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비야(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오지여행가)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20명은 영양실조이고
1명은 굶어 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입니다

내가 지난 7년간 세계일주를 하고 나서 내린 결론,
세계는 정말 좁구나!

100명이 옹기종기 어깨를 맞대고 사는
작은 마을이나 다름없다.

아니, 세계는 몇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조금 큰 집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가 그런 집이라면......
그 속에서 사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옆방에서 누군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는 배가 고프기도 하고,
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바로 옆방에 있는데, 단지 내가
그렇지 않다고 해서 그 사람의 처지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걸까?

나는 우리 아이들이 책상이나 거실 등 아주 잘 보이는 곳에, 날마다 볼 수 있는 곳에 세계
지도를 붙여 놨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금통에 한푼 두푼 동전을 모아 다른 나라의 어린이를
돕는 일을 도와주면서 어릴 때부터 나누는 일이 몸에 배이게 했으면 좋겠다. 나는 이런 것이
거창하게 세계화 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장차 활동해야
할 무대가 대한민국, 대한민국 안에서도 서울, 서울 안에서도 무슨 구, 그 안에서도 무슨 동이
아니고 이 세계 전체가 우리의 무대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우리 돈 2만 원, 많다면 많지만 적다면 적은 돈이다. 그 돈으로 가난한 나라의 한 아이
를 지속적으로 도와준다고 생각해보라. 그 2만 원 덕택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데
모이고, 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 있고, 지독한 가난을 벗어나는 삶의 밑천이 된다면, 그 2만
원이란 돈이 엄청난 효과로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국에서의 2만 원이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가는 동안 엄청나게 불어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실제로 전세계에서 한 해 동안 버리는 음식 쓰레기의 반의반만 있어도 굶어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다 먹여 살릴 수가 있다. 그런데 뭐가, 어떻게 잘못되었기에 굶어 죽는 고통을 당해야
하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마더 데레사의 말처럼, 나눌 줄 모르기 때문이다. 왜 모르는가?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모범으로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아이들
은 배우지 못했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버려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남을
돕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고 몸에 배여야 한다.

도움을 받는 사람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나누어주는 사람들이 기쁘다는 나눔의 행복을 우선
어른들이 먼저 깨달아 몸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저절로 배울 것이고, 그 아이의
아이들 역시 그렇게 할 것이다. 한번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우리의 아이들이 가슴속에 세계
지도를 품고 전세계를 무대로 살고 있는 모습, 그 아이들이 지구 저편에 사는 또래들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며 살고 있는 모습, 그렇게 당당하고 따뜻한 세계인
으로 커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는가.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75명은 먹을 양식을 비축해 놓았고
비와 이슬을 피할 집이 있지만
나머지 25명은
그렇지 못합니다.
17명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조차 없습니다.


* 한비야의 긴급 제안
이 글을 읽고 당장 후원해야겠다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에디오피아와 방글라데시
아이 2명을 후원하고 있는데, 마치 딸이 생긴 기분이랍니다. 후원을 하시면 결연된 아동의 사진과
편지를 받아볼 수 있고, 기회가 되면 직접 만나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 그리고
그 가정이 단단히 지켜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누는 기쁨'도 더불어 커질 것입니다.

* 후원신청: 월드비전 (02)783-5161 (내선 501, 502)


-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2>(이케다 가요코, 매거진 하우스 엮음, 국일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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