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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캠프
(김요셉 지음 / 두란노 / 280쪽 11,000원)

내가 처음 교육에 대한 비전을 아버지께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는 내 비전에 두말없이 과수원 땅과 살고 계신 집터까지 몽땅 팔아 학교 설립을 지원해 주셨다. 5년의 준비 끝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며 개교를 하자, 나는 나만의 독특한 교육관을 하나씩 실천해 나갔다. 혼혈아로 태어나 장애 학생과 다름없었던 나, 우등반과 돌반을 두루 경험하면서 체득한 관계중심적 가치관, 이런 것들이 나의 교육관을 만들어 갔다. 그것은 장애 학생과 일반 학생의 통합 교육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한 반에 장애 학생을 두 명씩 통합하기로 했고, 반마다 담임선생님 한 분과 특수교사 한 분을 함께 세워 협동 학습을 실행해 나갔다.

나는 가끔 복도를 지나갈 때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장애 학생이 화장실을 가려고 휠체어를 밀고 가면 뒤따라가던 아이가 얼른 화장실 문을 열어 준다. 자폐 성향이 있는 학생이 혼자 서 있으면 일반 학생이 슬그머니 다가가 손을 잡고 함께 걷는다. ‘나는 저 나이 때 저렇게 성숙하지 못했는데….’

흔히들 일반 학생이 장애 학생을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장애 학생이 일반 학생의 성숙을 돕고 있다. 장애 학생은 어떤 훈계도 없이 존재 그 자체로 아이들을 돕는다. 일반 학생들의 자존을 꺾고, 이기주의를 깬다. 언제나 아기처럼 되고자 하는 유치함을 버리게 한다. 그래서 나는 통합 교육을 포기할 수 없다. 비록 시설 면에서도, 인력 활용 면에서도 경제적인 합리성이 따르지 않지만, 지금보다 몇 배의 경제적 손실을 본다 하더라도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 믿는다.

그래도 예비 학부모들은 우리 학교에 입학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3월에 있는 입학설명회에는 아버지가 꼭 참석해야 한다. 물론 아버지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강제성을 띠지 않으면 우리나라 아버지들은 교육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아이들 일은 아내에게 맡겨 버리고, 그러다가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아내에게 돌린다. 아빠가 아이들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 그 가정 전체가 교육이라는 커다란 주제로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학교는 이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아빠를 더 적극적으로 교육 현장에 끌어들일까?’ 이 궁리 끝에 나온 것이 ‘아빠캠프’이다. 아빠캠프가 시작되면 엄마들은 출입 금지다. 엄마 없이 아빠와 단둘이 있어 보는 것이 처음이라는 아이도 있었다. 아빠가 안 계신 아이들은 삼촌이나 남자 선생님이 대신 하루 동안 아빠가 되어 준다.

아버지들은 대개 캠프 첫 시간부터 진땀을 뺀다. 아이의 친한 친구 이름 알아맞히기 게임 때문이다. “누구지?” “누구더라?” 대부분 아빠들은 잘해야 한두 명 정도이고 그나마 하나도 맞추지 못하고 얼굴만 붉히는 아버지도 있다. 캠프가 진행될수록 아빠들은 깨닫는다. 자신들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심한 아빠였는지.

“아이 친구 이름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게 이렇게 부끄러운 일인지 아빠캠프 덕분에 알았습니다.” “회사 일 때문에는 고민하느라 잠 못 잔 적이 여러 날이어도 아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느라 시간을 보낸 적은 별로 없었어요.”

몇 해 전 아빠캠프에는 장기 중국 출장 중에 짬을 내서 나오신 분도 있었다. 지방 출장에서 오시는 건 예사였지만, 외국에서 일부러 날아오신 마음을 생각하니 우리는 가슴이 뭉클했다. 참석한 모든 아버지의 마음이 고무된 것은 물론이었다.

아빠캠프의 클라이맥스는 ‘모의장례식’이다. 그날 저녁에도 어김없이 유서를 읽는 시간이 돌아왔다. 드디어 중국에서 날아온 아버지 차례가 되었다. 우리는 그 유서를 들으며 다들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아,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네 모습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단다.
수많은 날들을 하늘을 원망하고,
운명을 저주하며 보냈지.
너를 무척 사랑하면서도
괴로움을 감당할 길이 없어
아빠는 너를 엄마에게 떠맡기고
바쁘다는 핑계로 밖으로만 돌았다.
......
그런데 이제 내 마음은
너와 하나가 된 것 같다.
이전에 소홀했던 아빠를 용서하고
지금의 내 마음만을 기억해 주렴.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너를 얼마나 기뻐하는지......
하나님, 우리 아들보다 하루만,
단 하루만 더 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아빠캠프는 해가 거듭될수록 잘 익은 과일처럼 무르익었다. 졸업생들이 가장 인상 깊어 하는 것도 아빠캠프다.


- 『삶으로 가르치는 것만 남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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