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모든 진리는 역설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봉착하는 난제는 기독교에 역설이 많다는 것이다. 대단히 이성적인 사람으로서 내가 먼저 선종(불교의 종파로 명상과 참선을 중시하는 종파)을 상당 시간 연구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크리스천이 되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좌선은 역설을 준비시키는 뛰어난 훈련학교였다.

예수님은 자기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로 언급하시는 한편, 사람의 아들(인자)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셨다. 그는 수수께끼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진리를 말씀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스도가 인간이면서 동시에 신이라는 것은 실제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상징이 아니라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은 예수님이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의 신성에 관해 묵상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리스도의 인성을 통해 신성을 접근했다. 나는 나이 40에 복음서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읽었다. 그 이전에는 그 모든 역설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진지하게 신약성경을 읽기 시작한 후, 몇 년간의 경험 속에서 주님은 교사요 치유자가 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복음서 기자들의 ‘간접적인’ 기술 속에서 발견한 인간 예수의 실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복음서에서 계속해서 좌절을 당하는 한 인간을 발견했다. 분노하시는 인간 예수, 슬퍼하시고 지독히 외로워하셨던 한 분을 만났다. 어떤 문학작품에서도 이보다 더 외로움을 표현한 것은 없을 것이다. “인자는 머리 둘 곳도 없도다.”

내가 새롭게 깨닫기 시작한 것은 인간 예수가 너무도 실제적이어서 복음서 저자들이 예수님을 꾸밀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만약 신화적인 내용들을 집어넣고 꾸몄다면, 아마도 오늘날 많은 크리스천들이 여전히 만들기를 시도하는 언제나 침착하고 평온한 니르바나(해탈)의 경지에 있는 분으로 접근했을 것이다. 그러나 복음서 저자들은 오히려 세심하고 정확한 리포터였다. 그들 스스로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과 땅이 연합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내가 예수님에 대한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2000년 전에 십자가상에서 죽으신 예수님과 지적으로 충분히 씨름할 수 없다. 그러나 21세기인 지금도 살아 말씀하고 역사하시는 특이한 실제와 씨름해야 한다. 주님이 어떻게 이 땅에 현존하고 계신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것은 기적이요 신비다. 하지만 주님의 임재 방식을 이해하지는 못할지라도, 지금 여기에 계신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증거는 무엇인가? 예수께서는 “그 열매로 그들을 알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따라서 하나님의 사랑의 열매로 인해 우리는 하나님과 예수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열매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 한 가지만 생각해 보라.

토마스 에디슨은 “99%의 일에 대해서 1%도 알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무한히 온유하시고 사랑 많으신 손에 신기하게 붙들림 받지 못한다면, 인간은 어리석은 정열과 편견과 우매한 자기만족에 빠지기가 쉽다. 자살풍조와 대학살에 환멸을 느낀 한 젊은 친구가 내게 이 세상에 종말이 오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나는 이 세상은 항상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직 종말이 오지 않은 이유는 하나님이 매일 이 세상을 구조해주시기 때문이다. “사랑이 세상을 계속 돌아가게 한다”는 말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나, 그 말은 진리다. 그것은 역설을 담고 있지 않은 유일한 진리다. 매일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없다면, 그리고 어느 정도 예수님을 닮은 우리의 사랑이 없다면, 이 세상은 바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

사랑은 항상 고통을 동반한다.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사실이다. 부모들이 자녀를 사랑하면 그 자녀들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된다. 우리가 자녀들로 인해 고통당하는 것처럼, 하나님은 우리들로 인해 고통당하신다. 본 훼퍼는 처형을 받기 위해 감옥에 있는 동안 이런 글을 적었다. “하나님은 오직 고통을 통해 우리를 도우신다.” 그의 말처럼 하나님이 세상을 되돌리시는 것은 ‘사랑의 고통’을 통해서이다. 2000년 전에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고통당하시고 죽으셨을 뿐 아니라 오늘도 그분은 우리를 위해, 우리와 함께 고통당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아직도 나는 예수께서 진정으로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깨닫기가 어렵다. 예수님과 이야기하고, 기도하며, 도움을 청하면서도 나의 그런 행동이 어색하고 이상해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길 때 역사가 일어난다. 하나님과의 관계성이 우리에게 자유와 권세와 능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마다 예수께서는 말씀하신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너는 내 자녀라.” 아무리 낮은 곳에 있어도 우리는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을 받는다. 우리가 아무리 형편없었을지라도, 하나님이신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해 죽으셨고, 오늘도 여전히 그렇게 하실 것이다.

우리가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을 때, 주님은 “내가 너를 인도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말은 ‘그분이 우리를 인도하신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해 당혹스럽다면, 진지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라.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큰 차이가 날 것이다. 그것이 우리 각 사람을 위해 주시는 인도의 첫 단추다. "너 자신에게 진지하라." 농담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좌절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슬픔에 대한 이유를 찾으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기뻐하며 진지하게 자기 자신을 대하라는 것이다.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 우리의 길이 더 분명해진다.


- <주와 함께 가는 여행>(스캇 펙 지음, 그루터기하우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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