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부분이 결혼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자신의 가장 큰 필요가 ‘사랑받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가장 큰 필요가 사랑받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배우자의 사랑이 기대에 못 미치면 원망과 원한을 품는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결혼생활의 하루하루가 사랑이 자라 갈 풍성한 기회가 된다. ‘사랑 가운데서’ 행하기를 무엇보다도 갈구하는 사람은 그래서 부부관계를 날로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내가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린다 딜로우의 훌륭한 책 『나와의 결혼생활이 어떤가요?』에 보면 크리스타라는 아내의 실화가 나온다. 그녀의 남편 케일럽은 이라크에서 여단 하사로 복무하는 군인인데, 그곳에 배치된 지 6개월 만에 2주간의 휴가 통지서를 받고 본국에 있는 아내에게 이메일로 알려왔다. 아내는 대뜸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잘됐다! 6개월 동안 혼자서 애들 보느라 힘들었으니 이제 나도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사우나에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나 봐야지.’

그러나 처음에 그러고 싶던 마음이 끝까지 가지는 않았다. 그녀는 다시 생각했다. ‘나의 가장 큰 필요가 사랑받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거라면 어떨까?’ 그리고 어느새 그녀의 입에서 이런 기도가 나왔다. “남편은 또 전쟁터에 복귀해야 하는데, 제가 어떻게 남편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재충전해 줄 수 있을까요?”

크리스타는 아이들과 함께 공항에서 케일럽을 맞이한 뒤 밖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그 후에 아이들을 맡기고 집으로 와서 “더없이 짜릿한 애무를 즐겼다!” 그녀는 남편의 필요가 신체 접촉임을 잘 알았다. 이어 그녀는 욕실에 들어가 남편을 목욕시켜 주었다. 이 장면은 너무도 감동적이고 영적인 순간이었다. 그녀는 남편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신체 부위에 치유와 회복을 주시기를 하나님께 간구했다.

그 뒤로는 아주 육체적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좋아하는 색깔의 속옷을 입고 나타났다. “남편이 귀가하고 나서 첫 24시간 동안 우리는 성관계를 다섯 번이나 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크리스타는 새로 배운 마시지 기술을 실행에 옮겼다. 케일럽은 마사지를 받다가 완전히 긴장이 풀려 연속 두 시간을 자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참 신기해. 이라크에서는 한 번도 이렇게 푹 자본 적이 없는데.”

남편이 시간을 주겠다며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하라는데도 그녀는 오로지 남편에게 집중했다. 아이들을 혼자 키우는 엄마라면 당연히 남편이 집에 와 있는 시간을 자신을 위해 이용할 만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가장 큰 필요를 새로운 렌즈로 보았고, 거기서 비롯된 경험은 아마도 대부분의 아내들에게 “전설”로 통할 것이다. 크리스타는 이 경험을 “친밀함의 초자연적 향연”이라고 표현한다.

아내들 중에 남편과 함께 이런 경험을 한 번이라도 누려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것은 정말 놀라운 표현이다. 머리를 굴리고 성적인 수법을 쓰고 이기적으로 요구해서 얻어낸 게 아니라 섬김과 겸손과 너그러움에서 태동한 것이기에 더욱 놀랍다.

크리스타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나는 정말 남편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최대한 사랑했을까? 그래서 남편이 준비된 상태로 전쟁터로 돌아갔을까? 그런데 귀대한 지 3일 만에 남편이 보내온 이메일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내 평생 최고의 2주간을 보내게 해 주어 고맙소.>”

사도 바울은 골로새서에서 “남편들아, 아내를 사랑하며 괴롭게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가 우리에게 하는 말은 이것이다. “남자들이여, 사랑에 탁월해지라! 사랑하기를 잊지 말라! 사랑을 키우는 데 주력하라. 사랑하는 법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게 배워야 할 기술이다.” 또한 바울은 여자들을 향해서도 침묵하지 않고 늙은 여자들이 젊은 여자들에게 남편을 사랑하는 법을 교훈하도록 했다.

사랑의 역량이란 남녀 모두 통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그 여정에 오를 뿐이다. 바울은 “너희가 다 각기 서로 사랑함이 점점 더해 감이니”(데살로니가 후서 1:3)라고 말한다. 이처럼 사랑은 계속 가꾸어 나가는 것이며, 좋은 결혼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망가진 결혼을 고칠 수 있음도 사실이다.

- 『사랑 학교』 중에서
(게리 토마스 지음 / CUP / 372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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