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턴은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이제 피곤의 기미가 보였다. 그러나 아직 묻고 싶은
질문이 더 남아 있어 그의 허락을 받고 계속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순간 빌리 그레이엄은
여기서 가까운 곳에서 대형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혹시 그리스도를 믿기로 결단하고 앞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템플턴의 눈이 한 번 커졌다가 말을 받았다. "그들의 삶에 참견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소.
그들을 바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사람에게 신앙이 있고 신앙이 그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면 얼마든지 좋다고 봅니다. 나도 한때 그리스도인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압니다. 믿음은 그들의 결정을 바꾸기도 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요. 믿음은 설명할 수 없는 축복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해 줍니까? 아니오. 그렇지 않소."

"빌리 그레이엄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책에는 그가 불쌍하다고 쓰셨는데요."

"아니오, 그건 그렇지 않소." 책 내용과는 반대로 그는 강변했다. "내가 누구라고 다른
사람의 믿음에 대해 불쌍한 감정을 품는단 말이오? 굳이 말하자면 좀 유감스럽다는 거지요.
현실에 대해 자신의 지성을 닫아 버렸으니 말이오. 하지만 그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템플턴은 옆에 있는 유리로 된 테이블을 쳐다보았다. 그 위에 빌리 그레이엄의 자서전이
놓여 있었다. 그는 다정하게 말했다. "빌리는 순금입니다. 속에 꾸밈이나 속임수가 전혀
없지요. 그는 1등급 인간입니다. 철저한 그리스도인이라오. 흔히들 말하는 대로 진품이지요.
그의 믿음은 진심입니다. 의심할 나위 없습니다. 누구보다도 온전하고 신실한 사람이오."

그렇다면 예수에 대해서는 어떨까? 나는 그가 기독교의 머릿돌인 예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지 알고 싶었다. "예수가 지구상에 살았다는 사실은 믿습니까?" 나는 물었다. "그야
두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오." 금방 대답이 나왔다.

"그의 가르침은 어떻습니까? 찬탄할 만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썩 훌륭한 설교자는
아니지 않소? 그가 한 말은 단순한 것들이오. 게다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대한 질문은
고민하지 않았소." "어떤 질문 말인가요?" "하나님이 존재하느냐는 것이오. 지금 이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을 일으키거나 허용하는 하나님을 믿을 수 있느냐는 거지."

"예수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논리적으로 당연히 따라 나올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불러일으킨 반응은 전혀 뜻밖이었다. 템플턴의 몸짓이 부드러워졌다. 한때나마 사랑하던
옛 친구를 떠올리니 긴장이 풀리고 편안해진 것 같았다. 수시로 격앙되곤 하던 그의 목소리
에는 이제 구슬픈 사색의 기운마저 감돌았다.

"예수는 이 땅에 살았던 가장 위대한 인간이었소. 독특한 윤리감각을 가졌지요. 내가 살면서
또는 책을 통해 만난 사람 중 본질상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었소. 그의 헌신은 철저했고,
그 때문에 죽었소. 세상으로 말하지면 큰 손실이었지. 하나의 위대한 삶이었다는 말 외에
달리 뭐라고 할 수 있겠소?"

나는 깜짝 놀랐다. "그분을 정말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는 대답했다. "그런
셈이오. 사실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오. 그러니까... 음...." 그는 정확한
단어를 찾는 듯 말을 더듬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소. 나는
그를 흠모합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했다. "진심이시군요." 나는 말했다. "음... 그렇소. 내가 아는
모든 선한 것, 내가 아는 모든 훌륭한 것, 내가 아는 모든 순결한 것, 그것을 나는 예수에게서
배웠소. 그렇소... 그것도 아주 힘겹게 배웠지요! 예수를 봐요. 그는 사람들을 책망했소.
분노했소. 사람들은 그가 그런 줄도 모르지만 그건 그들이 성경을 읽지 않기 때문이오.
그에게는 의분이 있었소. 압제받고 착취당하는 자들을 걱정했소. 그는 역사상 누구보다도
도덕 수준이 높고 표리부동하지 않고 동정심이 많았소. 거기엔 이의가 있을 수 없소.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예수는 예수입니다."

"그러니까 세상이 그를 본받는다면 잘하는 일이겠군요."

"물론이오! 나도 예수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그대로 행동하려 해 왔소. 물론 해 보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의 마음을 다 알았다는 건 아니오. 예수는 우리 생각과
정반대로 한 경우가 많았으니 말이오. 그것이 예수의 매혹적인 면이기도 하지만...."
거기서 갑자기 템플턴은 말을 멈추었다.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분간이 안 서는지 짧은
침묵이 흐르다가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그는 가장..." 거기서 말이 끊겼다 다시
이어졌다. "내 생각에 그는 이 땅에 존재했던 인물 중 가장 중요한 사람이오."

바로 그 순간 템플턴에게서 들으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이렇게
표현해도 된다면..." 그의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그립다오!" 동시에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바닥을 보며 왼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흐느낌을 따라 그의 어깨가 위아래로 흔들렸다.

무슨 일일까? 차마 가릴 수 없었던 그 영혼의 단면일까? 그에게 마음이 끌리며 그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동시에 내 안에 있는 기자의 본성은 이런 반응을 불러일으킨 내막의
핵심을 파헤치고 싶어했다. 예수가 왜 그립다는 것인가? 어떻게 그립다는 것인가?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말입니까?"

템플턴은 평정을 되찾으려 애썼다. 낯선 사람 앞에서 자제력을 잃은 것이 평소의 자신답지
않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닦았다. 어색한 순간이 조금 더
지난 후 그는 그만하자는 듯 손을 내저었다. "이 정도로 해둡시다." 그는 조용하면서도
단호히 말했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커피 잔을 들었다. 잔에서 온기를 취하려는 듯
양손으로 잔을 꼭 받쳐들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자기 영혼의 꾸밈없는 단면을 들여다본
일이 절대 없었다는 듯 태연한 척하려는 빛이 역력했다.


- <믿음! 특종 사건>(리 스트로벨 저, 두란노) 중에서

* 유명 저널리스트인 리 스트로벨이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독교 8대 난제에 대해 탐색한 것을 적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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