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 도튼 『타고난 보스』(위즈덤하우스) 중에서

맥스는 마지막으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이야기를 남겨놓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애써 창조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마지막 교훈이었다.

우리는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신축 산업단지로 차를 몰고 갔다. 맥스는 인사이트
(Insight)라는 회사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자기가 그리 갈 것이라고 예약을 해 놓았다.

우리는 건물을 구경하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그 건물은 맥스가 전에 거대한 X자처럼 생겨서
사람들이 중앙부의 둥그런 교차지점에서 만난다고 설명했던 바로 그 건물이었다. 하지만 그
날 오전에는 거기에 모여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우리는 입구를 통과하고 30분이 지난 뒤,
아까 왔던 입구 쪽으로 되돌아갔다. 가만히 살펴보니 두 사람의 이발사가 사람들의 머리를
빡빡 깎고 있었다.

알고 보니 핵심직원 중 하나인 존 모스(John Moss)가 호지킨(Hodgkin : 임파절에 발생하는
종양) 병을 앓다가 치료가 되어 다시 회사로 복귀한다고 했다. 모스가 복귀하기 몇 주전에
그의 동료 하나가 젊은 CEO 에릭 크라운에게 가서 모스의 복귀를 기념해서 뭔가 특별한
행사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모스가 화학요법 때문에 머리카락이 다 빠졌기 때문에, 몇몇 동
료들은 CEO 에릭이 그다지 괘념치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삭발을 하기로 결심했다.

에릭은 전혀 개의치 않았을 뿐 아니라, 머리를 깎는 직원이 한 사람 생길 때마다 1백 달러
씩 미국암협회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심지어 에릭은 자기도 삭발 의식에 동참하겠다
고 말했다. 단, 자기가 정확히 1백 번째 삭발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조건을 달고서 말이다.

나는 이발사의 명단에 이름을 기재하고 있는 젊은 직원 한 사람에게 말을 걸었고, 그는 이
렇게 말했다.

"저는 여기 서명함과 동시에 저의 머리카락을... 그리고 저의 사회적 삶을 잘라 없애려고 합
니다."

마침 그 옆에는 사려 깊은 직원 한 사람이, 삭발 후에 하얗게 드러난 두피가 갑자기 햇볕화
상을 입을까 염려해서 태양광 차단제를 나누어주고 있었다.

잠시 후 머릿수가 100에 이르자 CEO의 머리를 향해 사람들이 환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에
-릭, 에-릭, 에-릭." 에릭의 차례가 되자 사람들은 잔뜩 들떠서 큰 소리로 그에게 휘파람을
불고 응원을 했다. 에릭의 머리가 반들반들해질 때까지 그런 분위기는 계속됐다. 참석한 사
람들이 전부 삭발을 했을 때 머리 수는 정확히 192였다. 여자 4명까지 포함해서.

다음으로 모스가 사람들 앞에서 뭔가 말을 할 차례가 되었다. 여러 주 직장을 떠나 있다가
다시 복귀해 보니 사무실에 온통 기치가 나붙어 있고 직원들이 전부 삭발한 상태라고 생각
해보라. 얼마나 어색하고 낯설 것인가?

모스가 사람들 앞으로 나왔다. 그는 좀 날씬한 체형에 검은 눈매를 지녔고, 회사 로고가 새
겨진 셔츠를 입고 쑥스러운 듯한 웃음을 짓고 있었으며, 나이는 30살쯤 되어 보였다. 그가
사람들 앞으로 나서자 그들은 환호했다. 그는 놀랍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해서 몸 둘 바를
몰라했다.

모스는 몇 마디 감사의 말을 전하고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서 사람들 사이로
걸어가면서 동료들의 삭발한 머리를 하나씩 만져보았고, 사람들도 모스의 머리를 어루만졌
는데, 한결같이 눈물을 글썽였다.

맥스와 나는 옆에서 이 광경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맥스는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자, 보세요... 여기는 결코 평범한 직장이 아닙니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공항으로 향했지만, 가슴과 머리는 이제 뭔가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 데일 도튼 『타고난 보스』(위즈덤하우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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