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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침묵
우리는 여전히 씨름중이며 살아갈수록 씨름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고 터놓고 고백하는
남자들이다. 우리 삶은 기독교 문화가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원만하지
않다. 그리스도인 남자들, 특히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늘 의욕이 넘치고 비전에
불타며 거의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여겨진다. 성숙한 남자들은 엉뚱한 생각이나
죄악된 충동이나 절망감으로 씨름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영적인 남자에 대한 우리 시각은 어려움을 성공리에 극복하는 쪽보다는 어려움에도 불구
하고 본분을 지키는 쪽에 더 가깝다. 우리는, 성령께서는 우리 삶을 형통케 하는 길을 일러
주시는 것보다는 계속되는 어려움 가운데서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향한 열정을 지펴 주시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신다고 믿는다. 그분은 우리의 문제를 풀어 주시기보다는
문제를 사용해 우리로 하여금 고민하게 하시고 인생살이를 더 묘연케 하시고 묻기 두려운
어려운 질문들을 묻게 하시며, 우리를 그리스도와 멀어지게 하는 집요한 회의와 흉측한
욕심을 드러나게 하실 때가 더 많다.
우리는 성경에 우리가 기대하는 식의 인생 성공 계획이 나와 있다고 믿지 않는다. 오히려
성경은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계속 살아가야 할 이유를 준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
이다. 분노를 극복하는 공식, 경건한 자녀를 키우는 공식, 아내와 더욱 친밀감을 느끼는
공식 등 정말 효력 있는 공식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도 따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공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남자는 혼란에 대한 두려움을 인정하되 속
편한 자신감이나 단계별 계획 같은 것을 찾아 거기서 달아나지 않는다.
우리는 삶의 예측 가능성보다 삶의 신비에 더 끌린다. 우리가 유난히 혼돈과 통제 불능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그런 기분은 견디기 힘들다. 우리는 그것을 혐오할 때도 있다. 다만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정직한 자세로 삶에 부딪힌다면 말이다.
물론 삶에는 질서정연하고 다루기 쉬운 부분들도 있다. 자동차는 기름 없이는 움직이지 않고,
잇새의 찌꺼기를 제거해 주면 충치가 덜 생기며, 남편과 아버지의 관심 없이는 가정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 인생에서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은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은 다루기 쉽기보다는 오히려 신비롭게 보이고, 질서정연
하기보다는 오히려 무질서해 보인다.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한테 딸 아이가 성추행당한 것을
알았을 때 어찌할 것인가? 나보다 돈을 잘 버는 친구에 대한 끈질긴 시기심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죽도록 사라질 줄 모르는 부도덕한 공상을 어쩌면 좋은가? 내면의 모든 것이 죽은
것만 같을 때 어떻게 하나님께 다가갈 것인가? 성령께서는 하나님 아버지 집으로 어떻게
우리를 데려가시는가?
간단히 말해서, 가장 중요한 일들을 다룰 때 따를 수 있는 공식이란 없다. 우리는 하나님이
그렇게 설계하셨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좌절이나 낙심을 주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뭔가
그분이 이미 우리 안에 심어 두신 것, 신비의 한복판에서 우리를 그분께 맡길 때만 발현되는
그것을 불러내시기 위해서다. 영적 남성성에는 감당 못할 혼란의 와중에도 관계를 향해 계속
전진해 나아가는 용기가 요구된다. 그것은 형통하는 방법을 정확히 찾아내서 그대로 행하는
것과는 거의 무관한 것이다.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살아가는 남자로서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 질문들을
끌어안고 씨름한다. 지금쯤이면 다 뗐어야 할 것 같은 부분에서 우리는 실패한다. 우리는
내면의 흉한 욕망과 싸운다. 삶에 지칠 때 포기하고 싶은 충동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사느라 버둥거린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우리의 삶은 성숙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 입을
열어 사단의 말문을 막는 성숙 말이다. 우리가 이 희망을 즐거워하는 것은 비록 우리가 혼란
스럽고 때로 낙심하고, 가끔 절망에 빠질지라도, 여전히 우리 아내와 자녀와 친구들을 향해
그리고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항상 잘 전진해 가는 것은 아니다. 가끔 멈추기도 한다. 그러나 절대 그 상태로
주저앉지는 않는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핵심 메시지다. "남성성이란 전진해 나아감을 뜻
한다." 언제나 성공과 승리를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아간다. 그것은 성령의 인도로
온통 뜨겁게 그리스도께 취한 마음에서만 나올 수 있는 나아감이다. 그것이 진정한 승리다.
- <아담의 침묵>(래리 크랩, IVP)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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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등록예정 도서요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