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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한 문장 정도의 말을 기억하려고 애쓰는 버릇이 있다. “뜨거운 물 좀 떠와라.”는 외할아버지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고 “그때 만났던 청요릿집에서 곧 보세.”는 평소 좋아하던 원로 소설가 선생님의 마지막 말이었다. 나는 죄송스럽게도 두 분의 임종을 보지 못했으므로 이 말들은 두 분이 내게 남긴 유언이 되었다.

먼저 죽은 이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나는 기억해두고 있는 말이 많다.

“다음 만날 때에는 네가 좋아하는 종로에서 보자.”라는 말은 분당의 어느 거리에서 헤어진 오래전 애인의 말이었고, “요즘 충무로에는 영화가 없어.”는 이제는 연이 다해 자연스레 멀어진 전 직장 동료의 마지막 말이었다.

이제 나는 그들을 만나지 않을 것이고 혹 거리에서 스친다고 하더라도 아마 짧은 눈빛으로 인사 정도를 하며 멀어질 것이다. 그러니 이 말들 역시 그들의 유언이 된 셈이다.

역으로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아침 회의 시간에 ‘전략’, ‘전멸’같이 알고 보면 끔찍한 뜻의 전쟁용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썼고, 점심에는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지인에게 “언제 한번 밥 먹자.”라는 진부한 말을 했으며, 저녁부터는 혼자 있으니 누군가에게 말을 할 기회가 없었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꼭 나처럼 습관적으로 타인의 말을 기억해두는 버릇이 없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에 꽤나 많은 말을 쌓아두고 지낸다.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또 어떤 말은 설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검은 글자가 빼곡하게 적힌 유서처럼 그 수많은 유언들을 가득 담고 있을 당신의 마음을 생각하는 밤이다.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중에서
(박준 지음 / 난다 / 192쪽 / 12,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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