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하나님과 세계 사이의 관계를 창조자와 작품 사이의 관계, 즉 화가와 그림 사이의 관계로 비유한다. 화가는 그림 밖에 존재하지만 그림 속에는 화가의 체취가 담겨 있다. 화가의 생각과 성향을 말해 주는 흔적들이 있는 것이다. 사실상 우리는 이 세계 속에서 하나님의 다양한 흔적들을 만나는데, 이 흔적들은 하나님을 드러내는 계시적 파편이 된다.

하나님의 흔적은 자연 속에, 인간 삶의 사건들 속에, 그리고 인간 내면의 영혼 속에 드러나 있다. 첫 번째, 자연 속에 드러난 하나님의 흔적에 대해 시편 19편 1절은 이렇게 말한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찬송가 566장도 이렇게 하나님의 흔적을 노래한다. “온 천하 만물이 그림책 같으니 그 고운 그림 보아서 그 사랑 알아요. 저 하늘의 수많은 별들도 주 하나님의 사랑을 늘 속삭이지요.”

두 번째, 삶의 역사적 사건 속에 드러난 하나님의 흔적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삶에서 떠나 계신 분이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 삶의 한복판에서 당신의 삶의 법칙과 방향을 암시해 주신다. 창세기 12장에서, 아브라함은 75세에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갈대아 우르를 떠나서 가나안으로 왔다. 그때 조카 롯도 아브라함을 좇아 왔으며, 두 사람은 경제적으로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다. 그러나 대개 그러하듯이, 두 사람의 목축 재산이 불어나자 양편 목자들 사이에 싸움이 붙었다. 이에 대해서 아브라함은 어른답게 롯에게 대범한 제안을 한다.

“롯아, 우리 싸우지 말자. 네가 먼저 좋은 땅을 택해라. 그러면 내가 나머지 땅을 택하겠다.” 아브라함의 제안을 받은 롯은 삼촌 마음이 변하기 전에 먼저 비옥한 땅 소돔과 고모라 지경을 택했다. 이때 하나님은 그 나이에도 자식이 없는 아브라함에게 나타나 말씀하신다. “아브라함아, 내가 복을 주어 네 자손을 땅의 티끌같이, 하늘의 뭇별과 같이 많게 하겠다.”

세 번째, 우리의 영혼 가운데 하나님의 흔적이 있다. 우리의 영혼 속에는 아무리 좋은 것을 누린다고 할지라도, 그 속에서 권태를 직감하면서 동시에 더 높은 것을 향한 아쉬움이 있다. 영혼 안에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영혼 속에는 하나님이 아니고서는 그 어떤 것들로도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이 있는 것이다.

이 세 가지 흔적들은 일반계시로 사람들에게 밝히 드러나 있지만 애석하게도 사람들은 하나님의 흔적을 잘 발견하지 못한다. 선명하기보다는 모호하다. 이는 우리에게 스며들어 온 죄가 우리의 시선을 어두침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흔적을 보지 못하고 하나님을 분별하지도 못하기에, 세상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따라서 하나님의 일반계시를 제대로 발견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특별계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별계시란 하나님께서 믿는 자들에게 자신의 존재와 이끄심을 특별하게 드러내신 사건을 의미한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택하여 그 백성의 특별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셨는데, 이 특별계시를 받게 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세계 속에 드러나는 하나님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그 사건들을 기록했다.

특별계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말씀을 통해서 우리에게 당신의 계획과 섭리를 보여 주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단지 귀에 들리는 소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말씀은 세 형태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는 성경 말씀으로서 이는 기록된 말씀이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디모데후서 3:16)이라 함은 하나님께서 그것을 기록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둘째는 선포된 말씀으로서 이는 설교나 복음 전파와 같은 것이다. 말씀 선포를 통해 우리에게 들려진 하나님의 말씀을 하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것으로 받을 때, 우리 안에 믿음이 창조된다.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로마서 10:17).

셋째는 성육신하신 말씀으로서 이는 예수 그리스도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 증거해 주신 분일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하나님의 말씀(로고스)이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한복음 1:14).

이 하나님의 특별계시를 경험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읽을 때 나를 소개하면서 읽는 것이다. 그때 살아 계신 하나님께서 내게 필요한 말씀으로 찾아오시면서,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구체적인 말씀과 인도하심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말씀 앞에 나를 소개하면서 하나님의 불기둥과 구름기둥을 체험하자. 그리고 그 기둥들로써 자연, 세상, 영혼을 밝히고 온전케 하자.

- 『흔적 신학』 중에서
(장경철 지음 / 더드림 / 192쪽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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