자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타락을 자초하고 촉진시키는 문란한 섹스,
스포츠탐닉, 알코올중독, 마약흡입 등은 인간의 육체적, 영적 파멸만을 초래할 뿐입니다.
그리고 신비운동이나 기 훈련, 정체불명의 사상 등이 커다란 매력을 지니고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간 육체의 내부와 우주 곧 하늘과 땅의 기운을 막연하게
연결시키는 가운데 다분히 종교적 성격을 띠게 됨으로 결국에는 영적 혼란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심층심리학은 인간 내면의 세계 즉 무의식의 층을 발견하고 여기에서부터 인간을 이해
하며 비정상적인 의식과 행동의 원인을 바로 이 무의식의 세계에서 찾아내어 치료하고자
합니다. 이 무의식의 층은 매우 깊어 자칫 이에 대한 이해가 영적 이해를 대신하는 것으로
착각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무의식의 심연이 곧 영적인 세계와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밤에 잠잘 때 꿈을 꾸는 것을 무의식의 언어라고 합니다. 비정상적인
행동분석으로 무의식의 세계를 찾아내려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가리워 있는 세계
이니만큼 때로는 어둠의 세계로도 비유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악한 영
이나 어둠의 세력의 거처가 바로 이 무의식의 심층세계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때문에
영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분별이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성경에서 "영을
분별하라"는 말씀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굳이 영적인 세계를 표현한다면 그것은 무의식의 심연 끝에서 다시 발견되는 새로운 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을 만나는 곳은 무의식의 세계에서가 아니라 바로
이 영적인 세계 곧 영의 자리에서입니다. 또한 이 영적인 세계는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마저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심지어 자연만물 가운데서도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성경에 "깊음이 깊음을 부른다"는 말은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심연에서 하나님이 인간의
영혼을 찾고 계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충족시킬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욕구, 곧 영혼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은 우리의 심연 바로 거기에서 우리를 찾고 계시는
하나님과의 만남뿐입니다. 바로 이것을 영적인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의식적 노력만
으로는 결코 그 끝에 도달할 수 없는 이 영적 세계야말로 우리 신앙의 근원이 되고 원천이
되며 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 <깊은 침묵을 향한 영혼의 고백>(최봉기, 요단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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