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경제포털
뉴스  ·  증권  ·  부동산  ·  금융  ·  자동차  ·  창업  ·  교육  ·  세무  ·  헬스  ·  BOOK  ·  블로그   
등록예정 2023년 9월 등록예정 도서요약
북다이제스트
        
아이디/패스워드 찾기
회원가입
INFO BOOK
그건, 사랑이었네
몇 년 전 일이다.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갈아탈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오십대 중반의 중국 아줌마가 미친 듯이 “메이여우 중궈런(중국인 없어요)?” 하고 외치는 게 보였다. “제가 중국어를 좀 할 줄 아는데 무슨 일이세요?” 내가 묻자 반쯤 넋이 나간 아줌마가 하는 말, “내가 탈 비행기가 떠나 버렸어요. 그 비행기 놓치면 난 끝장이에요. 정말 끝장이에요.” 사색이 된 아줌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얼른 비행기 표를 보니 ‘요하네스버그 출발 07:00’이라고 씌어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저녁 7시경이었다. “비에 딴신(걱정 마세요). 이 비행기 출발 시간은 오늘 저녁 7시가 아니라 내일 아침 7시예요.” 그리고는 겁에 질린 아줌마와 같이 항공사 데스크에 가서 비행편을 확인해주었다.

그제야 아줌마 얼굴이 환해졌다. 이 아줌마는 중국 남부 시골 출신인데 동네 사람들에게 막대한 빚을 내서 비행기 표를 사고 비자를 받아 케이프타운으로 일하러 가는 중이란다. 비행기를 놓쳐 공항에 마중 나올 고용주를 못 만날 생각을 하니 심장이 멎는 것 같더란다. 문득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에서 빨간 사과 하나를 꺼내 주며 “니스 텐시아라이더 텐스(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입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비행기를 놓쳤구나 하는 순간, 얼마 전부터 믿기 시작한 하느님께 아주 간절하게 기도했단다. “하느님, 저를 한 번만 도와주세요. 도와줄 사람을 보내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그런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사처럼 불쑥 나타났다는 거다. 따져보면 사소한 일이지만 이렇게 생생히 기억나고 생각할 때마다 기분 좋은 걸 보면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작은 복이라도 전해주는 게 기쁜 일임에는 틀림없다.

2007년 월드비전에서 아프리카로 파견 근무할 때의 일이다. 짐바브웨는 극심한 가뭄과 정치 불안으로 긴급 식량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었다. 경제는 매우 불안해져 자동차용 기름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우리 팀도 식량 운반 트럭용 기름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있던 현장은 수도 하라레에서 다섯 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한번은 하라레에 있는 본부에 갈 일이 있어 동료 세 명과 승용차를 타고 길을 나섰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적지 팻말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장거리 버스가 기름 사정으로 운행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에 얻어 탈 차를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 우리 차에는 한 사람을 더 태울 여유가 있었지만 규정상 모르는 사람을 태울 수가 없었다.

길가에 서 있는 사람들을 지나쳐 가자니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한 시간 남짓 달렸을까, 큰길가 나무 밑에 칠십대 수녀님 한 분이 ‘하라레’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순간 우리 네 명은 눈을 마주치며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태워주자는 묵언의 합의였다. 끼익, 급정거를 해서 수녀님 앞에 차를 세웠다. 그런데 수녀님의 반응이 너무나 의외였다. 마치 우리 차가 예약해둔 콜택시라도 되는 양 천천히 짐을 뒤 트렁크에 넣고는 조용히 뒷자리에 앉는 게 아닌가. 차가 출발하고서야 의아해하는 우리에게 수녀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저희들 기도의 응답입니다.”

사연인즉 이랬다. 이 수녀님은 하라레에 갈 일이 생겨 일주일 전부터 백방으로 차편을 알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단다. 그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어젯밤에 수녀원의 수녀님들이 모여서 이렇게 기도했단다. “하느님, 당신은 왜 우리가 하라레에 가야 하는지 잘 알고 계십니다. 내일까지는 꼭 가야 하는 것도 아십니다. 그러니까 내일 아침 8시에 큰 나무 밑으로 차를 보내 주셔야겠습니다. 그럴 줄 믿겠습니다.” 우리는 입이 쩍 벌어졌다. 우리가 차를 세운 시간이 아침 8시였던 것이다.

일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복의 통로가 되는 경우를 무수히 만나게 된다. 해외 후원아동 방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후원자들과 함께 아프리카 말라위에 갔을 때의 일이다. 에이즈가 한 마을을 완전히 초토화해버린 곳이었다. 우리가 찾아간 열두 살 소년 사무엘은 후원아동의 형이었는데 에이즈 고아이자 에이즈 환자였다. 삐쩍 마른 몸은 온통 부스럼 투성이에 기침까지 심했다. 안내자의 말로는 6개월 이상 살기가 힘들단다. “이분이 네 동생의 후원자란다” 하고 소개하니까 눈이 휘둥그레진 사무엘은 말까지 더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이분이 제 동생의 후원자라구요? 고맙습니다. 다, 당신은 제 간절한 기도의 응답이십니다.”

알고 보니 사무엘은 1년 전 엄마마저 잃은 후부터 하느님께 자기는 어찌 되어도 좋으니 열 살, 여섯 살 두 동생만은 굶지 않고 학교에 다니게 해달라고 밤낮으로 기도했단다. 사무엘이 후원자의 손을 덥석 잡는 순간, 우리는 그가 아이의 손을 뿌리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웬걸, 놀랍게도 그 후원자는 부스럼 투성이인 사무엘을 힘껏 껴안아주는 게 아닌가.

나는 내 기도가 응답되는 복도 받고 싶지만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의 응답이 되는 복 또한 한껏 받고 싶다. 복이 들어와 쌓이는 ‘복의 종착지’가 아니라 들어와 쌓인 복이 골고루 나누어지는 ‘복의 환승역’이 되고 싶다. 그래서 하느님의 평화의 도구가 되고 싶다.

- 『그건, 사랑이었네』 중에서
번호 | 제목 | 날짜
303 사람 때문에 마음이 다칠 때 2010년 05월 28일
302 눈빛과 미소의 힘 2010년 04월 28일
301 보석 같은 아이들 2010년 02월 24일
300 인 연 2010년 01월 26일
299 서른 살의 희망과 절망 2009년 12월 28일
298 세상 끝에서 삶을 춤추다 2009년 11월 27일
297 약이 된 독버섯 2009년 10월 27일
296 ‘희생’이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려라 2009년 09월 28일
295 그건, 사랑이었네 2009년 08월 31일
294 ‘타자’가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2009년 07월 28일
단체회원가입안내
독서퀴즈이벤트
나도작가 신청안내
무료체험
1분독서영상
한국독서능력검정 신청
모바일 북다이제스트 이용안내

인재채용 | 광고안내 | 구독신청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서비스문의 이용문의:mkmaster@mk.co.kr
회원문의:usrmaster@mk.co.kr
매경닷컴은 회원의 허락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공개, 유출을 하지 않으며 회원정보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