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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엔 꿈이 살고 있다
대학교수였던 어머니는 낮에 직장을 다니며 밤에 공부하는 야간대학 학생들을 가르치는 걸 무척 의미 있는 일로 여기셨다. 그 탓에 나는 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나는 숙제를 하고, 시간이 남으면 텔레비전을 보고, 책을 만들고,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가 심심해지면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상상을 하거나 엉뚱한 호기심에 빠졌다. 대부분의 궁금증은 풀렸지만,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었다. ‘나는 누구일까?’

어른들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나의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셨다. 나는 계속 내 꿈을 키우고 싶었다.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무엇보다 나의 깊이를 알고 싶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동안 내 꿈들은 어느새 무뎌지기 시작했고, 나는 무뎌져 가는 꿈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니, 꿈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내 나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한국식 교육에 쉽게 피로를 느끼던 나는 책임과 자율에 바탕을 둔 미국의 교육방식에 매력을 느꼈다. 어느 쪽이 낫다고 답을 내리기는 힘들다. 다만 나한테는 미국의 교육방식이 어울렸던 모양이다. 내가 사랑하는 CSW, 보스턴 인근에 위치한 아름다운 학교…….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시는 집을 떠나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나는 이곳이 두 번째 고향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름방학 때는 필름캠프에 참가해 카메라 다루는 법과 영상편집 등을 배웠다.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서면 마냥 행복했다. 내가 만든 다큐멘터리가 사람들에게 꿈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때문이었다. 어른들은 또다시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른들의 말씀을 개의치 않았다. 내가 공부하는 미국은 한국과 전혀 다른 사회였다. 미국에서는 꿈을 직접 몸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학생을 원한다. 어느새 나는 나의 삶에 자신이 생겼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다큐멘터리를 찍는 이유 중 하나는 다큐멘터리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방학만 되면 한국을 오가며 다큐멘터리를 찍어 영상제에 출품했다. 명휘원 장애우들과 함께 찍은 <아름다운 미소>,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전하는 백 원, 이백 원의 동전들이 아름다웠던 <나눔의 대화>, 생각만 하면 등 시리고 가슴이 아픈 종묘공원 할아버지들을 담은 <보금자리>. 나는 인터뷰를 거부하는 할아버지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사흘 동안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영하의 추운 겨울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묘공원에서 그분들과 함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촬영이나 편집 기술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카메라에 담은 내용과 그 취지를 높게 평가한 분들 덕분에 부끄럽게도 나는 여러 영상제에서 여덟 개의 상을 받게 되었다. 더구나 적지 않은 상금이 부상으로 따라왔다. 누군가에게서 받은 용돈이 아니라 내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발로 뛴 대가였다. 하지만 그 상금을 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빌려와 카메라에 담았을 뿐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상금을 모두 그 사람들과 나누기로 했다. 미국 친구들은 내 뜻을 돕고 싶다며 CD를 사겠다고 했다. 나는 친구들이 CD값으로 준 단 1달러도 소중하게 모아두었다.

영화제에서 받은 상금을 기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날이었다. 원래 명휘원에 기부하려고 했는데, 명휘원은 후원이 많은 복지법인이라는 말을 듣고 그보다 형편이 넉넉지 못한 ‘평화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그곳을 둘러보다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작년 방학 명휘원에 자원봉사 갔을 때 만난 적이 있는 장애우 누나였다. 그때 내가 찍은 영상에도 출연했었다. 사회복지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명휘원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여유가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평화의 집으로 옮겨왔다고 했다.

나는 누나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명휘원에서 촬영하던 김종원인데요. 저 아시죠?” “아, 왜 몰라요. 잠시만요.” 누나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가방을 가지고 왔다. 가방 안에서 CD 한 장을 꺼내 내밀기에 살펴보니 내가 촬영한 것을 담아 명휘원에 보냈던 바로 그 CD였다. 누나는 그것을 매일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가지고 다녀요. 이것만 보면 명휘원 식구들이 모두 생각나고 기분이 좋아져요.” 나는 감동했다. 내가 카메라로 촬영하고 편집한 작은 노력이 다른 이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이제 나는 일상의 작은 의미에도 감사하며 지낸다. 그러려고 노력한다. 공부를 하면서, 대학을 준비하면서 밤을 새워가며 해야 할 일들도 많지만, 그래도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나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래도 웃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꿈, 나눔, 사랑 그리고 희망에 감사하며 오늘도 하루하루를 엮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들을 내 카메라에 담을 작정이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사랑하고 나누고 꿈꾸며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 『소년, 꿈을 찾아 떠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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