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아마존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의 제목 옆에는 기저귀를 찬 아기 사진이 함께 실렸는데, 기사의 내용이 미국의 소규모 신생 기업인 퀴드시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적절했다. 와튼 비즈니스 스쿨 출신의 마크 로어가 설립한 퀴드시는 주 사업인 온라인 소매업체 다이퍼스닷컴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도서에서부터 시작해 모든 상품으로 판매 품목을 늘려온 아마존과는 반대로, 다이퍼스닷컴은 특정 상품군에만 집중하는 이례적인 행보로 주목받았다. 인터넷 소매업체들은 다양한 의사 결정에 직면하지만, 그중에서도 근본적인 결정은 상품 선정이라 할 수 있다.

2005년에 로어가 학생 신분으로 설립한 다이퍼스닷컴은 회사 이름만 들어도 무슨 상품을 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다이퍼스닷컴은 기저귀와 물티슈, 신생아용 분유, 기저귀 발진 연고, 땀띠 파우더 등 아기를 돌보는 데 필요한 상품들만 취급했다. 그런데도 다이퍼스닷컴의 매출은 3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아마존의 유아용품 카테고리 매출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었다.

창업한 지 5년밖에 되지 않는 신생 기업이 연간 총 매출이 320억 달러에 이르는 아마존의 이목을 끌었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기사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마존은 5억 5천만 달러에 퀴드시를 인수했다. 명료한 선택과 집중을 토대로 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힘이 아마존의 흥미를 끈 것이다.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에서 선택과 집중은 매력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다. 판매 상품 수를 제한하면 품목 선정이나 수요 예측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아마존과 비교했을 때, 다이퍼스닷컴은 취급품목 수가 적었다. 반면 모든 것을 판매하려는 아마존은 많은 상품들에 대해 수요 예측과 공급업체 선정, 재고 관리, 가격 책정 등에 대해 일일이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이런 의사 결정 패턴에서 발생한 리스크는 그야말로 골칫덩이였다. 판매 상품마다 이익률과 고객 수요의 가변성이 모두 달랐다. 이익률이 높고 수요도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이야말로 리스크도 낮고 이익도 많아 아마존의 입장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상품이었다. 결국 도서류라는 단 한 가지 종류의 상품에 집중했던 사업 초기와는 달리, 오늘날 아마존은 엄청난 규모의 상품 다양화로 인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만 한다.

5년 만에 0에서 3억 달러로 매출이 급상승한 다이퍼스닷컴의 초기 성공은 바로 선택과 집중 때문에 가능했다. 언뜻 보기엔 기저귀를 비롯한 유아용품은 인터넷에서 팔기에는 최악의 상품으로 생각할 수 있다. 부피가 큰 기저귀는 배송료가 비쌀 뿐만 아니라, 동네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매점에서 팔기 때문에 이익률이 낮은 품목이었다. 그러므로 비용과 수익만을 고려하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온라인을 통해 기저귀를 파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기저귀에도 몇 가지 장점은 있다. 신생아는 태어난 후 장기간 쉬지 않고 오줌을 싸고 대변을 보므로 기저귀에 대한 수요 예측이 비교적 쉽다. 게다가 기저귀를 만드는 주요 제조사가 서너 군데밖에 되지 않고, 기저귀 크기 또한 몇 종류뿐이라 상품 다양성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새로운 고객마다 기저귀를 2년 정도 반복해서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오랫동안 리스크 걱정 없이 일정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기저귀에 대한 수요 예측은 다른 상품의 수요 예측보다 훨씬 쉽다. 게다가 유아용품 카테고리의 ‘메인 상품’인 기저귀는 이익률이 낮은 편이지만, 연고와 파우더, 물티슈 등 다른 품목들은 이익률이 높아 어느 정도 만회가 가능하다.

이런 선택과 집중은 다이퍼스닷컴이 공급망과 관련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에도 든든한 역할을 했다. 아마존에서 주문해 본 사람이라면 상품에 비해 배달 상자가 너무 커 빈 공간이 아깝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이퍼스닷컴은 그런 낭비를 원천적으로 제거했다. 로봇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수주 후 출하 과정에 오더 피킹(order-picking)과 오더 패킹(order-packing) 프로세스를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비즈니스 위크》 기사를 보면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크기가 다른 23가지의 상자로 물품을 배송한다. 주문받은 상품 크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품이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작은 상자를 선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배송 비용을 절약했다. 이때 사용되는 상자는 창고에서 자동으로 만들어져 로봇이 출하 담당 직원에게 전달한다.”

다이퍼스닷컴의 운영 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는 스콧 힐튼은 수요 예측에서부터 공급망 물류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리스크가 이례적으로 낮았다고 설명하며, 그 이유로 다이퍼스닷컴의 한정된 상품 구성을 먼저 꼽았다. 소수의 상품만을 집중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아마존보다 리스크로 인한 비효율성이 적었던 것이다. 그 결과 유아용품 카테고리만큼은 다이퍼스닷컴이 아마존보다 몇 배 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아마존이 새롭게 떠오르는 경쟁자를 인수하기로 한 결정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명료한 선택과 집중은 어떤 분야에서든 매우 강력한 전략적 도구로 쓰일 수 있다. 일례로 많은 로펌들은 형법이나 신탁, 부동산법과 같이 특정 전문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항공 산업도 마찬가지다. 메이저 항공사들이 가격에 개의치 않는 비즈니스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에어트랜은 가격에 민감한 가족 중심의 여행자들을 공략한다. 싱가포르항공은 고급 서비스를 원하는 여행객들을, 버진애틀랜틱과 제트블루는 가치와 스타일 둘 다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전 세계의 젊은 고객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

- 『비즈니스 모델의 절대강자』 중에서
(카란 지로트라 외 지음 / 전략시티 / 247쪽 / 15,000원)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