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3일, 아마존의 주가가 하루 만에 20% 폭등하며 월마트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설상가상으로 몇 달 뒤 이번에는 월마트 주가가 폭락하면서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2015년 10월 기준으로 약 100조 정도 차이가 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월마트는 소매시장에서 절대 강자였다. 2010년 기준 월마트의 매출은 아마존의 10배에 달했고, 2014년 기준으로도 두 회사의 매출규모는 여전히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익 규모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왜 시장 가치 측면에서는 아마존이 월마트보다 훨씬 더 높게 평가받게 된 것일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그것은 비즈니스의 본질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월마트와 아마존은 같은 소매시장에서 경쟁하지만 거래의 대상, 비즈니스 방식, 비즈니스의 가치가 완전히 다르다.

얼마 전 한 대기업의 IoT 관련 부서에서 스마트 단추(즉, 단추 모양의 스마트 태그)를 제안했다가 우리 회사가 단추나 팔아서야 되겠냐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경영진들의 사고의 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적 사고의 틀을 가진 경영자들은 단추 하나의 가치를 너무 작다고 생각하고, 단추들이 만들어 낼 네트워크의 가치를 보지 못한다. 그러나 구글은 어떻게 보면 하나하나는 매우 하찮은 웹상의 페이지와 링크를 모아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를 만들어 낸 기업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처럼 네트워크 세상에서 성공한 기업은 공통적으로 엄청난 규모와 확장성(Scalability)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기존에는 버려지던 하찮은 (연결) 가치를 수도 없이 모아 의미 있는 가치로 창출하기 때문이다. 『웹 진화론』의 저자 우메다 모치오는 거지를 예로 들어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전통적인 거지가 하루에 1000 원씩 10 명에게 구걸해 1만 원을 번다면 네트워크 세상의 거지는 하루에 1원씩 1억 명에게 구걸해 1억 원을 번다. 전통적인 거지가 구걸할 때 적어도 몇백 원에서 천 원은 주어야지, 1원을 주면 욕을 먹을 것이다. 왜 1원을 주면 욕을 먹을까? 거지 입장에서는 1원을 구걸하는 데 드는 비용(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네트워크 세상의 거지는 클릭 한 번 할 때마다 1원씩 적선을 받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구걸함으로써 한 번에는 1원씩 벌지만 결국 하루에 1억 원을 벌 수 있다. 웹상에서는 처음 웹사이트를 만들 때 드는 비용을 제외하면 한 번 적선을 받는 데 드는 비용이 거의 0에 가깝다. 구글의 경우 2012년에 약 50조 원의 돈을 벌기 위해 1조 회 이상의 검색을 수행했다. 결국 이용자가 구글 검색을 한 번 할 때마다 평균 50원씩 구글에 적선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 세상의 비즈니스가 가치를 만드는 방식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거의 0 × 거의 무한대 = 매우 큰 숫자”

이 법칙은 오가닉 비즈니스의 거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데, ‘오가닉 비즈니스(Organic Business)’란 이처럼 고객 간의 작은 연결(가치)에서 시작하여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 네트워크를 자산으로 더 많은 연결을 만드는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찮은 가치들을 모아 무한대의 규모를 만드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 원리를 살펴보자

▲ 가치를 모으는 한계비용이 0이다
오가닉 비즈니스는 가치 하나를 더 모으는 데 드는 한계비용이 거의 0에 가깝다. 가치를 모으는 데 사용자들이 무료로 노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네트워크 구성원 간의 대규모 협업을 통해 재화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이른바 ‘위키노믹스’ 또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이라고 한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죽인(?)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가 위키노믹스의 대표적 사례다.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은 고객과 기업의 경계를 허물고, 고객의 무한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다.

▲ 가치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고정비가 낮다
오가닉 비즈니스에서는 물리적인 요소(예를 들어 매장 등)가 최소화되기 때문에 기존의 비즈니스에 비해 고정비가 낮다. 예를 들어 0개의 매장을 가진 아마존의 고정비와 1만 1000개의 매장을 가진 월마트의 고정비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한 월마트에서는 220만 명의 직원이 급여를 받고 일하는 반면 아마존에서는 15만 명이 급여를 받고 일하고 2억 400만 명의 고객이 무료로 일하고 있다.

▲ 무한대의 규모 = 끝없는 대안 X 무한한 공급
거의 무한대의 규모가 가능한 것은 사용자의 참여로 끝없는 대안이 만들어지고 이러한 대안을 무한히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는 브리태니커에 비해 100배 많은 주제를, 구글은 도서관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규모의 페이지를,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수백 배의 상품을 제공한다. 나아가 소프트웨어·정보가 중심이 되는 제품·서비스는 무한히 복제할 수 있다. 또한 생산량이 많아진다고 해서 비용이 추가로 증가하지 않는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물리적 요소가 필요한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의 참여를 기반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창업한 지 7년 된 에어비앤비의 경우 전 세계에 200만 개 이상의 방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100년 된 힐튼호텔 체인의 경우 겨우 68만 개의 방을 가지고 있다.

결국 전통적인 비즈니스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무시될 정도로 하찮은 가치도 적은 비용으로 이를 무한히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비즈니스를 파괴하는 제품·서비스들이 출현하는 것이다.

- 『오가닉 비즈니스』 중에서
(노상규 지음 / 오가닉미디어랩 / 264쪽 / 19,000원)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