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은 나에게 아주 조그맣게 오셨다.
조그마할 뿐만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으로 오셨다
그 구체성이 지나쳐 사뭇 쪼잔하다 싶을 정도였다.
자나깨나 사사건건 참견하시고 지금도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신다.

일거수일투족을 포함하여 도대체 관여하지 않으시는 게 없다.
어느 때는 "이거 자꾸만 왜 이러십니까?"하고 눈과 귀를 꼭 막고 내빼볼까도 했으나
쯧... 애초에 그것은 가당할 일이 아니었다.
나의 조그마신 하나님은 어찌나 미세하고 정밀하신지 눈에 보이지조차 않으시면서,
그러나 그 미세함의 권능으로 이미 내 혈관 속의 피톨이 되어 계시는 듯하다.

이미 나의 뇌세포로도 되어 계신 듯하다.
'인텔 인사이드' 대신 '하나님 인사이드'인 셈이다.
그러니 그로부터 달아날 길은 벌써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는 운명적 상황을 판단하는 데는
따로 긴 시간을 요하지 않았다.

못 말릴 나의 조그마신 하나님!
이제 죽으나 사나 나는 내 몸속의 그런 하나님과 더불어 여생을 살아야 한다.
주변에 예술가 술친구들이 많아 술을 먹지 않고는 잠드는 날이 없었다.
어느 때는 술이 나를 먹기도 했었다.

술의 힘을 빌지 않고는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했다.
그것이 내 골통의 뽄새였다.
술 귀신이 차지하고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지금은 극초미세의 하나님이 꼬물거리며 들어앉아 계신 것이다.

세상 만사는 포기하거나 항복해 버렸을 때 오히려 편한 법이다.
이제 나는 로보트처럼 그분의 뜻대로만 움직이면 된다.
만사 OK 이다.
다 맡겨 버리고 나니 이제는 그 고질이던 불면증까지도 "안녕!"이다.
술친구들은 날보고 골이 비었다고 한다.

- 이만재, <행복으로의 초대> 중에서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를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하리로다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로 나의 높은 곳에 다니게 하시리로다"
(합 3: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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