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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 신창원 올림
엄상익 변호사가 쓴 <변호사와 연탄 구루마>라는 책속에는
신창원 씨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신창원 형제에게 <낮해밤달> 쪽지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 온 엄상익 변호사...
그 사랑과 보살핌에 감동하여 신창원 형제가 보내 온 편지를
이곳에 실어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쪽지 잘 받았습니다. 저에게 미안하다는 마음 갖지 마세요. 선생님이
절 순수하게 받아 주셨으니 괜찮습니다. 다만 제가 염려스러운 것은 행여나 제가 하나님 안
에서 완전히 거듭난 것처럼 보여지는 것입니다.
사실 전 아무것도 몰라요. 그리스도인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달라진
것도 거의 없구요. 이런 제가 모든 것이 변화된 사람처럼 그려진다면 잘못된 것이지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예수님의 말씀과 행하심이 너무 존경스러워 예수님을
마음속에 모셨지만 말씀처럼 산다는 것이 쉽지 않네요.
지난 며칠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어서 저에게 큰 도움
이 되었지만 그 당시엔 견디기 힘들더군요. 가슴에 분노가 넘치는 것을 억지로 참았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한계에 다다르니까 극단적인 마음까지 생기더군요. 그때 한번 더 참고 안이숙
선생님의 책 <당신은 죽어요. 그런데 안 죽어요>를 봤습니다. 가슴속의 열기를 지우려고 책
에 모든 것을 집중했습니다. 이곳에 와서 안이숙님의 책들을 여러 번 봤는데 그 날의 느낌은
많이 달랐습니다. 저 자신이 부끄러워지더군요. 제가 두 분 기독교인께 지은 죄가 큰데도 절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줬는데, 다른 사람이 저에게 조금 안 좋게 했다고 분노를 했으니까요.
안선생님의 말씀이 모두 저에게 하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무조건 참는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네요. 참으면 참을수록 고통과 증오는 더욱 더 쌓여만 가
니까요. 때문에 괴로움이 더해지지요. 참는 것보다는 용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선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쉽게 용서가 되더군요.
때문에 지금은 너무 편합니다. 제가 태어나서 지금처럼 편한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된 것을 가정환경과 교도소를 탓한다면 변명만 될 뿐입니다. 가정과 교도소에도
조금의 책임은 있겠지요.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만든 것은 저 자신의 잘못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후회가 되네요. 탈옥을 하고 무기＋22년 6개월의 형을 받은 것을 후회하는 것
보다는 애초에 범죄의 길에 들어선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충분히 해낼 수 있는데도 쉽게 포기
를 하고 편하게 생각되는 길을 택했기 때문에 지금의 현실을 만들게 된 것이지요.
선생님 !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의 저처럼 자신을 잃고 편하게 생각되는 길을 택하려고 하는
어린 친구들이 있을 겁니다. 증오와 울분이 쌓이면 쉽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힘듭니다. 긴
시간을 살아오면서 쌓이고 쌓였기 때문입니다. 전과가 많은 재소자 한 명에게 새 삶을 찾게
해 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느끼고 깨달아야만 가능하지요. 그 사람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만 잘못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시인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사랑 때문에 얼어붙은 마음은 사랑만이 녹일 수 있다."
맞습니다. 정에 굶주린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받아보지 못한 따뜻한 정(情)입니다.
엄마의 포근한 가슴 같은 정이라면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있는 재소자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받는 사람의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겠지요.
도피기간 중에 낮해밤달 쪽지를 훔쳐서 본 것은 제가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때였습니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겨울에 팔이 세 군데 부러지고, 다리에 금이 가고, 머리를 총에 찍혀
서 아홉 군데가 찢겨져 엄청난 피를 흘렸지요. 5일 동안 볏짚 속에 숨어있으면서 부러진 뼈를
맞추었지만 머리에 난 상처는 치료를 할 수 없었습니다.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었고 돈이 없어
서 뭘 사먹을 수도 없어서 남의 집 지하실에서 고구마와 감자를 조금씩 꺼내서 먹고 살았습니
다. 그땐 비상이 걸려서 신문을 사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신문을 훔쳐보려고 바로 곁에 있는
어느 빌라에 갔는데 우편함에 낮해밤달 쪽지가 있더군요. 그래서 청송에 있을 때의 생각이 나
서 잠깐 훔쳐봤습니다. 걱정 마세요. 다시 꽂아 놨으니까요. 그때와 청송 그리고 지금. 정말
힘들 때 쪽지를 만나게 되네요.
낮해밤달 쪽지를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딱딱하지 않다는 겁니다. 거
의 모든 문서 선교지를 보면 성경책을 옮겨놓은 것이나 풀이한 것이라서 딱딱합니다. 때문에
불신자들이 보려고 펼치면 어떤 이질감을 느끼게 되어 금방 덮어버리게 되지요. 그래서 다음에
또 선교지가 오면 보지도 않고 그냥 버리게 됩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성경책
을 갖다주고 보라고 하면 거의 모두가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유치원생에게 법전을 가
져다 주고 공부하라고 하는 것과 같지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법전이 아니라 동화책이거든
요. 쪽지는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동화책처럼 느껴져요. 거기에 세상 사는 이야기가 있고 웃
음이 있으니까요.
교도소에 정말 많은 종류의 선교지가 옵니다. 그러나 읽혀지는 것은 별로 없어요. 그냥 버려집
니다. 위에서 제가 말씀드린 이유 때문입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선교지가 그냥 뿌려지는 전
단지가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많은 분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서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램
을 갖게 됩니다. 무조건 주입식으로 믿음을 전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관심을 갖고 예수님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시작하는 갓난아이 같은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려서 예의에 벗어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랬다면 용서하세요.
선생님 !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글에서 재소자들의 아픔이 무엇인줄 알고 안타까워하시는
마음, 정말 그들을 위하는 마음을 보았습니다. 선생님의 글과 마음이 정에 굶주린 재소자들에
게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걱정을 많이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과 정말 많은 분들의 기도 덕택에 하나님이
저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주셨습니다. 제가 지은 죄에 비하면 전 너무 과분한 형량을 받았습
니다.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지만 다시 사는 삶은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습니다.
이제 완연한 봄이네요. 그곳은 조금 추울지도 모르겠군요. 모두 건강하시고 하나님의 포근한
사랑 안에서 언제나 행복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2000년 3월 12일 죄인 신창원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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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등록예정 도서요약
