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도중에 태우느라 에드먼턴 시까지 가는 데 거의 세 시간이 걸렸다. 차안은 매우 조
용했다. 아무도 아빠가 회복될 거라고 말하지 못했고, 누구도 그가 살아나리라는 생각을 못
했다. 할머니는 여전히 기도하셨으며, 나는 필사적으로 하나님과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병원 복도를 걸어 들어가며 나는 아빠가 사망 선고를 받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엄마를 만났다. 서로 달려가 부둥켜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 동안 얼마나 울었는
지 엄마의 눈은 아주 많이 부어 있었다. 그러나 엄마는 내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평안해
보였다.

“엄마, 어떻게 된 일이에요? 언제 아빠를 볼 수 있어요?”
“아빠는 수술 중이야. 최소한 4시간 후에나 볼 수 있단다.”

그리고 나서 엄마는 사건의 전모를 말해 주었다. 아빠와 로이는 우리 농장에서 사슴을 몰아
내기 위해 흩어졌다. 새벽녘에 집결지로 돌아오다가 로이는 버드나무 사이에서 사슴 한 마
리를 보았다고 생각하고 몇 분 동안 움직임을 지켜보다 그것이 사슴이라는 확신이 들자 총
을 쏘았다. 그러나 그것은 우거진 숲에 숨어 있던 아빠였던 것이다. 로이가 아빠에게 달려갔
을 때, 아빠는 산악용 삼륜차를 가져오라고 로이에게 소리쳤다. 곧 아빠는 트럭에 옮겨졌다.
그들은 급히 지방 병원으로 가서 수혈을 받고 응급조치 후 에드먼턴 시로 보내진 것이다.
너무 추워(기온이 영하 15도 이하였다) 응급 헬리콥터가 뜰 수 없었기 때문에 아빠는 앰뷸
런스로 이동해야 했고,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수술이 시작되었다.

“에이프런, 하나님이 내게 평안을 주셨단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하나님이 너
에게 평안을 주시도록 기도하자꾸나”라고 엄마는 말씀하셨다. 이윽고 우리가 기도를 시작
하자 나를 사로잡는 평화가 가득 임하였다. 그 순간 나는 아빠가 완쾌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아빠의 상황을 내게 맡기렴. 그 문제로 혼자 씨름하려고 하지 말거라.” 하나님이 내 귀에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로이에 대한 분노조차도 시간이 흐르자 자연스레 풀어졌다.
몇 분 후에 로이가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고통이 역력했다. 친구를 쏜 후에 그가
느껴야 했던 고통을 나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는 지금 그 가족을 대면하고 있는 것이
다. 이 얼마나 커다란 용기인가! 하나님은 나로 하여금 그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을 수 있도록
힘을 주셨다.

“미안하다. 나는 단지....” 그는 내 귀에 속삭이며 흐느꼈다.
“괜찮아요. 모든 것이 잘 될 거예요. 우리는 기적의 증인이 될 거예요”라고 나는 말했다.

에드먼턴에 나타난 기적의 사나이 수술은 5시간이나 계속되었다. 어떤 희망의 말도 하지 않
던 의사들은 수술하는 동안에 하나님께서 행하시던 일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할 뿐이었
다. 그러나 담당 의사는 합병증, 많은 양의 출혈, 간, 췌장 그리고 담낭의 손상에 대해 언급
했다. 처음 24시간이 대단히 위험했다.

저녁 9시까지 나는 아빠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벌거벗은 채로 온
몸에 튜브를 꽂고 있어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내 앞에 펼쳐진 그런 안쓰러운 모습
을 대하자 나는 다시 울음이 복받쳤다.

다음날 아침 나는 침대 곁에 앉아서 아빠의 손을 꼭 잡았다. 아빠는 겨우 실눈을 떠 보였다.
“안녕 아빠! 깨어나셨군요. 어떠세요?”뭔가를 묻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그런데도
나는 철없이 질문을 던졌다. 아빠는 의도적으로 눈을 깜박거렸으며, 아빠가 뭔가를 이야기하
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빠, 뭘 말씀하시려는 거예요?”

아빠는 다시 천천히 고통스럽게 눈을 깜박거리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고 했다. “아빠,
제가 알파벳을 말해볼 테니까 맞으면 눈을 깜박거리세요.” 나는 펜을 들고 천천히 알파벳을
써 나갔다. 곧 나는 하나의 단어를 쓸 수 있었다. 펩-시-(p-e-p-s-i-). “아빠는 콜라를 드실
수 없어요”라고 말하며 나는 웃었다. 그러자 다른 단어를 덧붙였다. 다-이-어-트-(d-i-e-t-).
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아빠는 살아나셨고,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셨다. 그 순간부터
연이어 우리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의사들은 2주 동안 중환자실에 있어야 할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빠는 3일만에 중환자실
에서 나왔고 5일 후에는 걷고 있었다. 퇴원하기 며칠 전 아빠의 담당 의사가 찾아와 말했다.
“선생님은 거의 불가능한 일들을 모두 이루어 내셨어요. 나는 당신을 기적의 사람이라고
내내 불러왔습니다. 누군가 당신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에.... 하나
님이 살아 계신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아빠가 기적적으로 회복되었기 때문에 모든 가족들이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고를 통해 나는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에 응답하고 계심을 체험할 수 있었다.

아빠는 피를 흘리며 누워 있을 때 ‘이제 죽는구나, 빈손으로 하나님을 만날 수밖에 없구
나’ 하고 느꼈다고 나중에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래서 하나님께 이 죽을 상황에서 건져만
주신다면 나머지 인생을 목회사역에 완전히 헌신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빠는 엄마에게
아타바스카의 병원에서 이 말씀을 하셨으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셨다.

그 사고가 있은 지 2년 후인 1990년에 아빠는 자원하여 청소년 사역자로 나섰다. 1년 후에
는 앨버타 남서부에 있는 세레모나 복음선교교회의 목사가 되셔서 지금까지 이 사역을 하고
계신다.

하나님께는 불가능이 없다는 사실을 아빠는 당신의 인생 드라마를 통해 증거하고 있다.

* 글의 모든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다. 불행히도 에이프런의 아버지 스티브 버드
(Steve Budd)는 그 사고 때 수혈받은 것 때문에 C형 간염에 걸렸다. 그는 1999년에 간염
진단을 받았으며, 1년 정도 치료를 위해 사역을 잠시 쉬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
다. “저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지난 10년 동안 저에게
선하신 일을 해오셨다는 것을 압니다. 만약 이번에 그분 앞에 간다면 저는 빈손으로 그분
앞에 간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입니다.”(리더스라이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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